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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종필 Mar 18. 2021

광주




구름 따라 흘러가는 나의 영혼은 

꽃 향기를 쫓아가는 나비 한 마리 

꽃밭에 들려오는 노래 소리에 

나는 홀로 날개 짓에 

슬피 춤을 추네1)

                         



그녀와 함께 살고 싶었다. 그래서 자존심을 내려놓았다. 사랑을 놓치기가 싫어서 차가운 바닥에 무릎을 가까이 가져다 놓았다. 수치심과 모멸감을 감수해야 했지만, 내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고 그녀와 함께 사월의 봄을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나의 이런 용기는 아무것도 이뤄내지 못했다. 더러운 추억이라도 쌓았더라면 좋았겠지만 이런 시간마저도 내겐 주어지지 않았다. 미워하지도 그리워하지도 못하는 오묘한 상태가 무더위처럼 늘어지자 그녀에 대한 내 마음은 자연스럽게 뒤로 물러났다. 지나가다 우연히 스칠 때면 쭈그려 들기도 했지만, 이제 더 이상 아무것도 요동치지 않는다. 그녀에 대한 내 감정이 전깃불처럼 파닥거리다가 주저앉은 것이 마법처럼 느껴질 뿐이다. 


광주에 살고 있는 그녀는 지독하게 사랑한 그와 몇 년 전 이혼을 했고, 곧바로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그곳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났다. 결혼하기 전 한국에 잠시 들렸는데, 그 이유는 지인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기 위해서라고 한다. 마지막이라는 말을 듣고 광주로 향한다. 오늘은 13년 전 사랑을 얻기 위해 무릎을 바닥에 가까이 가져다 놓았던 그녀를 만나러 간다.


광주행 버스를 기다리며 이 글을 적고 있다. 정확히 19분 후, 버스는 출발할 것이다. 마음 한쪽 귀퉁이에는 어차피 일본으로 떠날 사람이고 결혼할 사람이니 앞으로 인연이 닿을 것 같지 않다는 몽상을 한다. 하지만 오늘이 아니면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망설이지 않고 버스에 몸을 싣는다. 그곳에서 머물 수 있는 시간은 3시간뿐이다. 그녀를 만나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이러한 감정이 내 몸속에 흐르고 있으니, 이 계절의 시집 코너에 소개할 시집은 사랑과 관련된 것을 쫓을 생각이다. 어느 시집이건 사랑과 무관한 시집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이 주제에 직접적으로 무게를 실었던 시집들에 손길을 보냈다.        


진솔함2)      


처음으로 소개할 시집은 아직 출간되지 않았지만, 올해에 선보일 민구 씨의 시집이다. 민구 씨의 시들은 시집으로 묶여 아직 출판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시집 소개를 할 수 있느냐고 누군가는 나에게 꾸지람을 줄 것 같다. 하지만 그는 시집 출판을 하지 않았을 뿐이지 이미 시-노래3)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상당 부분 쏟아낸 바 있다.4) 그러니 그가 들고 올 시집에 대해 몽상하며 적는 행위는 실례가 되지 않는다. 


누군가는 민구 씨의 시-노래를 술주정5)이나 수다 정도로 생각할 수 있지만, 유머 있고 생동감 넘치는 그의 진솔함은 주변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흔들림 자체만으로도 이 시대에 그의 예술은 독특한 위치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시인은 “시는 이별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6)고 강조하면서 이별의 흔적을 노골적으로 적는 민구 씨를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모든’ 시가 이별에 대해 직접 말하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시는 태생부터 자유의 영역을 품고 있어서 방종을 경계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잘 드러내면 그만이다. 여기서 ‘잘’의 기준은 시인마다 각자 다르겠지만 ‘잘’ 표현하는데 단단한 기준이 정해질 필요는 없다. 자신의 몸에 적합한 형식과 내용을 ‘잘’ 노래하면 그만이다.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것은 내 경험이 아닌 타자의 감정을 헐값에 사들여 모방해 쓰거나 멋지게 꾸며 쓴 시이다. 진솔함이 부정되어야 할 요소는 아니다.   

민구 씨는 자신의 시 쓰는 스타일에 대한 결함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지만, 흔들리지 않는다. 이러한 이행 속에서 자신의 예술을 멋지게 펼쳐 보인다. 오히려 이러한 고집이 그의 예술을 더욱더 탄탄하게 만든다. 민구 씨가 발표한 시-노래와 산문집은 각양각색이지만 여기서는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세 장면만을 적어보기로 한다.      




예쁜 손톱 밑에 들깨 가루가 끼는데도

내게 감자탕을 발라주던 네가 있었다

맛있게 먹는 날 보는 것이 제일 좋다던

널 버렸다 너는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다     

빨갛게 손가락이 달아오른 줄도 모르고 

나의 입천장이 델 까봐 걱정하던 바보

그런 너를 떠나보낸 내가 더 바보 같구나

이제야 너를 그리워한다     


                     「감자탕」7) 부분      




이 시-노래는 엄마처럼 나를 세심하게 챙겨주던 애인과 헤어진 이후의 연애에 대해 다룬다. 예전 애인은 감자탕 고기 살점을 손으로 직접 발라주던 자상하고 마음씨 좋은 동갑내기 친구였다. 하지만 지금 만나는 애인은 내가 직접 고기 살점을 발라 주어야 하고, 매번 맛집을 찾아 돌아다녀야 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챙겨주어야 했던 것이다. 이 노래의 화자는 이런 연애가 싫증이 난다. 그래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그녀와 헤어질 것을 다짐한다. 그러다 문득 깨닫는다. 내게도 감자탕 고기 살점을 발라주던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뜨거운 돼지 등뼈 살점을 발라내는 일은 수고스러운 것인데, 이를 마다하지 않고 고기 살점을 발라 주던 옛 애인을 떠올린 것이다. 


깨달음은 뒤늦게 찾아온다. 이 시-노래는 이런 뒤늦은 후회를 잘 다루고 있다. 우리는 이 시-노래를 들으면서 화자의 사연에 별 어려움 없이 공감할 수 있고, 이들의 사연을 셈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상상하고 회상할 수 있다. 


야구 선수였지만 부상으로 인해 더 이상 야구를 할 수 없게 된 사촌 형 이야기를 다룬 「알려지지 않은 MVP」는 진정한 꿈과 행복이 무엇인지 되묻게 해준다. 훌륭한 야구 선수가 되고자 했지만 부상으로 인해 사촌 형은 더 이상 야구를 할 수 없다. 이러한 모습을 보고 화자는 연민과 동정심을 쏟아낸다. 하지만 이 쏟아냄이 어리석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사촌 형은 꿈을 뒤로 밀어냈지만, 맥줏집을 개업해 부지런히 돈을 모았고, 그 누구보다도 당당하고 떳떳하게 살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결혼식장에서 만난 사촌 형의 모습은 그 누구보다도 행복해 보였다. 이 산문은 무엇인가를 이뤄내지 않아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우리들에게 가르쳐준다. 이러한 행복관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민구 씨의 최근 노래인 <진심>은 행복과 사랑이 무엇인지 되묻게 해준다.      



내 모든 월요일을 가져요

내 모든 화요일을 가져요

수요일과 목요일 금요일과 토요일

일요일까지 다 가져요     

눈오는 모든 날을 가져요

비오는 모든 날을 가져요

화창하고 맑은 날 흐리거나 추운 날

그 모든 날을 다 가져요     

그대의 미소 앞에선 음악이고 나발이고

다 아무 의미 없어요

그대가 그러라 하면 기타도 팔 수 있어요

다 그댈 위한 거니까요


                       「진심」8) 부분      



지난 1월에 접한 이 시-노래를 듣고 그가 지금까지 써 내려간 글과 노래를 모두 찾아서 만져보았다. 민구 씨의 시-노래에 대한 공감은 어쩌면 나의 바람이 투영되었는지 모른다. 나도 그와 마찬가지로 어떤 방식이든지 행복해지고 싶었고, 행복을 위해서라면 오랜 시간 해온 문학을 버릴 각오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는 타자의 욕망을 욕망하면서 죽을 때까지 자신의 목을 바짝 조르는지 모르겠다. 이 시-노래는 가장 소중한 “기타”를 팔아도 당신이 내 곁에 있다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음을 알려준다. “기타”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당신과 함께한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삶을 꿈 꿀 수 있다는 말이 되겠다.  


민구 씨가 구사하는 언어는 거짓이 없었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신의 이야기처럼 꾸며 쓰지도 않았다. 그는 ‘나’를 통해 나‘만’의 예술을 완성했다. 추후에 어떻게 변모될지 모르겠지만, 진솔한 그의 모습은 소중하다. 


문학은 죽어가는 사람을 살릴 수 없지만, 누군가의 영혼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민구 씨의 시-노래는 어떤 방식이든지 우리에게 힘을 준다. 그의 시-노래는 투박하지만, 누군가를 설득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출간되지도 않은 그의 시집에 애정을 보내는 것이다.      


비관 기계9)     


앞서 소개한 민구 씨의 시집이 청년의 사랑 이야기로 물들었다면 전윤호 씨의 사랑 시집 『세상의 모든 연애』는 어느 정도 나이 든 중년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그래서 독자들은 뜨겁고 차가운 사랑 이야기 보다는 인고의 삶을 버텨본 사람만이 그려볼 수 있는 사랑 시편에 애정을 더 쏟게 된다. 거리를 좁혀 사랑 속에서 장렬히 터지는 것이 아니라, 거리를 두고 사랑에 대해 곰곰이 생각한 시편이 이에 해당된다. 이 시들은 때론 긍정10)의 힘을 안고 있었지만 대부분 쓸쓸한 색채를 머금고 있다. 


화자는 이별을 통보한 경험이 있고, 당신도 내게 이별을 통보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나와 당신은 서로 다른 당신의 당신이 될 수 있다. 당신을 잃어버린 화자는 새우잠을 자며 당신이 오기를 기다리지만 당신은 오지 않는다. 눈물을 흘리며 내가 이렇게 울고 있는데, 너는 지금 어디에 있느냐고 원망해보지만 홀로 뒤꿈치를 힘차게 뜯으며 아픔을 견딜 뿐이다. 사랑을 위해서는 죄를 저지를 각오가 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고, 어떠한 경계도 허물 준비가 되어 있다. 그늘로 웃는 당신을 쳐다보며 다시 당신이 돌아올 것을 믿기도 한다. 당신이 문고리를 잠그고 나를 밀어낸다고 해서 문이 열리지 않는 것이 아니다. “당신도 그렇지만 / 내가 사랑하는 우주는 / 언제나 간신히 열려 있다”


사랑도 욕망이나 집착의 한 형태이다. 우리의 일생은 항상 사랑에 목말라 있다. 이러한 이유로 ‘나’와 ‘당신’은 사랑하고 싶어도 사랑할 수 없는 대상과 마주할 때, 가슴 한쪽이 쓰리다. 어깨를 들썩이며 홀로 우는 사람들에게 눈빛을 보내게 되고, 귀밑머리 하얗게 물들 때까지 사랑한다는 말을 한 번도 하지 못한 사연에 귀 기울이게 된다. 


예쁘게 한복을 입고 남편과 함께 딸의 결혼식을 준비하는 당신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답다. 하지만 아름다움의 농도가 짙어질수록 시인은 좀 더 더 물러날 수밖에 없다. 그녀를 “다음 우주”의 인연으로 생각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어찌할 수 없다. 폴 슈레이더 감독의 영화 <first reformed>11)의 주인공처럼 신과 대결해 보고 싶지만, 시인은 그럴 용기가 없다. 이처럼 이뤄질 수 없는 아픈 사랑 이야기가 이 시집을 가득 채우고 있다.  

    

 



자꾸 네게 흐르는 마음을 깨닫고 

서둘러 댐을 쌓았다 

툭하면 담을 넘는 만용으로 

피해 주기 싫었다

막힌 난 수몰 지구다 

불기 없는 아궁이엔 물고기가 드나들고 

젖은 책들은 수초가 된다 

나는 그냥 오석처럼 가라앉아 

네 생각에 잠기고 싶었다 

하지만 예고 없이 태풍은 오고 소나기는 내리고 

흘러넘치는 미련을 이기지 못해

수문을 연다

콸콸 쏟아지는 물살에 수차가 돌고 

나는 충전된다 

인내심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기를 

꽃 피는 너의 마당이 잠기지 않기를 

전화기를 끄고 숨을 참는다

때를 놓친 사랑은 재난일 뿐이다.      


                            「수몰지구」 전문     




『세상의 모든 연애』에 실린 마지막 시편이다. 화자는 당신에게 향하는 지독한 마음 때문에 걱정스럽다. 그는 이로운 쪽으로 움직여야 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했기에, 당신에게 어떠한 피해도 주기 싫다. 당신에게 흐르는 자신의 감정이 자칫하면 독이 될 수 있고, 추억마저도 더럽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자는 당신에게 흐르는 감정을 끊어버리기 위해 커다란 댐을 쌓는다. 하지만 댐을 오래 붙들 수 없다. 아무리 노력해도 당신에게 흐르는 감정을 멈출 수 없다. 진퇴무로이다. 멈추지도 흐르지도 못하는 경계에서 시적 화자는 괴롭다. 


“하지만 예고 없이 태풍은 오고 소나기는 내리고 / 흘러넘치는 미련을 이기지 못해” 결국은 수문을 열게 된다. 어쩔 수 없이 그대에게 흘러가는 감정을 놔두게 된다. 화자는 자신의 감정이 혹여나 당신의 마음을 위태롭게 할까봐 조심스럽다. 그래서 다시, 다시, 또다시 그대 앞에 서본다. “때를 놓친 사랑”이 야속하게 다가올지라도 어쩔 수 없다. “사람을 잃으니 사랑이” 보였던 것처럼, 다시 온몸을 던져볼 수밖에 없다.     

 

최도일12)      


이번에 소개할 책은 송아람 작가의 『자꾸 생각나』이다. 이 책을 이 지면에 소개하기 위해선 용기가 필요한데 그 이유는 이 책이 만화책이고, 출판연도가 2015년 이어서 신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집 소개 코너에 만화책을 소개한다는 것도 문제이지만, 4년 전 책을 소개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 만화책을 소개하더라도 최근 것을 소개하는 것이 그나마 낫다는 생각에 치명적인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자비에 뭐사의 『살갗』을 소개하려고 했으나 정서적인 측면에서 이 책보단 제목이 귀여운 『자꾸 생각나』를 자랑하기로 마음먹었다. 내 글이 거절당할 수도 있지만 이러한 몽상을 과감히 진행하려고 했던 이유는 이 책에 수록된 아래의 장면 때문이다.


 

이 대화는 이미 만화책을 출간한 백승태와 출판사에 작품을 투고했지만 거절당한 최도일 간의 대화이다. 출판사 사장은 시집을 출판한 이력이 있는 사람으로 묘사된다. 이 장면에서 나는 “시 나부랭이나 찌끄리는 놈”이 만화를 볼 줄은 아느냐는 최도일의 발언을 읽고 멈칫했다. 시가 위대한 것은 시 분과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 것이다. 시의 역사와 파급력을 염두에 둘 때 모든 예술 저변에 시가 관류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지만, 더 이상 시가 중심의 영역에서 깃발을 휘날릴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더욱이 나는 “시 나부랭이나 찌끄리는 놈” 주변에서 이렇게 발품을 팔고 있으니, 내 위치는 더욱더 초라하기 짝이 없다. 송아람 작가는 무슨 이유로 시보다 만화가 더 가치 있다고 자신감 있게 말한 것일까. 


이 만화는 애인이 있는 두 남녀가 새로운 사람과 썸을 시작하게 되면서 가까워지고 멀어질 수밖에 없는 애인‘들’의 심리를 시적으로 잘 표현했다. 누군가는 불륜 정도로 가볍게 치부할 수 있지만,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일상적인 이야기다. 송아람 작가는 이런 보통의 삶을 시적으로 섬세하게 잘 표현14)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최도일과 장미래의 사랑 이야기도 감칠맛 나지만 최도일과 멀어질 수밖에 없는 유명지와 장미래와 헤어질 수밖에 없는 정상인 두 인물의 이야기도 매력적이다. 이 인물들은 분리되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슴 속에 품고 있는 ‘나’의 또 다른 모습을 재현해 준다는 측면에서 우리는 때론 최도일이 되고, 장미래가 되고, 유명지가 되고, 정상인이 된다. 


이 만화를 읽으면서 애인이 있어도 자연스럽게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되었다. 헤겔의 주인과 노예 변증법을 인용하지 않아도 사랑은 자유의 영역에서 움직인다는 사실을 이성적인 측면에서 설득당했다. 송아람 작가는 어두움과 찬란 사이에서 우리들의 사랑 이야기를 자연스럽고 따뜻하게 그렸다.      

다시인천      


버스 안에서 이 글을 다 적을 무렵, 광주를 떠나게 되었고, 내려가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그녀와 양동시장에서 비빔국수와 국밥을 맛있게 먹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자연스럽게 사랑 이야기를 했다. 사랑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사랑에 대해서 주절거렸다. 인천에서 챙겨간 결혼 선물을 잘 전달했고, 그녀는 나에게 자신의 후배를 소개해 준다고 했다. 망설임 없이 승낙했다. 우리는 이렇게 추억에 대한 예의를 지켰다. 


나는 오늘 그녀가 소개 시켜준 후배를 숙명여대에서 만날 것이다. 이 글을 쓰는 과정에서 강민구, 전윤호 시인과 송아람 작가에게 사랑에 대해서 많이 배운 것 같다. 이들의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했지만 두 손 모아 공손히 감사드린다. 지금과는 다른 성숙한 연애를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1) 고영열 씨의 앨범 《상사곡》에 수록된 〈나비의 꿈> 가사 일부분이다. 이 앨범은 2018년 1월 25일에 발매되었다. 

2) 민구씨는 아직 시집이 없다. 이 글이 인쇄될 즈음에 시집이 나올 수도 있지만 아직 까지는 없다. 그는 가수이자 연구자이자 시인으로 강백수, 강서민구, 강민구로 활동했다.

3) 민구씨의 예술은 시와 노래 사이에 존재한다. 그래서 ‘시-노래’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로 했다. 

4) 민구씨는 자신의 산문집에서 “책 한 권, 정규앨범 한 장 내고 나니 그런 것들은 거의 소진되어버리고 이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워다 써야 하는 형평이 되었다”(강백수, 「안아주고 싶은 마음을 담아」, 『사축일기』, 꼼지락, 2016, 5쪽.)라고 적은 바 있다. 또한, “사랑이 아니면 글이라도 벗어두고 가라는 말에 나는 사랑의 기억과 유년의 기억과 롤러스케이트의 기억이라도 더듬거리다 이 글을 썼다”(강민구, 「삥」, 『시작』 14(2), 2015, 150쪽.)고 적었다. 이러한 정황들로 생각해 보았을 때, 그의 시집은 지금까지 해왔던 작업의 종합판으로 묶일 가능성이 높다. 

5) 민구씨는 〈시와 세계〉 신인상 당선 소감에서 다음과 같이 적은 바 있다. “나의 시는 그저 술주정입니다. 나 이런 일이 있었어 혹은 이런 일을 들었어 하며 친구들과 떨어대는 수다입니다. 그래서 나는 남들처럼 멋있는(어려운) 수상 소감 같은 건 쓸 모릅니다. ……(중략)……부족한 재능은 노력과 진솔함으로 채워나겠습니다.”(강서민구, 「당선소감」, 『시와 세계』 22호, 2008, 227쪽.) 또한 그는 「굴비」에서 자신의 시적 스타일에 대해 고민한 흔적을 내비치기도 했다. “같지도 않은 걸 글이라고 쓰는 주제에 쳐먹기는 잘도 쳐먹는다 / 굴비가 내 시를 쓰레기라 욕한 순간 눈이 멀고 귀가 먺고 / 황급히 젓가락을 들고 굴비의 배를 헤집어 놓았다”(강민구, 「굴비」, 『시와 세계』 22호, 2009, 42쪽.)라는 표현이 이에 속한다.  

6)  나는 여기서 김언 시인의 주장에 대해 비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무엇 자체”의 형태가 셈할 수 없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김언, 「그 여름에서 여름까지 짧은 기록 몇 개•2」, 『시는 이별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 난다, 2019, 31~47쪽.) 

7) 이 시-노래는 2013년 8월 12일에 발매되었다. 

8)  이 시-노래는 2018년 11월 16일에 발매되었다. 

9) 전윤호, 『세상의 모든 연애』, 파란, 2019. 

10) 이에 해당되는 시편은 「더 깊은 긍정」, 「이별의 원리」, 「한밤의 백팔 배」 등이 있다. 

11) 이 영화는 2019년 4월 11일에 개봉하였다.  

12) 송아람, 『자꾸만 생각나』, 미메시스, 2015.  

13) 그자비에 뭐사, 『살갗―지독한 연애의 흔적』, 윤진 옮김, 미메시스, 2019.  

14) 내가 시적으로 섬세하게 표현되었다고 적은 이유는 이 만화책 36, 75, 334쪽에 그려진 ‘택시’ 장면 때문이다. 이런 멋진 장면들이 이 만화책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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