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맛 좀 알고 갈께요~

by 시작이 반이다

처음 이곳의 이름을 보았을 땐 왠지 모를 간질거림이 느껴졌다.

“커피 맛을 조금 아는 남자”







처음엔 농담 같았다.

이름이 너무 길어서 웃음이 났고,

유투브 채널 같기도 했다.

가게 앞에는 노란 피부에 갈색

앞치마를 두른 덩치 큰 남자가

서 있었다
이름은 긴데, 표정은 단순했다.

언뜻 보면 장난스러운 듯 보였지만
그 안에 묘하게 진심이 느껴졌다.










바깥에서 보았을 땐, 적색 벽돌의 존재만이 눈에 들어왔다.
클래식한 공간이 펼쳐지겠구나, 아무 의심 없이 그렇게 믿었었다.

하지만 문을 여는 순간, 나의 상상은 천천히 깨지고 다시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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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함이 주는 묵직함보다는 생각보다 가볍고,
의외로 현대적인 모습이 보여졌다.



기둥 아래 손바닥만 한 조약돌이 조심스레 깔려 있었고

가게 곳곳에는 젊은 색을 머금은 테이블과 의자들이 놓여 있었다.
문 옆에는 오렌지 빛 잡지 한 권이 놓여 있었는데, 그 색 하나만으로도
이 공간은 ‘오늘’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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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란 혈기와 젊은 감각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게 베어 든 카페.
그런 조화는 커피 한 잔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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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커피 장인들이 추구하던 강렬한 맛의 밀도 속에 현대적인 세련됨과

깔끔한 마무리가 공존하고 있었다. 강렬하면 여운이 남기 어렵고, 깔끔하면

깊이가 부족하기 쉬운데 그곳엔 두 감각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그는 아마 세상의 모든 맛을 품고 싶어 했던 욕심꾸러기였을 것이다.
쓴맛과 단맛, 부드러움과 묵직함,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취향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커피.
그것은 모든 세대의 입맛을 감싸 안으려는, 완벽을 향한 작은 고집이었을지 모른다.

나는 그 여정의 끝에서, 잠시 그가 그려낸 풍경 속을 걸어온 관객이었다.


마치 누군가의 꿈 속을 여행한 몽환의 여행자처럼,

다음에도 새로운 꿈과 맛이 찾아오길 조용히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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