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치는 무엇인가.

by 언더독

최선을 다했다. 지나간 어제도. 지금은 새벽 2시를 지나고 있다.


데이 타임에는 사업을 잘 해보려고 매진하고, 미국장이 개장하면 주가를 살피느라 글에 '순수한 생각'을 담아보는 시간이 한동안 없었다.


매거진 이름이 '투자와 사업하는 29세'이기는 하지만, 일을 벌리기 전에는 '순수한 생각'을 자주 쓰기도 하였다.


순수한 생각을 적는 것에는 장점이 있다. 인생을 보다 넓게 보는 관점을 잠깐이나마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나를 포함한 우리는 인간이며, 당장의 눈앞에 이익, 일에 시선이 가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가끔은 멀리서 볼 필요도 있다. 넓게 보면 그게 죽으러 가는 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나는 조직에 소속되지 않은 삶을 스스로 원해 살고 있다. 왜 이렇게 된 걸까. 시작은 무엇이었을까.


이제껏 살며 만나게 되었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생각해보면, 네댓명의 인물이 기억난다.


항해사 시절 상사로 두었던 선장 A와 B가 있고, 1등 기관사 C가 있었다. 그리고 중고등학교 시절 다니던 당구장 사장님이 있다.



선장 A는 물리적, 언어적 폭력성이 심하여, 아랫사람은 물런이거니와 윗사람들조차 꺼려하던 사람이었다. 사건사고가 많았다. 스스로가 괴물이 된 채, 자신만 스스로가 괴물이 아니라며 믿고 사는 사람이었다.


960full-the-curious-case-of-benjamin-button-screenshot.jpg


아랫사람들을 때리고 쌍욕을 하여 회사에서 명줄이 간당간당한 사람이었고, 인사팀에게 주는 뒷돈으로 어찌저찌 명줄을 잡아가던 캐릭터였다. (인사팀은 밖으로는 이런 사람을 욕하지만, 사실 좋아라한다. 약점이 많아 꺼림직하고 피뭍히는 일에 군말 없이 투입시키기 제격이기 때문이다. 별하나 더 단다고 달라질 것 없다는 논리였다.)


선장 B는 청년기에 자기 사업을 하다가 한번의 성공, 한번의 실패를 경험하고 온 사람이었다. 말수가 거의 없었으며, 행동이 칼 같았기에 무게감이 있는 사람이었다. 실력도 상당히 좋았다.


새벽에 등화관제를 하고 조타실에서 항해를 하다, 말수도 없던 양반이 별안간 나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MV5BMTk0MDQ2NTI2MV5BMl5BanBnXkFtZTcwMTY1OTUxMg@@._V1_.jpg


이렇게 꼭 죽을 날만 기다리는 것 같다.


이게 벌써 5년 전 일인데, 어제 있었던 일처럼 생생히 기억이 난다.


1등 기관사 C는 회사에 충성과 열정을 다하는 활기찬 30대 가장이었다. 일을 잘하고 열심히 했다. 진급 시즌이 되었고, 부조리하게 진급이 누락되는 모습을 보았다. 누가봐도 회사 업무 기여도는 C가 높았으나, 타 회사에서 갓 이직해온 동 직급 기관사가 진급을 한 것이었다.


표면적인 이유는 그 사람이 나이가 더 많다는 것이었다.(뒤에서 뭔가 오고간게 있었을 거라 본다.)


몇 일을 술 담배에 쩔어 있던, 덥수룩 수염의 산 송장을 한 그의 모습이 기억난다.



고등학교 때, 아버지 회사가 부도났었다. 술집과 노래방, 당구장이 있는 거리의 상가 3층에 살았었다. 애초에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살았던 동네였다. 주공아파트도 많았다.


몇몇 단지에는 은퇴한 조폭들이 숨어서 조용히 살고 있었다. 내 집앞의 당구장 사장님도 은퇴한 조폭 중 한 명이었다. 사시사철 팔토시를 끼고 다녔는데, 그 속에는 용가리가 몸통을 뒤틀고 있었으며 칼자국이 많이 있었다.


가끔 덩치큰 기도들이 당구장을 찾았고, 농담이라고 한다는 소리가 '아직 안죽고 살아있네예?' 였다.


그 사장님은 나를 좋아하셨다. 공부 잘한다고. (당시 나는 사관학교를 준비했었다.)


내가 당구장가면 항상 "자기야 왔나?" 해주셨다. 사이다도 공짜로 한잔 씩 주시곤 했다.


가끔은 그 분이 우울해보일 때가 있어서, 농담삼아 당구장 하루 봐드릴테니 하루 쉬다 오시라 했는데 그때 내게 말씀하셨던 문장이 기억난다.


인생은 원래 쳇바퀴라. 매일 똑같이 도는거야.


나는 이런 사람들도 만나보고, 진짜 성공한 사람들도 만나보았다. 자신만의 대제국을 건설한 사람들 말이다. 한 달에 몇 억 버는 건 일도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쩌면 나의 가치는 이 두 부류 사이의 간극을 잘 설명하여, 성공이라는 것이 무엇이고 자유라는 건 무엇인지에 대해 관찰한 결과를 대중에게 제시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스스로 성공하기위해 매순간 부단히 발버둥 치는 삶을 살 것이기는 하나, 늘 말하듯 나는 성공을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믿지 않는 사람이다.


가장 비극적인 골짜기에서 끝까지 처절한 싸움을 벌이는 용기있는 자들에게 자격이 주어지기는 하는 것이나, 하늘의 선택을 받아야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연 나는 선택 받을 수 있을까.


하늘만이 알 일이다.


MV5BMjE1NTEyNzQxNl5BMl5BanBnXkFtZTcwMTQ1OTUxMg@@._V1_.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압박 내성과 스트레스 저항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