눈탱이 밤탱이 되었답니다.
기본적으로 직장에서 일하다가 다치면 산재 처리를 받게 된다. 며칠 전 매장에서 일하다가 떨어지는 선반에 눈썹을 맞아 찢어져서 응급실에서 봉합수술을 받았다. 이제 눈썹 안 난다고 자꾸 겁을 준다. 문신하라고 한다.
상처 부위 드레싱과 상태 체크를 위해 격일 간 성형외과 외래 진료를 받았고 나와 매장 그리고 본사 사이에 여러 번의 전화가 오갔다. 골자는 이러하다.
본사는 산재 처리를 싫어한다. 사고 건수가 늘면 회사에 페널티가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나를 회유한다. 산재 신청 안 하는 조건으로 진료비는 실비 보험 청구해서 받고 자기네들이 50만 원 챙겨주겠다는 거다.
계산을 해보니 저게 나에게도 이득이긴 했다. 그래서 실비 보험 회사와 연락했는데, 진단서에 회사에서 다쳤다고 쓰여있으면 보험료 안 나올 수도 있다고 한다. 확실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본사에 이 내용을 알리고, 기존 50만 원에 치료비까지 얹어 주면 산재처리 안 하겠다고 딜 넣어보았다.
본사 왈 그냥 산재처리하란다. 그래서 그냥 산재처리했다. 본전을 받기는 한다만 들인 에너지, 교통비, 흉진 내 얼굴 등 자잘한 요소들을 생각해 보면 만구 내 손해다.
모든 병원비는 얼추 40만 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상황을 한 문장의 핵심으로 표현하자면 이러하다.
"본사는 계약직 일꾼이 얼굴 꼬메는 수술받으면 50만 원 이상 쓰기 싫다. 그냥 산재 건수 받고 말지."
이렇게 증명이 된다. 노예에 대한 자본가의 프로토콜은 이러하다. 그는 합리적으로 대응했을 뿐이다. 이것에 대해 기분 나빠하기보다는 내가 자본가가 되려고 방법을 찾고 노력하는 것이 현명하다. 어찌 되었든 다친 나만 손해가 되는 프로토콜이 된다. 그냥 게임이 이렇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자본가라면 애초에 이런 조건으로 상해를 입지도 않을뿐더러, 자신이 사업체를 운영하다가 이런 일이 발생한다고 해도 위 내용처럼 선택권이 직원보다는 다양하다.
이런 사건에 있어서 '원래 그런 거지'라던가 '어쩔 수 없지'라던가 '잊어야지' 와 같은 소리를 하면 평생 흙수저 노예로 살다 죽는 것이다. 이런 결핍 의식을 도전 정신으로 승화시켜 가난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싸워나가야 한다. 분노를 할 줄 알아야 하며 그 에너지를 본질에 쏟아부어야 한다는 뜻이다.
프로토콜이 적용되는 위치를 벗어나 프로토콜을 적용하는 위치로 향해야 한다.
내가 분노하라고 했다고 상사 멱살을 잡거나 그러면 안 된다.
오해 마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