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29세 관점

개 같은 삶

'플라톤' 담당 일진

by 언더독

나는 우리가 반쪽짜리 '디오게네스'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디오게네스'가 누구인지 소개하겠다. 그리스의 철학자이며, 키니코스 학파(견유학파)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견유학파'라는 게 말이 어려워 보이지만 저기 있는 '견'이 개를 뜻한다. 멍멍 개 말이다. '견유학파'는 '개 같은 삶'을 추구하자고 하는 학파이다. 이렇게 간단할 수가 없다.


개처럼 자연스러운 본성에 따라 사는 것이야 말로 행복한 삶이고, 이는 외적인 조건에 좌우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사회 관습', '문화생활'을 멀리하고(폼 잡지 않고), 구걸로 생계를 이어가는 '개 같은 삶'을 추구했다.


'디오게네스'는 모든 이 앞에서 당당한 것이 아니라면 혼자 있을 때도 당당한 것이 아니며, 공적인 장소에서도 사적인 삶을 내보일 수 있을 정도로 떳떳하게 살아야 한다고 했다. 철학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준 인물이기도 했다. 구십 세 가까이 장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책도 한 권 안 썼다.


이 남자의 골 때리는 일화 몇 가지를 소개한다.



'디오게네스'는 늘 같은 옷 한 벌 입고 다녔고, 큰 술 항아리를 집 삼아 지냈다. 그는 행복을 '쓸데없는 것들은 모두 버리고, 인간의 욕구를 가장 쉬운 방법으로 만족시키는 것'으로 믿었다. 인간 고유의 욕구는 부끄러운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람 많은 아고라 광장 한가운데에서 자위를 했다고도 한다. 그거 다하고 뱉은 펀치라인이 있다.


"배고픔도 이처럼 문질러서 해결된다면 좋았을 것을!"


양지에서 일광욕을 즐기던 '디오게네스' 앞에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나타난다. (대왕은 그의 명성을 듣고 찾아왔다. '디오게네스'는 대왕이 오란다고 가는 양반이 아니다.)


대왕이 말한다. "나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이오."

그가 말한다. "나는 디오게네스, 개다."


대왕 왈, "그대는 내가 무섭지 않은가?"

그가 말한다. "당신은 뭐지? 좋은 것? 나쁜 것?"


대왕 왈, "물론, 좋은 것이지."

그가 말한다. "누가 좋은 것을 무서워하겠소?"


대왕, "뭐든 바라는 걸 내게 말해보아라."

그가 말한다. "햇빛을 가리지 말아 주시오."


이에 부하들이 괘씸하여 '디오게네스'를 잡아 죽이려 들자 대왕이 저지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짐이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아니었다면, 디오게네스가 되고 싶었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이 연회석상에서 그를 개처럼 여기며 뼈다귀를 던져 주었다. 그러자 '디오게네스'는 개처럼 뼈다귀를 던진 이에게 오줌을 갈겨줬다.


어떤 이가 물리에서 쓰는 '운동' 개념을 부정했다. '뭔가가 움직이는 듯 보이나, 실은 움직이지 않는다.'라는 주장을 한 것이다. 그 말을 들은 '디오게네스'는 그 사람 앞에서 폴짝폴짝 뛰며 뱅글뱅글 돌았다.


우리가 자주 들어본 '플라톤'이 인간을 두 발로 걷는, 깃털 없는 짐승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 말을 들은 '디오게네스'는 털을 다 뽑은 닭을 들고 와 "이게 플라톤이 말하는 인간이다!"라고 외쳤다. (참고로, '디오게네스'는 '플라톤'의 담당 일진이었다. 똥폼 잡고 멋진 말하는 '플라톤'을 대단히 맘에 안 들어했다고 한다. 뭐만 하면 태클 걸었다고 한다. 당시 철학자들은 귀족들의 후원을 받으며 충분히 사치스럽게 살 수 있었다. '플라톤'은 그러한 사람이었다. '디오게네스'는 그러지 않고, 철저히 자기 철학에 따라 살았던 사람이었다. )



이런 일화들만 보면 살짝 미친 사람 같다. 그러나 언행일치된 그의 모습이 설득력을 준다. 해학스럽고 통쾌한 면이 있다. 그의 기괴한 행동을 지켜보고 있자면, 어떤 면에서는 현대시대의 우리네들 삶보다 더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고 있다고 느껴진다.(그렇다고 길바닥에서 빌어먹고 살거나, 사람 면전에 오줌을 갈기거나, 공공장소에서 마스터베이션을 하자는 말이 아니다.)


그의 언행을 보면 자기가 하고 싶은 말, 하고픈 행동하는 인간 고유의 자유의지가 살아있음이 생생히 느껴진다.


당신이 직원으로서 회사에 속시원히 대들어 보았는가. 당신이 사장이라면 부하직원에게 눈치 보지 않고 회사의 사정을 토로해 보았는가. 출근 지옥철에서 당신의 자유의지는 살아있는가. 영업을 위한 접대 노래방에서 탬버린을 흔들고 술을 따르는 당신은 자유의지가 살아있는가. 먼 외지로 출장을 가 싸구려 모텔에서 지친 몸을 뉘인 당신에게는 자유의지가 살아있는가. 일주일 내내 주말만 기다리는 생활을 몇 년째 하는 당신에게 자유의지가 살아있는가.


이 시대에 '디오게네스'와 똑같이 살면, 경범죄로 체포되어 정신병원에 들어갈 확률이 높다. 그러니 반쪽짜리 '디오게네스'의 삶을 살자는 것이다. 그 누구에게도 피해 주지 않는 조건 하에, 외세에 굴복하지 않는 충만한 자유와 평화를 얻자는 것이다. 반쪽짜리 '디오게네스' 삶에는 다음과 같은 전제조건을 권장하는 바이다.


미국 드라마에서 나온 개념인 'fuck you money'라는 것이 있다. 쉽게 말하자면, 직장에서 뭣 같을 때, 때려치우고 나와 자급자족할 수 있을만한 돈을 말한다. 'fuck you money'를 달성하면 합법적인 반쪽짜리 '디오게네스' 삶을 살 수 있다. 사람에 따라 이 법규머니의 총량은 다를 것이다. 이는 개인이 판단해야 할 문제이다.(다만, 여기까지 가는 것에 대한 대가는 단단히 치러야 할 것이다. 나는 단단히 치르고 있다. 평화와 자유는 값비싸다.)


저 사람은 기원전 412년경에 태어난 사람이다. 지금은 21세기이다. 화성에 가는 로켓을 개발하는 엔지니어가 전기차도 만들어 파는 세상이다. 우리 머리 위로는 14710개의 인공위성이 떠다니고 있다. 16000개의 핵무기가 만들어져 있는 세상이다.


먼 옛날 저 사람도 자유를 행동으로 추구했다. 마치 요즘의 극소수 젊은이들처럼 말이다.(말로만 떠드는 인물들 말고, 행동으로 추구하는 이는 정말 극소수이다.) 한 번뿐인 인생이다. 자유라는 것이 남들에게는 어떠한 가치를 지녔는지 잘 모르겠으나, 나에게만큼은 귀하다. 닭이 아닌 독수리의 삶을 추구한다. 비굴하게 굴복하며 사느니, 죽도록 시도하다 장렬히 전사하겠다.


우리는 극소수이다. 자연히 무리와 분리될 수밖에 없다. 고독은 불가피하다. 물론, 나는 이미 그 파도를 기꺼이 타고 있다. 그게 두렵다면, 평생을 닭으로 살다가 치킨너겟이 되는 인생의 리스크를 기꺼이 취하도록 하라. 머스터드 소스는 세상이 알아서 챙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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