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검사를 하다 보면 다양한 지능의 아이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높은 지능의 아이, 평균 지능의 아이, 낮은 지능의 아이, 각자 특성이 있고 각 소검사 능력의 차이가 있기에 높다고 다 좋다, 낮다고 다 나쁘다고 보기에는 어렵습니다.
각 소 검사들이 골고루 평균 이상이며 강점이 있고, 태도가 좋았다면 괜찮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곳은 아이의 능력을 보고 교육방향을 잡기 위해 오는 곳이라 매우 낮은 지능의 아이들은 잘 없습니다. 교육의 방향을 잡는다는 것은 부모님께서 아이의 교육에 관심이 있고 아이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이 되었으며 교육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보통 평균이나 그 이상이 많습니다.
지난겨울 단정한 용모의 초등학교 1학년 남자아이가 어머니와 함께 검사를 하기 위해 방문했습니다.
어머니도 깔끔한 용모였으며 무뚝뚝해 보이시긴 하였으나 편안하셨습니다.
어머니와 자연스럽게 인사를 하고 검사실로 들어와 자리에 앉았고 라포 형성을 위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밝고 안정적인 남자아이는 편안하게 대답했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검사를 시작했습니다.
검사를 시작하며 가장 먼저 나오는 소검사는 공간지각과 관련된 검사입니다. 그 아이는 아주 쉬운 공간을 지각하지 못했고 심상치 않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이후로 언어적 질문(긴 문장)에 핵심 파악을 하지 못하고 겉돌았으며, 지시 이행이 되지 않았습니다. 제 말을 이해하지 못하니 주의력은 점점 더 떨어졌고 상황을 힘들어하며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착석이 어렵고 손을 책상으로 치며 소리를 내고 눈빛은 흐려졌습니다.
그렇게 어렵게 검사를 끝냈고 결과를 처리한 후 어머니와 결과 상담을 시작했습니다.
언어이해가 어렵고 주의력이 약한 것은 어머니도 인지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심각하게 약하다고 여기시지 않았고 아이의 지능이 많이 낮을 거라고도 예측하지 못하시는 듯했습니다.
아이의 지능은 68, 상위 98%, 매우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어머니는 당황하셨고 지도방법에 대해 물어보셨습니다.
일반학교를 보내지 않고 특성화 학교에 보내시며 사교육도 적당히 시키시고 교육에 관심도 많으신데 언어적 이해와 주의력이 약한 것을 이렇게 모르셨을까.... 답답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일상 대화는 가능하니 모르시지 않았나 생각은 듭니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타인의 말과 시각적인 자료가 이해가 되지 않으니 청각적인 주의력과 시각적인 주의력이 길러질 리 없었고 늘 이상한 나라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추측됩니다.
조금 더 일찍 아이를 정확히 파악하여 언어적 능력을 향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이해력을 길러주었으면 얼마나 더 좋았을까요.
물론 이 정도의 지능이라면 조기 개입을 해도 치료가 진행되어야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다양한 사교육 속에서 길을 헤매며 힘들어하지는 않았겠지요.
어릴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교육은 언어인 것 같습니다.
타인의 얘기를 알아듣고 핵심을 파악하는 것, 그림책을 보고 그 내용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아는 것, 그 가운데서 자연스럽게 시청각적 주의력이 길러져야 하고 그것이 학습의 기본이 됩니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 다양하게 배우는 것도 좋지만 한국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문자를 익히기만 하고, 표현을 외우는 게 의미가 있을까요?
우리 아이가 언어적 이해력이 있는지 어릴 때부터 점검하고 그러지 못하다면 적극적인 개입으로 다양하게 노출해 주시어서 다른 강점을 만드는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더 많은 글을 보시려면 : 라엘엄마의 육아일기 (withlae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