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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더독 Jul 14. 2024

저 인간이 또 도졌구나.

잠이 안 오면, 글을 쓰면 된다.


잠이 와도, 좋은 심상이 떠오르면 글을 써야 한다. 


보통 주말에 로드가 덜 걸리는 편이기에, 토요일 새벽이 오면 깊은 생각이 우러나오는 편이다.




신은 종종 우리에게 시련을 준다는 말을 여기저기서 자주 쓴다.


나는 잘 모르겠다. 개인적인 역사 때문에 잘 모르겠다고 한다. 신은 내게 종종 시련을 주지 않았다. 같은 시간 대비, 빈도가 높게 시련을 주어왔다. 그래서 공감이 안된다. 이것은 적지 않은 타인들에게도 그렇지 않나 싶다. '종종'이라는 말이 머리에 안 들어오는 것이다. '눈만 뜨면'이면 모를까.


그리고 시련이 오면, 사방에서 여러 가지로 동시에 온다. 이때, 그 사람의 본모습이 나온다. 


내가 왜 지금의 상태가 되었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여러 가지 악재가 동시에 터지면, 각성한 이성을 발휘하고는 한다. 이것은 강제적인 훈련의 결과이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불어닥친 위기는 내 유년기와 청년기를 어둡게 물들여놓았다.


기본적인 의식주를 행할 수 없는 수준까지 밀려나거나, 죽음의 문턱 앞까지 밀려났을 때, 내 뇌는 상했다.


상했다고 말하는 게 적절한 것 같다. 변했다가 아니라. 


배가 고프고 씻지 못하는 상태가 되면 분노에 휩싸인다. 산업 사고를 코 앞에서 모면하게 되면, 아드레날린이 솟구친다. 


보통은 분노에 이성을 잃는다고들 한다. 내가 보통 사람이 되지 못하는 것은, 분노에 이성을 잃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분노하면 광적인 이성을 발현한다. 그러니 뇌가 상했다고 한다.





이 특이점에는 장단점이 있다. 


장점은 위기가 와도 할 일을 한다는 점이다. 엄청난 악재가 발생한 것을 호재로 돌리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의 피해만 입을 수 있도록 조치할 수 있다. 희망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도 최선의 행동을 이어갈 수 있다. 그래서 10번 중에 1번 정도는 기적처럼 기세를 반전시킬 수 있다.


단점은 성격이 거칠어진다. 나는 애연가이고, 나와 같은 색깔들도 자기 파괴적인 습관 하나씩은 달고 있다. 건강에 관심이 별로 없게 된다.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사회성도 떨어진다.(오죽하면 내 어머니는, 대학생 시절 내 지갑에 몰래 부적을 넣어뒀었다. 술 마시고 싸우지 말라고.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여러 성향의 사람들이 나의 글을 본다. 각자가 겪은 인생이 모두 달랐기 때문에, 머릿속에 든 기준들도 모두 다를 것이다. 여자의 뇌와 남자의 뇌가 다른 것도 포함해야 한다.


나를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나도 안다. 이제껏 살면서, 나를 이해할 수 있었던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그리고 그런 손에 꼽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중에 여자는 없다.(내 글을 꾸준히 봐주는 소수의 내 또래 여성들은 높은 확률로 정상이 아닐 것이다. 이것은 칭찬이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라고 부탁할 것도 없다. 내 생각이 무조건 맞다고 할 생각도 없다. 그럴 기운도 없고.


다만, 그저 나를 이용하라는 것이다. 스스로의 이득에. 


그리고 그냥 잊어버리라는 것이다.


나는 결이 비슷한 상황에 아주 많이 갇혀보았다. 그 결이라고 함은, 심각하게 부족한 자원으로 최고 효율을 내어야만 하는 조건을 뜻한다. 내 30년은 그 훈련의 연속이었다. 물론 강제 훈련이었고. 


그것이 내 30년이었다. 얼마나 잘하겠는가. 


앞 차 매연 냄새만 맡아도, 차가 굴러가지는 경지니까.


그러니 또다시 내가 이해하기 어려운 글을 쓰더라도, '저 인간이 또 도졌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넘기면 된다. 독자 서로가 댓글을 달며 다툴 필요가 없다. 나와도 다툴 필요가 없다. 여러분과 나의 인생에는 그것보다 중요하고 시급한 일들이 있을 것이다. 그걸 하러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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