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나페 Oct 12. 2022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되는게 없다

안 풀릴 때는 끝까지 풀리지 않는다

주체가 안 되는 몸


 가까운 응급실로 갔다. 남편이 오고 차에 탈 때까지만 해도 몸상태가 그렇게 썩 나쁘지 않았다. 그저 어서 빨리 도착해서 링거 맞고 집에 가서 한숨 푹 자고 싶었다 그러나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길 위의 모든 신호마다 멈춰 섰다. 빨리 도착하고 싶단 나의 마음과 다르게 계속해서 멈추니 신경질도 났다. 그래도 이때까지만 해도 남편과 농담도 하며 웃기도 하였다 병원이 가까워져 올수록 무언가 몸이 이상했다 숨이 가빠오고 손이 달달 떨렸고 나도 모르게 자꾸만 웅크려졌다 등을 펴 앉아있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병원에 도착했고 차장까지 갔다가 올 자신이 없어서 먼저 응급실에 내렸다 차 문을 열고 그 자리 그대로 주저앉았다 일어설 수 없었다 뭐지? 내 몸이 왜 이러지?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주차장에서의 악몽


 몇 분뒤 가까스로 겨우 일어났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할머니처럼 허리를 굽고 벽을 잡으며 겨우 응급실로 들어가 접수를 했다. 다행히 응급환자가 없고 사람도 별로 없어서 바로 진료를 볼 수 있었다. 응급실로 들어가기 전 진을 먼저 했는데 의사가 내 말뜻을 못 알아듣는 건인지 내가 말을 잘 못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같은 말을 3~4번 반복했다 그사이 남편도 주차를 하고 왔다(항생제 알레르기가 있는데 그와 비슷한 느낌이 드는 소염진통제를 반복적으로 먹었고 이에 항생제 알레르기 반응처럼 몸에 이상반응이 와서 방문하게 되었다고 얘기했었다 물론 이렇게 요약하진 않고 지금까지 있었던 얘기를 쫙- 했었다) 결국 더 높은 의사가 오더니 자기네들은 항생제 알레르기에 대한 치료를 할 방도가 없으니 더 큰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충격적이었다 작은 병원도 아니고 종합병원인데 항생제 알레르기를 대처를 할 방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니 그리고 이렇게 더 큰 병원으로 보낼 거면 내 얘기를 뭐 그리 계속 듣고 있었나 말을 하면서도 숨이 가빠 헐떡이고 있었는데 처음부터 보냈으면 됐었지 않았을까 하며 병원을 나왔다 문진만 보고 다른 의학적 요소가 없었기에 접수는 취소되었고 당연히 주차권도 발행이 되지 않았다 우리는 주차장으로 향했고 주차장에서 난관에 부딧쳤다 응급실에서 문진에 오랜 시간을 소비한 덕에 주차비 <천원>이 나왔고 급하게 나오느라 현금이며 카드도 없었다 다행히 삼성 페이가 되는 곳이었는데 역시나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삼성 페이가 인식이 되지 않았다 주말이라 주차요원도 없었다. 호출도 무응답이었다 우리는 멘붕에 빠졌다.


 급하게 차를 뒤쪽으로 빼놓고 남편은 병원으로 향했다 그 사이 나는 급격히 몸상태가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분명 나는 차에 앉아있는데 마치, 지금 서있고 뒤로 젖혀졌으며 손과 발이 베베 꼬이며 만세를 하고 있는 듯했다 착각이 아니었다 기분 탓이 아니었다 내 몸은 앉아있을지언정 분명 그렇게 하고 있는 듯했다. 손이 덜덜 떨렸으며 몸을 웅크리게 됐다 등을 피고 앉아 있을 수 없었다 당장이라도 내 몸이 어떻게 될 거만 같았다 용수철처럼 튀어 오를 거만 같았고 덜덜 떨리는 두 손 꼭 쥐었다 손이 뒤로 젖혀져 베베 꼬일 거만 같았다 남편이 오는 그 짧은 시간이 내게는 영겁의 시간 같았다


 남편이 돌아왔고 드디어 이 주차장을 벗어나나 싶었다 편 말로는 병원 측에서 우리가 나갈 수 있도록 차번호를 입력시켜놓았다고 했다 하지만 차단기가 열리지 않았 아무리 앞으로 왔다 갔다 해도 이번엔 차를 인식조차 하지 않았다 나의 급격히 안 좋아진 상태를 보고 마음이 급해져 있는데 이번엔 차단기가 열리지 않자 화가 난 남편은 다시 한번 차를 뒤로 빼놓고 병원으로 향했다 나는 도저히 차에 앉아있다간 정신이 나가 버릴 거 같아 차문을 열고 나왔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 질 않아 그 자리 그대로 주저앉았고 바깥공기를 쇄니 좋은 감정은 정말 찰나에서 끝났다 눈물이 나고 몸이 덜덜 떨렸으며 안절부절못하게 되었고 몸과 정신이 따로 놀았다 장도 조여왔다


 사람이 심한 고통으로 인해 아프면 '아 나 죽을 거 같아'라고 하지만 정말 죽을 거 같을 땐 '살려달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나온다 나는 살면서 딱 두 번 살려달라고 한 적이 있는데 바로 첫째 낳을 때와 둘째 낳을 때. 그 살려달라는 말이 이번에도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나왔다 정말 내 몸이 주체가 안돼서 죽을 거만 같았다 무서웠다 눈물이 났다 그러던 중 남편이 돌아왔고 이번에야 말로 나갈 수 있을 줄 알았다 아니었다 주차장 차단기는 우리를 내보내 줄 생각이 전혀 없었는지 미동도 없었고 분명 보안에게 말해서 열려야 할 차단기는 우리 차를 인식하지 못한 채 감감무소식이었다 더 이상 참다못한 나는 차를 버리고 택시를 타던지 구급차를 불러달라 울부짖었다


 그러던 에 우리 차가 문제가 아니라 전체의 문제였는지 다른 사람이 부른 호출에(아마도 무인 계산기 호출인 거 같았다 차단기 호출은 고장인지 무응답이었다) 보안요원이 나타났고 그 보안요원이 우리 상황을 보더니 주차장 부스 안에서 차단기를 수동으로 올려주셨다 그렇게 우리는 악몽 같던 차장에서 나가게 되고 어서 빨리 더 큰 병원으로 가 내 몸을 정상으로 만들어줬으면 싶었다


이전 03화 괜찮을 거라는 착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