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이 생긴 아이, 첫 거짓말의 무게
1학년이 된 아이에게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줄 새로운 존재가 생겼습니다.
동네에서 얼굴만 알던 한 살 터울의 언니였습니다.
여러 학원을 함께 다닌다는 공통분모가 생기자 둘은 급속도로 가까워졌습니다.
꼬마미가 넘치던 여덟 살 딸아이에게, 한 걸음 앞서가는 언니의 제안과 행동은 그저 신세계였나 봅니다. 모든 것을 엄마에게 재잘거리던 아이는 어느덧 '언니와 나만의 비밀'이라는 성벽을 쌓기 시작했습니다.
사건의 시작은 거실 한구석에 설치된 CCTV였습니다.
워킹맘인 제가 아이의 하교 시간과 간식 시간을 챙기기 위해 가끔 확인하던 그 렌즈에, 낯선 풍경이 담겼습니다. 부모 없는 집에는 친구를 들여선 안 된다는 약속을 어기고 언니를 데려온 것입니다.
그날 저녁, 아이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묻자 의외의 반응이 돌아왔습니다.
미안해하기는커녕 "엄마는 왜 그걸 보냐"며 오히려 화를 내는 것이었습니다. 혼란스러웠습니다.
잘못을 지적하는 엄마에게 자기만의 사생활을 주장하며 대항하는 아이의 모습에서 낯선 성장의 냄새가 났습니다.
갈등 끝에 '안방 출입 금지'와 '학원 시간 엄수'라는 소소한 규칙들을 가르치며 일단락 지었습니다.
아이와 언니도 렌즈를 의식하며 규칙을 지키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진짜 시험대는 엉뚱한 곳에서 찾아왔습니다.
어느 날, 아이는 언니와 밖에서 놀겠다며 단지 내 놀이터에만 있겠노라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느낌이 이상해 확인한 위치 추적기 속 아이는 제가 절대 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던 단지 밖 장소에 가 있었습니다.
참고 기다리다 전화를 걸어 집으로 오라고 했습니다.
아이는 자꾸만 "멀리 있어서 시간이 걸린다"며 말을 돌렸습니다.
다시 전화를 걸었을 때, 아이는 여전히 먼 곳에 있다고 했지만 저는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위치 추적기는 아이가 우리 집 현관문 바로 앞에 와 있음을 가리키고 있었으니까요.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와 함께 들어온 아이에게 왜 거짓말을 했느냐고 묻자, 그제야 언니가 맛있는 걸 사준다고 해서 따라갔었다며 실토했습니다. 눈동자는 심하게 흔들렸고, 끝까지 발뺌하려던 아이의 입에서 나온 진실은 제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습니다.
더 속상했던 것은 아이의 태도였습니다.
자신의 거짓말을 반성하기보다 "엄마가 그걸 어떻게 알았는지"를 더 궁금해했고, 언니가 이 사실을 알게 될까 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에 왠지 모를 소외감마저 느껴졌습니다.
아이 아빠는 "다 아는 척하지 말고 모른 척 눈감아주지 그랬냐"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제게 이런 거짓말은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문제였습니다. 규칙의 중요성과 정직함의 가치를 진지하게 설명하며 아이와 반성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월령이 느려 늘 어린아이 같기만 했던 딸이었습니다.
일부러 엄마를 속이거나 규칙을 어기는 일은 상상조차 못 했던 순수한 아이가 이렇게 급변하는 모습을 보며 생각이 깊어집니다.
단호한 훈육이 예전만큼 아이의 귀에 닿지 않는다는 느낌, 잔소리로 치부하며 삐딱하게 앉아있는 아이의 뒷모습에서 저는 변화를 예감합니다.
이제는 일방적인 훈육보다 합리적인 설득과 대화가 더 많이 필요한 시기가 온 것이겠지요. 저 역시 엄마로서의 문법을 바꿔야 할 때임을 깨닫습니다.
맑고 순수하게만 키우고 싶은 엄마의 마음은 타들어 가지만, 아이는 이렇게 자기만의 비밀과 거짓말이라는 껍질을 깨며 조금씩 제 곁을 떠날 준비를 하나 봅니다.
지금도 이토록 가슴이 일렁이는데, 훗날 사춘기라는 거친 파도는 어찌 맞이해야 할까요.
오늘도 저는 자라느라 애쓰는 아이와, 내려놓느라 애쓰는 나 자신을 동시에 다독이며 하루를 넘깁니다.
"느릿하지만 씩씩하게 자라는 아이를 보며, 엄마로서 기록하고 싶었던 마음들을 이곳에 하나씩 꺼내 놓으려 합니다. 아이의 1학년 생활과 저의 마음을 담은 연재, 이제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