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ffee Bar - 따뜻한 개방감
비가 조용히 내리던 평일 아침,
전주 중화산동 어귀의 그곳을 다시 찾았다.
구정 즈음, '갈까?' 하다 문이 닫혀 돌아섰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날의 아쉬움이 아직도 잔상처럼 남아 있었는지
문이 열려 있는 걸 확인하는 순간, 괜히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 다행이다.
오늘은 문이 열렸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카페는 아직 고요했다.
아이보리빛 벽면과 러프하게 마감된 천장이
낮고 묵직한 조명 아래에서 온기를 머금고 있었다.
가장 먼저 반긴 건 프레임 없이 탁 트인 창
너머로 들어오는 부드러운 빛이었다.
탁자와 의자가 놓인 넓은 홀 마지막엔
벽면에 기대 선 채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무 선반이 하나 보였다. 그 위에 있는 와인병들.
그 모든 것이 차분하게 나를 맞아 주고 있었다.
에스프레소 한 잔을 먼저 주문했다.
풍부한 크레마 위로 스치는 쌉쌀한 향.
설탕 없이도 좋았다.
입안에 맴도는 에스프레소 한잔
오늘 하루를 단단하게 만들어줄 것만 같았다.
다음은 흑임자 크림라떼다.
낯선 듯 익숙한 그 맛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떠먹었다.
크림은 달지 않았고,
한 수저를 파내도 단면이 흐트러지지 않을 만큼 차분했다.
쫀득한 결, 그리고 짙은 향.
점점 얇아지는 크림 아래로 커피와 우유가 섞이며
입안에서 또 다른 이야기로 이어졌다.
크림을 잔뜩 묻힌 윗입술에 혼자 피식 웃음이 났다.
“이거, 그린라이트인데?”
카페 안쪽, 와인병들 사이로 숨은 공간도 발견했다.
인공 조명이 더해진 아늑한 자리.
노트북을 펴 두고 작업하기에 더없이 좋을 듯했다.
조용한 음악,
지나치지 않을 만큼의 적당한 소음.
아마, 다음엔 이 자리에 앉게 되겠지.
자리로 돌아오다 카운터 너머,
빛이 스며든 오븐이 보였다.
이곳에서 디저트가 하나둘 태어나고,
차가운 쇼케이스 속으로 옮겨지겠지.
어쩐지 혼자보단,
누군가와 함께 먹고 싶은 맛일 것 같아서.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와인 한 잔 곁들일 수 있는 저녁에
다시 한 번, 이곳을 찾고 싶다.
아니, 꼭 그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