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언더독 Jun 19. 2024

현명한 투자자

투자랑 하나도 관련 없는 이야기

상황이 어렵고 희망이 안보일수록 생각해야 하는 것이 있다.


나는 이런 말을 할 자격이 된다. 삶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이미 대다수의 사람들이 가보지 못한 바닥을 수차례 다녀와보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가난에서 기인한 일이었다. 그것은 위험에서 기인한 일이었다. 그것은 불화에서 기반한 일이었다. 그것은 부조리에서 기반한 일이었다. 


0원과 가난, 폭력, 위험이 시작이었다. 서른이 된 나는 통계적 평균 이상의 자산을 만들었다. 그리고 우상향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금 내 주변에는 성실하고 충직한 소수의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다. 불성실하고 충직하지 못한 사람들은 없다.


그러니까 한번 더 말하지만, 나는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다. 직접 해봤으니까.





살다 보면 최악의 상황이 펼쳐질 때가 있다. 기본적인 의식주가 불가능하고, 처참한 멸시를 겪을 때가 있다. 가족이 원수가 될 때가 있다. 믿었던 여자가 배신을 할 때가 있다. 믿었던 친구가 등 뒤에서 칼을 들고 찌르려고 하는 때가 있다. 


나는 알고 있다. 그게 무엇인지.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지. 또 어떤 다른 방향으로 튀어나갈 수 있는지도.


만약 이게 현재의 당신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라면, 지금부터 내가 쓰는 글을 잘 보기를 바란다.




제일 먼저 머릿속에 떠올려야 할 것이 있다. 


당신이 그러든 말든, 아무도 신경 안 쓴다. 정말이다.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올려야 할 것이다.


스스로는 스스로만이 일으킬 수 있다. 스스로는 스스로만이 자멸케 할 수 있다. 이것은 선택의 문제이다. 이 말은 즉슨, 나중에 남탓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누가 당신 보고 일어서라고 강제한 사람 없으며, 누가 당신 보고 더 심하게 자멸하라고 부추긴 사람 없다. 


당신이 선택하고, 당신이 책임진다. 잘 돼도 당신 탓, 못 돼도 당신 탓인 것이다.


이걸 제일 먼저 떠올려야 한다.





그다음 해볼 생각은 어디다가 꼬라박아볼지 정하는 것이다. 


이 엉망진창의 시나리오에서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은 역시나 엉망진창이다. 어떤 먹물쟁이들은 긍정이니 희망이니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해대며 책을 내고 강연을 하여 돈을 번다. 나는 그 사람들이 진정 실제 나락에서 불가항력적으로 나뒹굴어본 경험이 있는지 심히 의심된다. 


나는 이게 100% 개소리라고 생각한다. 


엉망진창은 엉망진창이다. 당장 먹을 음식이 없고, 당장 몸 누일 지붕 아래가 없으며, 당장 가족이 절단이 나있는데 무슨 긍정은 얼어 죽을 긍정인가. 


엉망진창의 감정은 바꿀 수 없다. 그건 자동차 부품이 아니다. 갈아 끼운다고 갈아 끼워지는 게 아니다. 내 말은, 이 감정을 그대로 안고 어느 웅덩이에 꼬라박아볼지 정할 수는 있다는 것이다.





가장 쉽고 간편한 웅덩이는 더 강하게 자멸하는 웅덩이다. 본능대로 하면 되는 것이라서 쉽다. 술 먹고 얼마 있지도 않은 돈으로 여자를 사고, 돈이 없으니 범죄 비슷한 것에 연루되는 것이다. 그리고 구치소 가면 된다. 


힘든 노력이 필요한 웅덩이가 있다. 이것을 이야기하기 전에 잠시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중간은 없다. 중간은 없냐 하면, 중간이라고 하면 현상유지이기 때문이다. 현상유지라는 것은 그 자리 그대로 머무르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불가능하다. 당장 음식이 없고, 당장 몸 누일 지붕 아래가 없어서 그렇다. 어디에 있을 것인가. 길에서 거지가 될 것인가. 배도 고플 것이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이 조건을 견디며 현상유지하기는 어려울 확률이 대단히 높다.


그래서 중간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힘든 노력이 필요한 웅덩이를 말해본다.





세상은 엄청나게 불공평하다. 이게 마음에 들든, 그렇지 않든 바뀌지 않는다. 


부자들은 모두가 사악한 것이 아니다. 나는 가난한 동네에서 자라 여기까지 왔다. 내 주변에는 이미 부자들이 제법 있다. 


오히려 가난한 동네에서 사악한 사람들을 많이 봤다. 남이 뼈 빠지게 노력해서 잘되면 배 아파하고, 가진 사람 보면 아무 이유도 없이 네가 제법 가졌으니 뭘 좀 베풀어라는 소리부터 습관적으로 입에서 나오는 인간들 말이다. 거지근성에 물들어 있는 인간들에게는 역한 냄새가 난다. 이것은 지극히 나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이다. 


힘든 노력이 필요한 웅덩이는 확률의 게임이다. 지능의 문제이다. 


사람이 정말로 극도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면, 외부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그리고 이 외부의 도움을 끌어올 수 있는 확률을 높이는 방향이 따로 있다. 


남의 도움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보려는 처절한 움직임을 취하는 것이다.


이게 실제로 효과가 있고 말고는 중요한 게 아니다. 사실, 그 방면에서는 정말 의미가 아예 없는 헛수고일수도 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이걸 제3자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는 타인들이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무인도에 살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누구를 도울만한 품이 되는 사람 또는 그럴 품은 안되더라도 이타적인 영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이 사람들도 결국에는 사람이다. 


게으르고 성실하지 않으며 애를 쓰지 않는 사람을 왜 자기 돈과 시간을 들여 도우려 하겠는가. 그네들 삶에도 그네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정말 어려운 상황 속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네발로 땅바닥을 기어서라도 어딘가를 향해 가보려고 하는 절실한 사람을 보면 돕고 싶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어려운 로켓 과학도 아니고, 어려운 주식 이야기도 아니다. 사람 마음에 관한 역학적인 이야기일 뿐이다.





그러니 힘든 노력이 필요한 웅덩이라고 함은.


그럼에도 스스로를 정리 정돈해 보려는 노력을 하는 것을 말한다. 신발끈이라도 단정하게 묶으려고 해 보는 것을 말한다. 씻을 곳이 없더라도 공용화장실에 가서 세수라고 하고 머리라도 정리해 보는 것을 말한다. 허름한 신문배달소에 가서 볼품없는 일자리라도 알아보는 것을 말한다. 남들이 모두 하대하는 청소부 일자리라 할지라도 일절 마다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그렇게 쌈짓돈을 모으면, 그래도 조그만 원룸이나 고시원 생활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그러면 조금이라도 더 잘 씻고 다니고, 옷이라도 가지런히 다닐 수 있는 것이다. 


그 자체는 큰 의미가 없는 것이 맞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은 타인의 도움을 끌어들일 수 있는 확률을 높인다. 이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이 이야기는 바보라도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저런 건 당장 수중에 돈이 없더라도 할 수 있다. 물리적으로 가능하다. 


이 선택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가능한 선택지를 선택하지 않은 당신의 책임이 된다. 아무도 그걸 못하게 말리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기억해 보면, 나는 귀인들을 몇 명 만났다. 내가 가장 어려울 때, 몇 명이 있었다. 


가령.


고등학교 때 버스비가 없어 다 녹슨 자전거를 타고 등교를 할 때가 있었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할머니를 피하려다 좁은 틈에 바퀴가 끼어 몇 미터를 날아간 적이 있다. 굴렀다. 교복이 찢기고 팔목이 나가고 무릎에서 피가 났다. 하필이면, 그날이 중간고사 둘째 날이었다. 


옆에 있던 주유소 직원들이 튀어나왔다. 아저씨들이 나를 병원으로 데려가려고 했다. 나는 그들을 뿌리치며 그 상태로 죽자 살자 절뚝거리며 학교를 갔다. 시험을 봤다. 오른손이 바보가 돼서, 왼손을 덜덜 떨며 OMR 답안지를 채웠던 기억이 난다. 친구들은 나보고 북한 다녀왔냐며 우스워했다.


시험이 끝나고 모두가 학교를 떠날 때, 나는 하교하지 않았다. 어차피 집에 돌아가봐야 희망이 안보였기 때문이다. 빈 교실에 멍하니 피딱지를 온몸에 붙인 채 그저 넋을 놓고 앉아있었다. 


그때 거지꼴을 한 날 보고 내 사정을 물어봐주신 선생님 한 분이 계셨다. 


그분은 고등학교 내내 날 지원해줬다. 물심양면으로. 그러면 공부를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사람새끼라면.


아무튼 이런 선순환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지능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신상에 이롭다. 


이것은 감동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지능에 관한 이야기이다.


내가 왜 당장 돈도 안되는 글을 이렇게 열심히, 꾸준히, 절실히 쓰고 있을까? 


다 썼다. 이제 푸시업 하러 가야겠다.


휘버스 - 그대로 그렇게

https://www.youtube.com/watch?v=w5UtcEHwmQg


'언더독'의 2번째 원고(한글) < From Zero > : https://kmong.com/gig/580431


언더독 총회 <제1회> 카톡 오픈 채팅방 URL : https://open.kakao.com/o/gLGt97wg

입장 비밀번호 : 1995


*채팅방 내, 프로필 이름을 각자의 브런치 계정 이름으로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위치, 날짜, 시간, 비용은 톡방 공지에 있습니다.

*19일 11pm 기준, 잔여좌석 1개입니다.


이전 07화 나에게 황무지를 주시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