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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종필 Mar 04. 2021

조영심 시인의  「드라이브 스루」에 대한 단상








처음엔 재미가 반이었다

   

길을 가다 영구차가 보이면 이때다 싶게 

목소리 가다듬어 모닝커피를 주문하듯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소리쳐 보는 것인데    


“나의 액운도 다~아 가져 가주시오~”    


방죽안댁 청상 우리 외할머니

동네 초상이 나자 꽃상여 꽁무니에 대고

누구라도 들을세라 가만가만

입말로 그렇게 달싹거렸던 것인데    


어린 자식 넷 놓고 가버린 지아비

징용 가 돌아오지 못한 큰아들까지 

굴곡마다 낀 생의 녹슨 액운을

징 소리 하나 없는 푸닥거리로

독경 외듯 불러내는 액땜인 것인데    

 

재미 삼아 드라이브 스루로 외쳐대다가

저런! 마지막 길도 서러운데 내 짊조차 지워

삼도천을 휘청이며 건너게 하랴

다시! 노잣돈 꽂듯 재미 쏙 빼고 주문한다    


“부디 모든 것 탈탈 털고 편히 가시오~”     


                                 「드라이브 스루」전문






드라이브스루(drive-through)는 차를 가진 사람이 주차하지 않고 차 안에서 편리하게 상품을 살 수 있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은 큰 수고를 들이지 않고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차를 주차시킨 후, 카운터로 걸어가 주문하고 기다리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시인은 시의 제목으로 이 개념을 빌려왔으니 편하고 이로운 것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편리함을 이야기하려고 했던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 그것은 모질고 사나운 운수를 떨쳐버리는 “액땜”과 관련이 있다. 


화자는 자동차 안에서 앞 유리 넘어 보이는 영구차(靈柩車)를 바라보며 재미있는 상상을 한다. 하늘로 가는 마지막 날. 너그러운 마음으로 내게 남겨진 액운을 가져가 달라고 바란 것이다.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 말이다. 재미로 모닝커피 주문하듯 가볍게 건넨 것이다. 그러던 찰나 돌아가신 할머니의 사연이 떠오른다. 시인은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도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 내 액운을 가져가길 원했다. 꽃상여 꽁무니를 바라보며 “누구라도 들을세라 가만가만” 작은 입말로 내 액운을 가져가 달라고 할머니에게 바랐던 것이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화자는 할머니의 힘겨웠던 삶을 생각하게 된다. 


할아버지 없이 홀로 자식들을 키워야 했던 날들을 떠올리고, 징용에 끌려가 돌아오지 않는  자식을 그리워하며 살아야 했던 할머니의 주름을 생각해본 것이다. 그러니 액운을 가져가 달라는 ‘나’의 요구가 이기적이고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 화자는 정신을 바짝 차려 목소리를 용감하게 바꾼다. 홀로 외롭고 고독하게 사셨는데 내 액운마저 짊어지게 할 수 없다고. 그러니 마지막 순간에는 모든 걸 탈탈 털고 편히 가시라고. 죽음에 대해 소박하게 생각하게 된다. 



* 조영심, 「드라이브 스루」, 『그리움의 크기』, 도서출판 지혜, 2020, 24~25쪽.

* 조영심 시인은 전라북도 전주에서 태어났고,현재 여수정보과학고등학교영어 교사로 재직중이다. 2007년, 계간시전문지  <애지>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는  『담을 헐다』 『소리의 정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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