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ke off - 청결의 끝판왕
조용한 골목길의 오후 3시.
햇살이 기운을 잃고
공기엔 느릿한 피곤함이 감돌았다.
‘그냥 평범한 빵집인건가?’
하지만 가까이 다가선 순간, 마음이 살짝 멈췄다.
깔끔한 내부 속에 하얀 유령처럼
소리 없이 움직이는 무리들이 보였다.
묵묵히 빵을 굽는 사람들.
병원에 온 것 처럼 하얗게 정돈된 그곳에서,
빵은 환자처럼 소중하게 다뤄지고 있었다.
마스크와 위생모로 얼굴을 숨긴 이들,
마치 순백의 실험실을 지키는 수호자 같았다.
그 엄숙한 의식에 손님들도 자연스레 동참해,
빵을 집기 전 위생장갑을 나지막이
끼워야만 했다.
보이지 않는 예의가, 이곳의 공기를 더욱
깨끗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이곳에선 ‘빵’이라는 단어 앞에 ‘존중’이라는
마음이 자연스레 따라붙었다.
가지 샌드위치를 골랐다.
평범한 이름이었지만, 첫 입을 베어 물자
바질이 풀잎처럼 속삭였고
루꼴라는 산들바람처럼 혀끝을 스쳤다.
치즈는 부드럽게 녹아들었고,
토마토 피클은 작은 태양처럼 입안을 환히 비췄다.
“이 빵, 그냥 만든 게 아니구나.”
내가 한 말인지, 사장님의 자부심이 흘러든 건지 모를 속삭임.
빵 하나에도, 시간과 온도,
손길과 마음이 담겨 있었다.
그날의 커피는 그 모든 걸 정리하듯
입안을 조용히 감쌌다.
대전의 한쪽 골목에서,
나는 빵을 통해 새로운 영혼을 만났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그 가지 샌드위치를
그리워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