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무력함을 느끼는 순간.

나의 분노.

by 언더독

아침 6시 반에 일어나서 차를 몰고 1시간을 달려 9시까지 도착했다. 군부대로.


예비군 훈련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오늘이 첫날이었고, 앞으로 3일을 더 간다. 정말 더웠다. 폭염주의보라고 했다. 다들 빨리 퇴소하고 싶은 마음에 부지런히 훈련에 임했고 대부분 오후 4시에 퇴소를 했다. 집에 도착해서 저녁을 먹으니 오후 5시였고 3시간 정도 뻗었던 것 같다. 일어나서 정신을 차리고 글을 쓴다.


글을 쓰기 전, 옥상에서 담배를 한대 피우며 끝없는 분노에 사로 잡혔다.


나는 사업과 투자를 추구하며 행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시간과 재화에 민감한 편이다. 인간이 가장 무력함을 느끼는 순간은 자신의 의지로 자기 몸뚱아리와 시간을 통제할 수 없을 때이다. 어찌할 도리가 없을 때, 그런 감정을 느낀다.



국가에 제공해야 할 의무를 다한다는 것은 해야 할 일이다. 또한 이 모든 활동의 본질은 나의 주권을 박탈당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것이 사실임에는 논쟁의 여지가 없다. 힘에 의해 인간 고유의 무언가를 박탈당한다는 것은 개인에게있어 처음에는 무력감을 심어주며, 깨어있는 사람에게는 종래에 분노를 일으키게 한다.


군부대에서 내게 제공해 준 모든 것들은 상당히 발전했다. 밥을 잘 챙겨 주셨고, 친절하셨으며, 우리의 편의를 위한 여러 가지 물품과 시스템들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 점에 감사할줄 알지만, 나는 인간 본연의 자유를 추구하는 감정에 대해 논하고 싶은 것이다.


만약 오늘 내가 피로를 이겨내고 이 글을 쓰지 않았더라면, 나는 생산성 없는 24시간을 살았던 것이다. 대부분의 훈련 참가자들은 예비군 훈련 기간 동안 그렇게 시간을 날려먹을 것이다. 나는 그게 너무 분노스러워서 글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



자유라는 것은 돈으로 살 수 있다. 이른 나이에 그런 능력을 보유할수록 좋다. 나이가 들수록 그 단계에 이르기가 어려워지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우리의 나이대별 노동력의 가치와 거시적인 인플레이션 때문에 그러하다. 감상적으로 논하는 것이 아니다. 수치를 본다.)


젊은 지금에야 군의 의무를 다한다는 핑계 삼아 남들에게 무능해 보이지 않게끔 하려는 얕은 수작이 먹힐 수 있다. 군에서도 나를 더 이상 그리 찾지 않을 나이가 되고, 그때도 자유를 구입할 수 있는 능력이 부재하다면.


그때 가서는 뭐라고 변명을 할 수 있을까.


뭐라고 한들, 남들이 관심이나 가질까.


나는 이게 사람 인생에 있어서 경술국치와도 같다고 생각한다. 주권침탈이 고착화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젊음과 시간에 대해 대충 여기고 마구잡이로 연소시켜 버리는 것을 보면, 심려스러움이 드는 게 아니라 혐오스럽다. 그들에게도 지켜내야 할 가족들이 있을 것이다. 내게 내가 책임을 다해 지켜내야 할 가족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논리와 이성을 가지고 핏줄과 우방에게 책임을 충실히 다하는 것. 그래서 공동체에 풍족함과 평화를 건설해 주는 것. 나는 그런 것들이 선이라고 믿는다. 명예라고 믿는다.


그런 것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인생을 사는 의미가 무엇이 있나.




사람들이 화를 낼만한 일에는 화를 냈으면 좋겠다. 그리고 화가 나면 그것을 사회에서 악한 방향으로 풀 것이 아니라, 생산적인 일에 스스로를 몰입시켜 사회에 도움이 되면서도 스스로의 이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애를 썼으면 좋겠다. 바람이다.


나는 훈련 쉬는 시간에도 오늘의 검색 키워드가 뭔지, 어떤 글을 써낼지, 수방사에 청약 일정과 현황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파악했다.(치열한 일반공급 경쟁으로 서버가 터져나가고 있었다. 고작 15세대에 10만명은 부대낄 것이다.) 훈련장의 에어컨 시설이 서울시에서 무상지원을 한 것임을 알아챘고, 장병들의 도시락을 보급하는 업체의 동선과 상호를 기억했다.


나머지 인원들은 연거푸 담배를 피워댈 뿐이었고, 폰으로 게임과 여자 아이돌 치마 살랑거리는거나 쳐다보고 있었다.


왜 힘이 없는 자기 인생에 결핍을 느끼지 못하고, 주권을 침략당하는 것에 분노를 품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나의 구독자 여러분들은 그런 사람들이 아니라 믿는다. 우리는 언제나 전진하며 명예를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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