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슬픔에 대하여

변영주 <창작수업> 문장을 읽다

by 은지

"우리는 우리의 상처, 기억, 굴욕, 실패를 굉장히 특별하게 생각해요.
그런데 우리 모두가 살면서 상처를 받아요.
누군가는 여성이기 때문에 누군가는 가난하기 때문에 누군가는 못생겨서 상처를 받아요.
욕심이 많아서 생기는 상처도 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별의 상처는 절대로 특별하거나 다른 상처보다 우위에 있지 않아요

변영주 - 창작수업 49p"


누구나 상처받고 아파하고 슬퍼한다. 나도 무수한 상처를 받았고 아파했고 슬퍼했다. 가끔은 어떤 이의 슬픔을 보고 내 슬픔에 비해 별것 아니라고 치부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어떤 이의 슬픔이 나의 안도가 되기도 했다.

나는 언제나 누군가의 슬픔과 상처에 우열을 나누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내 슬픔과 상처는 언제나 특별했다.

언젠가는 이 모든 슬픔이 나에게만 밀려오는 것 같은 생각이 거대한 파도처럼 몰아쳐, 깊은 바닷속에 가라앉는 기분을 느꼈다.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계속해서 생기는 것인지, 다른 이에게 보여지기 위해서 행복을 연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따위의 쓸모없는 생각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눈으로 그 문장을 읽으면서 이상한 마음의 동요가 일었다. 개별의 상처들 사이에 우열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내 상처를 그 누구의 상처보다 특별한 것으로 붙잡고 싶었다.

이것을 놓는 순간 무언가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슬픔과 상처로 보낸 내 시간을 떠나보낼 수가 없었다.

내 상처가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완전히 깨달아버린 그 순간, 그때의 슬픔과 감정, 시간, 내가 느낀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릴 것만 같아서. 사실은 쓸모없이 보냈다고 생각한 그 시간을 의미 없다고 치부하기 싫어서. 그 모든 순간이 나라서. 그래서 두려웠다. 그래서 자꾸 내 슬픔에 의미를 부여하고, 특별함으로 보호하며 단단하게 움켜쥐고 있었다.

내 상처의 특별함을 놓을 수 없다면, 모든 이의 상처가 모두 특별하다고 여길 수밖에.

내 상처의 특별함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모든 이의 상처가 다 특별하다고 말하는 이 모순 속에서,

그래도 오늘도 나는 아주 조금, 나의 슬픔을 내려놓는 연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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