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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나페 Oct 12. 2022

괜찮을 거라는 착각

자만 하지 말자

징글징글한 항생제 파티.


 병원에 도착한 나는 상황 설명을 하고 항생제 때문인 거 같다고 했다. 원에서도 아이들 감기 때문에 진료 다닌 걸 알기도 했고 열 외에는 코로나 증상이 없었고(어차피 고열일 땐 간이검사이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단다) 고열로 인한 오한뿐이니 일단 다른 항생제를 희석해서 열이 내리면 코로나 검사를 해보자 하셨다. 링거를 달고 병원에 누워있는데 너무 서럽고 힘들고 아팠다. 엄마도 아침부터 와 주었는데 집에 가서 도저히 아이 둘을 혼자 볼 수 있을 거 같지 않았다. 평소라면 아파도 남편이 퇴근할 때까진 어떻게든 참았을 텐데 전화해서 미안한데 와줄 수 없냐고 부탁한다고 와달라고 했다.


 어느 정도 링거가 들어가고 나니 열도 내렸고 오한도 없어졌다. 코로나 간이검사 결과 음성. 항생제 알레르기로 인한 고열로 판명이 났다. 다음날에도 열이 나고 몸상태가 좋지 않으면 링거를 한번 더 맞으러 오라고 했다. 코로나 검사를 할 때 즈음 온 남편과 함께 계산하고 약국에 갔는데 거기서도 보이는 또 다른 항생제이름 약봉지에 적힌 또 다른 항생제였다. 내가 약을 잘 못 먹은 무지한 탓도 있었지만 너무 징글 하고 질렸다. 또 항생제를 먹어야 하다니 약사에게 문의하니 드셔야 한다고. 나는 그 약을 먹지 않았다.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오라고 했으니 병원을 다시 방문할 생각이었다.


 열이 좀 내리니 좋지 않던 컨디션도 조금 회복된 거 같았다. 집에 가던 차 안에서 친구들과 메신저로 얘기하다가 항생제 알레르기로 인해 큰일 날뻔했다고 웃으며 얘기하기도 했다. 내일이나 모레쯤 병원을 방문해서 링거 한대 더 맞으면 되겠지 문제없을 거라 생각했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다음날도 링거 덕분인지 몸이 주체가 안되거나 그러진 않았다 복되는 과정이겠지 막연히 생각했고 일요일이 되었다.



괜찮다고 생각하는 안일한 생각


 일요일. 아침부터 이상했다 설명할 수 없다 말 그대로 이상했다 감기면 감기라는 게 느껴지고 어디가 아픈 건지 목인지 코인지 몸살인지 인지가 되는데 앉을 수도 서있을 수도 없었다 누워있는 거만이 겨우 할 수 있었다 이런 적은 난생처음이었다 항생제 알레르기 반응도 아닌 거 같았다 무슨 느낌이냐면 앉거나 서있으면 몸은 가만히 있는데 정신이 휘청거린다거나 몸은 휘청거리는데 정신은 꼿꼿이 서있거나 앉아있는 느낌이다 말 그대로 몸이 주체가 안 됐다 누워서는 그나마 정신이나 몸이 괜찮았다 문제는 나는 아이 둘의 엄마라는 점 아이들이 어리다는 점 마냥 누워 있을 수만은 없었다.


 일요일이라 해서 모든 직장인이 휴무 일리는 없다. 우리 집도 마찬가지 아무리 남편이 오전에 퇴근해서 온다지만 오려면 아직 한참이나 남았다 현재 시각은 오전 7시쯤 첫째의 대소변 둘째의 기저귀 아이들의 아침식사 다른 건 몰라도 이런 건 꼭 해야 했다 누워서 할 수도 없다. 결국 어떻게 혼자 해보려다 8시 엄마에게 sos신청을 했다 참 감사하게도 와주었다 내 몸은 점점 더 앉거나 서있을 수 없었고 이 와중에 배는 계속 고팠다 누워서 빵과 우유를 먹기도 했고 수박도 먹었다 달달한 수분기가 많은 수박을 먹으니 어쩐지 기운이 나는 거 같기도 하다.


 남편이 퇴근해서 오면 응급실에 갔다 오기로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틀 전 맞은 링거처럼 아직 내 몸에 남은 약 성분을 씻어내는 링거를 맞으면 집에 오겠거니 생각하고 이번엔 평소보다 오래가네 무지하게 많이 먹어서 그렇다 내 몸이 많이 허해졌네 그러게 애들 초등학교 들어가고 살 빼지 뭐한다고 지금 해서 몸을 혹사시키냐 같은 대화를 엄마와 했다 아이들은 할머니 왔다고 좋아하고 나도 누워있었더니 어쩐지 괜찮은 거 같았다 그러던 중 남편이 왔고 금방 돌아올 생각에 엄마에게 아이들에게도 갔다 온다고 대충 말하며 휙 돌아섰다. 그러고 한 달 넘게 집에 가지 못했다. 이 이야기는 조금 더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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