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2.16 최신 보이스피싱 사례 참조하시고 조심하세요.
<< 오늘 글은, 보시는 분들 모두 경각심을 가지고 조심하자는 취지에서 썼습니다. >>
오늘은 정말 마음이 힘든 하루였다. 큰일 날 뻔했다.
출근해서 일을 하고 있는 와중 오전에 개인번호로 전화 한 통이 왔다. 경찰청이라고 했다. 내 개인정보가 누출되어 대포통장이 생겼는데, 그걸로 범죄자가 온라인 사업을 하다가 내 이름 앞으로 고소건이 다수 들어와 있다고 했다. 이때쯤만 해도 의심을 했다. 그리고는 서울 검찰청 검사가 전화가 올 테니 받으라고 한다.
경찰이라는 사람이 끊자마자 바로 전화가 왔다. 서울 지검 김우중 검사라고 한다. 해당 범죄자와 일당을 구속해 수사가 진행 중인데, 내가 연관이 없다는 피해자 증명을 오늘 17시 안에 해야 서울지검으로 송치가 안되고 약식 조사가 가능하다고 했다. 만약 약식 조사가 오늘 17시까지 안 되고, 피해자 신분 전환이 안된다면 나를 포함한 아버지, 어머니, 동생까지 강제수사하기 위해 구속된다고 하였다.
이렇게만 말했으면 안 믿었을 것이다.
내 메일을 알려달라고 했다. 그리곤 나에 대한 고소장과 검찰 서식의 조사명령서, 그리고 검찰 공무원증 사진, 검찰 서식의 재직증명서를 보냈다. 일하던 와중 밖에서 놀란 마음으로, 휴대폰으로 봤는데... 이제 집에 와서 노트북으로 보니 짜깁기한 티가 보인다. 그러나 그때는 이게 진짜라고 믿었다. 내 이름과 정보가 맞기도 했고 인감도장들도 수북이 찍혀있었다. 각 직책의 서명도 많았다. 또 내 가족의 이름, 생년월일을 모두 알고 있었다. (개인정보가 유출이 되긴 한 것 같다.)
강제 구속이 되고 싶지 않다면, 오늘 17시까지 조사를 성실히 진행해서 피해자 신분으로 전환하여야만 한다며 마음을 급하게 했다. 피해자 신분이 아직 아닌 나의 재산은 모두 국고 환수 조치된 상황이라고 했다. 검사라고 주장했던 자신이 보기엔 내가 주로 거래하는 은행 내부에 범죄자가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고 했다. 그래서 일종의 언더커버 수사를 해보자는 말을 했다. 그러니까 경찰에게도 은행 직원에게도 이 수사 내용을 알리지 말라는 말이었다. 만약 이 보안이 새어나가면 공무집행 방해죄도 추가되어 가중 처벌을 받는다는 말을 했다.
제시하는 방법은 이랬다. 내가 보유한 주식 담보로 대출을 일으킨 뒤, (나는 현금이 많지 않다.) 그 돈을 내가 주로 거래하는 은행으로 이체시킨다. 그리고 지점에 가서 현금으로만 찾으라는 것이었다. 만약 현금을 다 내어주기 어렵다고 하며 윗선을 부르는 움직임을 보인다면 그 관계자들을 전부 강제 송환해서 조사하겠다고 했다. 내가 대출해 꺼낸 돈은 이미 국가에 귀속된 돈이기 때문에 차후 조사가 완료되면 원상복구가 된다고 했다.
쉴 새 없이 경찰청이니 검찰이니 하며 전화가 왔고, 자료나 내용을 곱씹어볼 시간 자체를 주지 않았다. 결국 나는 대출을 실행했고 주거래 은행으로 대출금을 이체했다. 그리고, 그 돈을 현금화하기 위해 은행 지점을 갔다. 그 검사말로는 내사 중인 은행 지점이라며 CCTV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니 자신이 말한 수사 방식대로 진행하지 않으면 추후에 공무집행 방해로 가중처벌이 있다고 했다.
그렇게 창구에 앉았고 현금더미가 준비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창구 태블릿에 문답지를 띄어주었다. 거기에는 주로 사기에 관한 경고문들에 '예 또는 아니요'로 대답하게끔 되어있다. 그곳에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사건과 유사한 설명이 있었다.
창구 직원에게 5분만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나는 그 돈을 찾지 않고 은행을 빠져나왔다. 전화기에 불이 났다. 전화가 오더니 나를 포함한 부모 형제 모두를 강제소환하겠다고 노발대발을 했다. 체포하기 위해 경찰을 보내겠다고 했다. 소름 돋았던 것은 은행에 갔을 당시 나의 인상착의, 동선, 언제 창구에 앉았고 언제 창구에서 일어났으며 언제 어느 방에 들어가서 누구와 같이 있었는지를 그 검사라는 양반이 다 알고 있었다.
그냥 경찰 보내라고 했다. 내가 정말 죄가 있다면 체포되어 성실히 조사받겠다고 했다. 그리곤 전화 끊었다.
112에 신고했다. 이 내용을 다 말해주었다. 모든 내용은 사기이며 서류는 불법 날조된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은행에서 나의 움직임과 인상착의를 알았던 것은 CCTV 때문이 아니라 그 사기 집단 직원이 잠복하고 내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을 것이라는 말을 해주었다.
경찰에 바로 신고를 접수했다. 증권사와 주거래 은행도 보이스피싱 신고 한 뒤 계좌를 동결시켰다. 휴대폰도 초기화했다. 그렇게 진을 빼고 나니 오후 6시었다. 천만다행으로 잃은 돈은 없었다.
나는 7000만 원을 날릴 뻔했다.
나는 사람을 조심하는 사람이다. 나도 의심이 많다. 이렇게 당할 뻔한 이야기를 보며 나는 안 당할 거야 하고 쉽게 생각하는 분 분명히 계실 거다. 요즘 수법이 이렇게까지 치밀할 줄 몰랐다. 나도 내가 안 당할 줄 알았다.
마지막에 그렇게 마무리하고 나와서 망정이지.. 조금만 판단을 달리했다면 작가라는 내 꿈도 산산조각이 났을 테다.
내일아침에 폰 대리점 가서 유심칩 교환하고, 증권사에 문의한 뒤 차근차근 동결 계좌를 풀어 대출금부터 상환해야 한다. 오늘도 일하다 말고 나와서 반차를 썼고, 내일은 저 일들을 처리해야 해서 연차를 썼다. 중도상환수수료가 걱정이다. 보이스피싱 때문이었다고 설명하면 참작을 해줄지 모르겠다.
정말로 큰 사고가 나지 않아 하늘에 감사한다.
그리고 너무나 마음이 힘든 하루였다.
내 동생을 소년원에 송치한다고 했을 때 억장이 무너졌었다.
닥친 상황에 최선의 대응책을 하기 위해 정말 대포통장이 있는지, 명의도용이 있는지 글을 마치고 온라인 민원을 넣으러 가보려 한다.
여러분 모두들 조심하시길 바란다.
정말.. 이런 악한 사람들이 왜 세상에 있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