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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종필 Apr 08. 2023

최준혁의 [도자기 마법 일주]

걱정말아요 그대



이와 직책, 세대와 상관없이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걱정’은 존재한다. 그러니 우리가 품고 있는 걱정을 수습하고 달래는 방식도 모두 다르다. 이 감정에 대해 비슷한 것이 있다면 걱정을 품고 갈팡질팡하는 우리들의 표정이 닮았겠다. 그렇다. 독자들도 짐작했겠지만, 오늘 여러분들에게 소개할 최준혁의 『도자기 마법 일주』(2021)는 ‘걱정’과 관련이 있다. 



28쪽.


사람들 모두 사연을 품은 채 걱정 하나쯤 달고 살아간다는 점에서 ‘걱정’을 치유하는 내용을 담은 ‘지역의 사생활 99’ 시리즈 『도자기 마법 일주』(2021)는 흥미롭다. 이런 흥미에 힘입어 만화가가 ‘걱정’을 달래는 방법에 대해서도 궁금해진다. 그는 어떤 방식으로 ‘걱정’을 이야기할까. 추상적인 이 감정을 어떻게 풀어낼까. 이 질문에 대해 만화가는 단도직입적으로 ‘걱정’은 걱정일 뿐이라고 단정 짓는다. 그런데 독자들은 ‘걱정’에 대해 작가라는 사람이 해결책에 대해 말해주지 못하고 상식적인 이야기를 늘어놓느냐고 투정을 부릴 수도 있다. 그러나 꼭 그렇지는 않다. 만화가가 어떤 방식으로 이런 상투적인 내용을 끌고 가는지 애정을 갖고 지켜본다면 무엇인가 특이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작은 ‘차이’가 ‘걱정’을 소재로 삼은 만화를 다시 조명하게 만든다. 



70쪽.


이 만화는 동해 바다를 배경으로 삼았다. 구체적으로 말해 동해에 있는 ‘목호항’을 배경으로 그렸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지역 ‘목호항’ 자체가 아니다. 주인공 임소진이 걱정을 덜어내기 위해 바다로 떠나는 행위 자체가 더 값지다. 일반적으로 바닷가 근처에 직업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시간과 돈을 들여 이동해야 한다는 점에서 무엇인가 목적을 품는다. 그 목적은 대부분 감정 해소와 관련이 있다. 바다를 간다는 것은 쌓인 ‘걱정’을 덜어내는 것과 무관하지 않으니 그렇다. 독자 여러분들도 친구들과 바다를 한번 정도는 가본 적이 있지 않는가. 그곳에서 답답한 마음 허물어 버리고 새롭게 출발하려고 다짐하지 않았던가. 바다 수평선 너머 보이는 해를 지긋이 바라보며 새해에는 힘차게 살아보자고 다짐하지 않았던가. 


주인공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만화가는 이런 일반적인 흐름을 살짝 비튼다. 만화가 역시 걱정을 덜어내기 위해 바다에 방문하지만, 낭만적으로 걱정을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 ‘걱정’을 응시하며 ‘걱정’을 품는다. 물론 이것은 지극히 의도된 것이다.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제가 지금까지 보아온 미디어에서 ‘바다’라는 곳은 언제나 그런 도망이나 해소의 장소로 사용되었더라고요. 그 반대로 다시 마음을 다잡는 곳으로 그려보고 싶었습니다.(84쪽.)



이처럼 『도자기 마법 일주』는 작가의 의도대로 바다 앞에서 손쉽게 감정을 배설하지 않는다. 오히려 마음을 꽉 다잡는 주인공 임소진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지점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 아이디어 측면에서 추상적인 ‘걱정’ 자체를 구체적인 물질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만화가의 아이덴티티를 확인하게 해준다. 즉, 대대로(6대) 물려받은 도자기를 주인공이 깨버린 난감한 상황 자체를 ‘걱정’의 형태로 물질화한 것이다. 깨진 도자기는 원래대로 회복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독자들은 ‘걱정’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고, 이런 ‘걱정’을 주인공이 해결해 나가고 있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지역의 사생활 99’ 시리즈 자체가 짧은 만화와 ‘지역성’을 지향하기 때문에 최준혁의 만화 역시 출판사의 기획 의도에 의해 자신의 스타일을 맞춘 것일 수 있지만, 그의 만화에는 위트가 숨겨져 있다. 붙지 않는 깨진 도자기를 품고 일주일 동안, 동해 바닷가 근처 목호항을 배회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소소할 수 있으나, 이 발상이 재미있다. 독자들도 바닷가 근처에서 이 책의 주인공처럼 2022년의 모든 걱정거리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보는 것을 어떨까. 새해에는 꼭 그렇게 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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