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을 뒤로하고.
현재 나의 상황은 이렇다. 굶어 죽지 않을 만큼의 실업급여가 3~4개월 간 나올 예정이다. 그 안에 두 번째 출판 원고를 완성할 계획이며, 출판사들에 투고할 예정이다. 나는 전직 항해사로, 가지고 있는 라이센스는 모두 바다에서 사용되는 것들이다. 그래서 서울에서 취업을 위해 쓸 수 있는 자격증 같은 건 전무하다. 실업급여가 끝나갈 무렵이 되면 무슨 일이든 해야 한다. 배달이든 막노동이든 말이다.
현재로서는 최선을 다해 원고를 완성하고, 존재하는 출판사들에게 빠짐없이 투고해 보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이다. 다른 방법은 없다. 잘 될 거라는 보장도 없다. 다만, 내가 처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움직임을 실행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무모한 것이다.
무모한 도전은 무모해도 될 때 해야 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지금은 처자식이 없다. 나하나 고생하면 되며, 오늘의 나는 몸도 성한 편이다. 2~30대의 사람들이 고민에 휩싸여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상당한 리스크라고 생각한다. 국방부에서도 흐르는 게 시간이라고 했다. 잔인하게 흘러가는 시간의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탱고를 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 '여인의 향기'에 나오는 한 장면을 인용하고 싶다.
장님이 된, 나이 든 퇴역군인 '프랭크'가 연회장의 한 미녀에게 탱고를 같이 춰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는 장면이다. 미녀는 탱고를 춰본 적이 없다며 걱정을 표하는데, 그런 미녀에게 '프랭크'는 이렇게 말한다.
"if you make a mistake, if you get all tangled up, you just tango on."
"탱고를 추다가 실수를 해서, 스텝이 엉키게 돼도 그게 바로 탱고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해서 말하지만, 탱고를 추자고 제안하는 '프랭크'는 다 늙은 노인이며, 장님이라 지팡이도 짚고 다닌다. 그런 그가 젊고 아름다운 여자에게 탱고를 추자고 제안하고 설득까지 했다. 연회장 중간의 무대 넓이와 구조는 같이 다니던 고등학생 '찰리'에게 구두 설명을 부탁했고, 이를 바탕으로 눈으로 볼 수 없는 무대의 범위를 짐작하여 그녀와 멋진 탱고를 춰낸다. 탱고 음악 'Por una Cabeza'가 끝난 뒤, 연회장 손님들의 박수갈채를 받는다. 이 얼마나 무모하고 아름다운가.
20대 후반의 나이. 어쩌면 지금이 마지막 탱고를 춰볼 수 있을 만한 시기일 수 있다.
그리고 이 황금 같은 나이에도 용감히 무대로 나가지 못한다면, 남은 인생에 동안에도 자리에 앉아 남들 춤추는 것 구경이나 하고 있을 확률이 아주아주 높다. 내가 그렇게 살았더라면 쭈그렁탱이 백발이 된, 후일의 내가 나를 용서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