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어딜 가서든 자신감 넘치고 당당하게 지냈으면 하는 것은 모든 부모님들의 바람일 것입니다.
모든 아이가 당당하게 지낼 수 있다면 너무 좋겠지만, 기질적으로 혹은 어떠한 계기로 인해 소극적이고 긴장감, 불안감이 높은 아이들도 많이 있습니다.
이러한 아이들을 지도하는 것은 답답하고 속상하며 때로는 안쓰럽고 마음이 아플 것입니다. 친구한테 가서 인사하는 게 뭐가 어렵다고, 선생님에게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게 뭐가 어렵다고 왜 못하는 것인가 싶지만, 이런 것들이 너무나도 어려운 아이들이 있습니다.
별 일 아니지만 긴장감, 불안감이 높은 아이들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지도의 첫걸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 회차에서는 이러한 아이들을 좀 더 효과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다루어보려고 합니다.\
예전 교사 시절 긴장도가 높은 아이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당시 그 아이는 5세였으며 잘 웃고 미소가 예쁜 아이였습니다. 하지만 말수가 많지 않았고 발음이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또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는 것을 힘들어하여 재밌게 놀고 있는 친구들을 바라보는 날이 많았습니다. 친구들과 놀고 싶은 마음이 커서 가정에서 부모님에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곤 했고, 부모님께서 저희에게 잘 놀 수 있도록 지도를 부탁하였습니다.
긴장도, 불안도가 높은 아이의 특성을 먼저 살펴본다면
1. 외부에서 말 수가 많지 않습니다.(말을 하지 않기도 합니다.)
2. 불안을 감추기 위해 미소를 더 많이 보여주기도 합니다.
3. 가정에서는 자신의 의사를 잘 표현합니다.
4. 다른 사람들을 관찰합니다.
5. 학원에 가거나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을 꺼려합니다.
6. 자신의 의사를 말로 표현하는 것보다 글로 쓰는 것을 더 편하게 느낍니다.
7.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합니다.
8. 친한 친구가 생기면 그 친구에게는 자신의 생각을 편하게 말합니다.(친구가 많지는 않습니다.)
9. 의사표현을 명확히 하고 싶지만 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10. 참을성이 많습니다.
11. 완벽주의적인 성향인 경우가 많습니다.
12. 부모님의 어린 시절을 살펴봤을 때 비슷한 경우가 많습니다.
긴장도가 높은 아이가 기관 생활을 잘할 수 있게 도와주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이에게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는지 물어보는 건 의미가 없었습니다. 어떠한 질문을 해도 미소로 일관하며 자기 의사를 표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심도 있는 대화를 하며 친해지길 원했지만 쉽지가 않았습니다.
방법을 찾지 못해 고민을 하던 중 긴장도가 높은 아이가 A라는 친구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A에게 긴장도가 높은 친구와 바깥 놀이 시간에 함께 해 줄 수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A는 흔쾌히 허락했으며 그날 바깥 놀이시간에 긴장도가 높은 친구는 A와 A의 친구들과 함께 신나게 뛰어놀았습니다. 바깥 놀이 시간이 끝난 후 A와 A의 친구들, 긴장도가 높은 친구들에게 함께 노는 모습이 얼마나 보기 좋았는지, 내일은 무엇을 하고 놀이를 할지 함께 이야기 나누며 독려하고 마무리하였습니다.
다음날 바깥 놀이 시간이 되자 A와 A의 친구들이 먼저 긴장도가 높은 친구에게 다가가 함께 놀자고 제안하였습니다. 교사들도 함께 놀이에 참여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긴장도가 높은 아이는 실내가 아닌 바깥에서 뛰어놀며 친구들과 어울리니 부담감이 없어 보였습니다. 물론 놀이의 주도는 A가 하였지만 긴장감이 높은 친구는 함께 놀이하는 것이 즐거웠고, 먼저 주도하는 것이 부담이었기 때문에 괜찮아 보였습니다.
교사들은 계속적으로 재밌는 놀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함께 놀이하는 것을 독려했으며, 어느새 보니 교실놀이에서도 그 아이들이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긴장도가 높은 아이는 학기가 끝날 때까지 말수가 늘거나 놀이를 주도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친구들이 생겼고 그 친구들과 함께 무언가를 한다는 것에 즐거움을 느꼈으며, 부모님께서도 아이가 좋아한다며 다행이라고 하셨습니다.
저의 경험담은 이렇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구나 라는 것을 보여드리기 위한 예시입니다. 같은 상황에 있는 아이들이라면 이러한 방법을 통해 조금 더 친구들에게 다가가고 즐거운 생활을 할 수 있게 도와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른 경우들도 많기 때문에 다양한 특징에 따른 지도방법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려 합니다.
1. 완벽주의적 성향의 아이는 긴장도와 불안감이 높을 수 있습니다.
완벽주의적 성향의 아이들은 뭐든지 완벽하게 해내고 싶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수하거나 못하게 될까 봐 두려워 긴장도가 높아집니다. 이러한 아이들은 누구든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것, 실수는 수정이 가능하며 실수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이 많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한 활동을 부모님과 함께 하며 과정의 즐거움을 느끼기, 부모님의 실수담 듣기, 부모님이 실수를 한 뒤 수정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인전집 읽기(노력을 통해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 등을 하며 마음가짐을 바꿀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2. 말 수가 없는 아이에게 말을 하라고 강요하지 마세요.
밖에서 인사도 잘하고 얘기도 곧 잘했으면 좋겠는데 말을 하지 않는 아이 때문에 답답하실 것입니다. 부모님 입장에선 말하는 게 어렵지 않다고 느끼기에 아이에게 강요하게 되는데 아이들 입장에서는 입이 떨어지지 않는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어렵게 느끼는 아이에게 강요를 하거나 꾸짖게 된다면 사람들을 만났을 때 긴장도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외부에서 하고 싶었던 얘기를 집으로 돌아와 편하게 말해본다던가, 사람들을 만났을 때 편하게 대화하는 모습을 부모님께서 직접 보여주신다던가, 아이가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됐을 때 경청하고 격려해주시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특히 외부에서 말하지 않는 아이를 사람들 앞에서 꾸짖거나 비난하며 채근하는 것은 절대 피하셔야 합니다. 인사를 하지 않거나 말을 하지 않는 것을 궁금해하는 어른들이 있다면 그분들에게 정중히 아이가 마음으로 이야기하고 있으며 준비가 되는 날 하게 될 것이라고 대변을 해주시며 양해해주시길 부탁해주세요.
3.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미리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유치원이나 학교 등 사회에 나가게 되면 내가 생각하지 못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그랬을 때 긴장도가 높은 아이들은 그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어려워하며 상황을 피하고만 싶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리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과 대처방법을 이야기 나누어본다면 좀 더 상황에 대해 유연하게 행동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성동화를 통해 다양한 사건을 만나본다던가, 뉴스나 부모님의 경험담을 통해 인간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이야기 나눠보며 먼저 경험해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4. 기관에 가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들은 하루의 일과를 미리 파악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불안도가 큰 아이들은 아침마다 낯선 공간에 가게 되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느낍니다. 익숙하고 편안한 집을 떠나 낯선 기관으로 가야 하는 것이 두렵고 떨릴 것입니다. 매일 다니던 기관이지만 불안도가 높은 아이들은 매일이 새롭습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아침마다 기관의 하루 일과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며 막연한 두려움을 낮추고, 좋아하는 놀이, 친구, 활동이 있다면 그것을 얼마나, 어떻게 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세요. 두려움은 눈에 보이지 않을 때 보다 눈에 보일 때, 내가 컨트롤할 수 있을 때 더 줄어듭니다.
그래도 아이는 매일 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알려주시며 아이의 마음을 다독여주신다면 울음은 계속 표현될지라도 마음은 좀 더 편안해질 것입니다.
5. 부모님의 어린 시절을 들려주세요.
부모님 중 불안도가 높았던 분이 계시다면 어린 시절 불안해서 힘들었던 때의 일화를 재밌게 들려주세요. 그때는 불안도가 있었지만 어떤 과정을 통해 극복했고 지금은 어떻게 대처하고 계신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신다면 아이에게는 좀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6. 아이가 스스로 극복할 때까지 넉넉하게 기다려주세요.
불안감이나 긴장도는 쉽게 없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위에서 말씀드린 방법들을 다 적용해도 아이는 계속 불안해할 것입니다. 하지만 서서히 마음이 편해지고 용기가 생겨날 거예요. 다양한 상황에 놓여보며 큰 일인 줄 알았던 일들이 생각보다 별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고 부모님의 따뜻한 지지를 받으면, 성장하면서 편해지는 부분들이 생겨날 것입니다.
왜 아직도 그럴까 답답해하지 마시고 아이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여주신다면 부모님이 잘 극복했듯이 아이도 달라질 것이라 믿습니다.
육아는 정말 목적지가 없는 깜깜한 터널 같습니다. 내가 생각한 대로 되지 않아 미래를 예측할 수 없고,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 했던 행동이 때론 아이에게 안 좋은 결과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하는 부모라면, 그 마음만큼은 아이가 알아주지 않을까요?
이런저런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면 다른걸 다 내려놓고 그저 사랑과 무한한 신뢰만 주어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늘 힘내시길 바랍니다.^^
더 많은 글을 보시려면 : 라엘엄마의 육아일기 (withlae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