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아이 양육하기, 느린 아이를 다양한 측면에서 생각하기
6세 남자아이, 지능 검사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검사 동기는 아이가 교육기관에서 느리다는 지적을 받아 4세 때, 5세 때 심리검사를 받았다고 합니다. 주의력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되어 그쪽으로 검사를 했으나 괜찮다는 결론을 얻었으나, 6세인 올해 또 유치원에서 지적을 받게 되자 인지적 불균형이 있어서 그런 건지 검사를 신청하셨다고 합니다.
첫인상은 다소 낯가림으로 인해 눈 마주침이 잘 되지 않았고 말수가 없었으나, 금방 적응했고 자신이 필요한 얘기를 스스럼없이 해주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었으며 차분하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처리속도'에 해당하는 지표의 소검사를 수행할 때는 빨리 처리해야 하는 과제이나 다소 느긋했으며 검사자에게 말을 시키기도 하고 과제를 지나치게 꼼꼼하게 살폈습니다.
전체적인 수행에서 어려운 과제는 몰입을 잘하며 주의 지속도 잘되고 해결방법의 방향성도 좋았으나 쉬운 과제에서는 실수를 하거나 꼬아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검사가 다 끝나고 검사실에서 나오기 위해 제가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그때 아이는 자신이 그린 그림을 주머니에 넣고 싶어 하였으며 제가 문을 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이를 접고 주머니에 넣는 행동을 제법 긴 시간 동안 하였습니다. 저는 끝까지 기다려 주었으며 모든 행동을 마친 아이는 걸어 나와 대기실로 걸어갔습니다.
이 아이의 어려움은 무엇일까요?
1. 빨리 처리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럴 때 내 생각과 행동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잘 모릅니다.
2. 쉬운 과제를 어렵게 생각하거나 수행 시 몰입도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3. 자신의 능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모릅니다.
4. 일상생활에서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방법 혹은 단체생활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즉 생활 감각이 약합니다.
어떻게 도와주는 것이 좋을까요?
1. 그 시간에는 그것만 하는 연습을 합니다.
무언가를 하다가 뭔가 생각이 나면 생각이 난 행동을 하다가 또 다른 생각이 나면 다른 행동을 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해야 할 일을 끝까지 마무리를 하는 연습을 하지 않으면 산만해지기 쉽고 깊이 있는 사고를 하기 어렵습니다. 긴 과정을 마무리를 하는 것은 처음부터는 어려울 수 있으니 짧은 시간(5분~10분)을 정해서 그 시간 동안 해야 할 것을 다른 생각하지 말고 목표만 생각하여 마무리 짓도록 해봅니다.
예를 들어 <5분 동안 심부름 하기>를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심부름만 한다'는 생각으로 집중하여 수행합니다.
2. 짧은 시간 동안 해야 할 일을 시간 내에 수행하지 못했을 때 왜 그랬을지 이야기 나누어봅니다.
아이가 직접 하지 못한 원인을 찾아 말해볼 수 있도록 해주시고, 어떻게 했다면 수행이 가능했을지 스스로 방안을 찾아보도록 지도합니다.
3. 쉬운 과제를 매일 반복해서 수행하도록 합니다.
짧은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쉬운 과제를 선택하셔서 풀어볼 수 있게 해 주시되, 최대한 효율적으로 풀어가는 과정을 함께 알아가는 방법을 익힙니다. 이때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것에 중점을 두시기보다, 쉬운 문제지만 몰입을 해야 한다는 것과(실수를 줄이는 것), 시간적으로 효율성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4. 상황에 따른 나의 대처법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집니다.
단체생활이나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상황에서 '상황의 맥락'을 읽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아이는 누군가가 자신을 위해 문을 잡아 주고 있을 때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상대방이 왜 문을 잡아주고 있는 것인지, 잡아준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도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물론 이런 것을 가르쳐 주지 않아도 아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배워야 하는 아이들도 의외로 많습니다. 최대한 상황을 많이 만들어서 아이에게 알려주세요.
예를 들어 A. 유치원에서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가야 하는 상황이고 친구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으며 아이는 신발을 신고 있습니다. 그럴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B. 유치원 자유놀이시간에 내가 한 영역에서 즐겁게 놀고 있는데 다른 친구도 그 영역에서 놀고 싶어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영역 활동에 인원 제한이 있어서 친구는 영역에 들어오지 못하고 아이가 하는 활동을 쳐다만 보고 있습니다. 그럴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C. 활동시간이 끝나서 다른 활동으로 넘어갈 시간이 되었는데 나는 활동을 마무리하지 못했습니다. 그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D. 내가 잘 못하는 과제가 있어서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선생님이 도와주셔서 과제 수행이 잘 되고 있는데 다른 친구들도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하고 싶어 합니다. 그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등등 최대한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을 많이 만들어서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어봅니다.
상황이 떠오르지 않으시면 기관에 계시는 선생님에게 아이가 힘들어하는 상황을 직접적으로 물어보셔도 괜찮습니다.
5. 대소근육이 원활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연습을 합니다.
대소근육이 원활하게 사용되지 않아서 느릴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아이도 소근육 사용이 원활했다면 금방 종이를 접어 주머니에 넣고 뒤따라 나왔을 것입니다. 하지만 원활하지 않았기에 느려졌고 그것을 끝까지 수행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단체생활에서는 빠르게 움직여야 할 때가 의외로 많습니다. 가정에서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지속해서 연습하고(옷 입기, 양말 신기, 단추 채우기 등) 소근육을 사용해 할 수 있는 활동을 제공합니다.(가위질, 종이접기, 끼우기 활동, 블록놀이 등)
대근육도 활발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많이 움직이고 운동을 하며 지구력도 기르고 스킬도 기릅니다. (스트레칭, 축구 등 운동게임, 태권도 등)
느리다고 하는 것은 기질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느린 아이를 빠르게 한다는 생각이 아닌 느린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더불어 편하게 생활할 수 있게 도와주신다는 것에 초점을 두고 양육하시길 바랍니다.^^
더 많은 글을 보시려면 : 라엘엄마의 육아일기 (withlae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