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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나페 Oct 12. 2022

평범했던 평범하지 않았던 날들

심하지 않다고 해서 전조증상이 아닌 게 아니다.

 평범한 날이었다. 아니 그런 줄 알았다.


 내 몸이 이상하다고 느낀 건 발병되기 한 달 전

양치하며 잇몸에서 피가 난 이후부터이다.

 아이 둘에 어버린 나의 살에 다이어트를 시작한 지 한 달 반째되던 어느 날 체력이 붙었고 빠지는 살들을 보며 행복했지만 난생처음 식이요법과 같이 했어서 그런지 영양소가 부족하여 양치하며 피가 났나 싶었다.

 주르륵 흐르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양에 웃으며 '아 양치하다가 피가 나네 나 백혈병인가?!'라며 생각했다.

 그 당시엔 운동하느라 평소보다 건강했고 피가 막 주르륵 흐른 게 아니었기에 양치를 끝나고도 살짝 맺히고 입안에서 피맛이 느껴질 정도였다.

 안 하던 운동에 거기다 식이요법까지 하니 영양 때문인 가보다 좀 더 잘 챙겨 먹어야지 결론 났다 주르륵 흐른 것도 아니었기에 웃어넘긴 거다.

 그 이후로 나는 조금씩 아주 조금씩 몸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산부인과와 이비인후과에 가다.


 연달아 임신한 덕분에 중학교 시절 이후 붙어 본 적 없는 허벅지가 붙었다. 살 때문에

불어버린 살에 건강도 좋지 않아서 다이어트를 시작한 건데 맞지 않는 레깅스 덕에 생식기 쪽에 뭐가 났다 평범한 날이었다면 며칠 뒤면 자연스레 없어질 그런 뾰루지 같은 그것. 하지만 그것은 일주일이 지나도록 사라질 생각을 하지 않았고 점점 더 아파오고 분비물도 늘었다. 설마 뾰루지가 아닌 걸까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산부인과를 방문했다. 결과는 '얼굴로 치면 여드름이에요 포비돈을 발라주고 혼자 감당 안된다면 산부인과로 오세요'라는 의사 선생님의 대답. 아 뾰루지가 아니었구나 다른 무언가의 질병도 아니구나 다행이다 여드름과라 낫는 게 느렸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산부인과를 끝으로 마무리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다음은 이비인후과에 가려고 했는데 비슷한 시기에 두통과 이명이 생겨서 산부인과 간 김에 같이 가려고 했었다. 하지만 하나가 해결이 되었어서 나는 이비인후과는 가지 않고 집으로 갔다. 신경 써서 머리가 아프고 이명도 나다 안 날 때도 있고 밤에는 지속적이지만 거슬리지 않으니 괜찮겠지 하며 넘겼다.


 두통과 이명이 자잘하게 계속 지속될 때 남편과 자주 싸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별거 아닌 이유로 싸웠던 거 같다. 사람이 다이어트를 하게 되고 식이요법과 같이 병행하고 먹고 싶은 거 먹지 못한 스트레스. 그리고 올해 처음 다니기 시작한 첫째의 어린이집, 둘째의 육아 등등 나의 스트레스는 극에 다달했고 예민해져 있었다. 쉽게 화를 내고 짜증이 났다. 그리고 남편과의 싸움이 나를 더 힘들게 했다. 잠도 잘 자지 못해서 피곤함도 누적되었다. 이러한 상황들이 나에게 두통과 이명을 더 심하게 만든 거 같아 <이명>때문에 이비인후과에 방문하게 되었다.


 '살짝 비염이 있으시네요 그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하신 말. 비염기가 있다고 알곤 있었지만 병원에서 이렇게 비염이 있다고 들은 적은 처음이었다. 오른쪽 귀에서 박동성 이명이 낮에는 나다 안 나다가 밤에는 계속 지속적이고 점점 이명 때문에 잠을 못 자겠다 하였고  두통도 잔잔하게 아프다가 심하게 아프다 반복했다고 했다. 머리 전체가 그런 것은 아니었고 왼쪽 눈부터 주로 왼쪽에서 두통이 시작되었다고 했다. 이러한 나의 말과 검사 결과 비염으로 인해 비강이 좁아져 두통도 있고 이명이 들릴 수 있다고 두통약과 비염약을 처방해주셨다.


 이제 이 약들을 먹으면 나는 괜찮겠지라고 생각했다.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에 대한 병원에 방문하고 해결하고 끝. 보통 이런 과정 아닐까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고 실제로도 그 약을 먹을 때 이명이 들리지 않았다. 효과가 있었다. 다만 두통약은 알레르기 반응으로 인해 한번 먹고 말았다.



나는 항생제 알레르기가 있다.


 우연히 발목 수술을 하게 되면서 알게 되었다. 201n 년 발목을 접질려 인대 재건술을 하게 되고 이에 항생제로 세프테졸을 맞았다. 속이 답답하고 울렁거림이 있었으나 대표적인 부작용이라고 하고 토하지는 않았기에 그냥 그런 줄 알았다.


 문제는 3일째 되던 날. 아침부터 뭔가 이상했다. 속이 더 울렁거리고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다 오전에 회진시간 의사 선생님이 오셨고 타이밍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오시자마자 구토를 했다. 호흡도 불안정해졌다. 나의 상태가 급격하게 안 좋아지자 옆에 있던 간호사 선생님에게 뭔갈 묻더니 앞으로 나에게 들어갈 모든 경구약과 링거는 제외되었다. 그리고 산소 비강 캐뉼라를 달았다. 쉽게 말해 산소 줄이란 말이다. 덕분에 불안정했던 나의 호흡은 점점 돌아왔다.

 호흡이 돌아온 시점 간호사 선생님은 앞으로도 세프테졸이라는 링거를 조심하라 하셨고 안 맞는 것이 좋겠다 하셨다. 메모를 해 놓았다.


 이후 201n 년 발톱이 파고들어 내성발톱 수술인 K-D수술을 했다. (시술이라기 보단 수술실 들어가서 했으니 수술로 적었다.) 어떠한 계기로 세프테졸 말고도 세파계열 약도 안되었는데 K-D 수술하기 전에 미리 안된다고 말씀드렸었다. 의료진을 믿고 약 처방을 받아와 먹었었다.


 발목 재건술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3일째 되던 어느 저녁날. 몸이 이상했다. 자꾸 쳐지고 답답하고 숨을 잘 쉴 수 없었다. 밖으로 나가면 좀 괜찮았지만 자꾸만 몸이 쳐지고 피곤한 듯하면서도 붕 뜬 거 같은 느낌. 계속 방황할 수 없으니 잠이라도 자야겠다 싶어서 집으로 돌아와 잠을 청했는데 자꾸만 자면 안 될 거 같은 느낌이 들고 눈을 감으면 구렁텅이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뭔가 이상했다 이럴 일 없는데 내성발톱 수술하며 받아온 약봉지가 눈에 들어왔다 혹시 나하고 약 구성품을 보는데 <세타>로 시작하는 뭔가가 있었다. 혹시나 에이 설마 했던 게 인터넷 검색으로 확신이 되었다. 세타 계열 3세대 약이었다. 뒤통수 맞은 느낌이었다. 일반인으로서 의사 선생님을 믿었다. 심지어 병원 원장이었다. 배신감이 들었다.


 하지만 분노도 잠시 내 몸이 이상했던 건 약 때문이었고 지체하면 안 되겠다 싶어 수술했던 응급실에 갔다 그게 오전 1시. 다른 병원에 가고 싶었지만 늦은 새벽 당신이 타 준 약 때문에 응급실에 왔다는 기록을 보여주고 싶어서 수술한 병원에 왔다.  접수를 하고 기다리다 문진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고 나서 추운 날씨가 아닌데 오들오들 떨리며 이와 입술이 자동으로 달달 떨렸다. 새벽이니 추워서 그런 줄만 알았다.


 아니었다 오한이었다. 당직의사 선생님이 오시더니 예전에도 이런 적이 있냐 하셨고 발목 재건술을 할 때 구토와 산소 코줄을 단적이 있다고 했고 세 타계는 안된다고 말했다. 오늘 있었던 일들과 원장에게 안된다고 했던 얘기. 그리고 약봉지를 보여주었다. 당직의는 당황하시며 아마 3세대라서 임의로 괜찮을 거 같다는 판단에 처방하신거같다라고 하셨다. 그리고 몸 이상반응에 응급실에 잘 왔다고 했다. 몸에서 약품을 씻어내게 하는 링거를 맞게 되었다. 오한도 줄어들 거라고 걱정 말라하셨다. 온 김에 궁금하여 질문을 했다.


 '왜 반응이 늦게 올까요 그것도 3일째 되는 날에요.'

 나의 질문에 전에도 3일 만에 그런 것이라면 아마 환자분은 모든 항생제 계열에 또는 약에 반응이 느릴 거다 그리고 알레르기 검사를 해도 반응이 느리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수 없다. 오늘처럼 환자 본인이 이상함을 감지하고 병원에 오는 수밖에 없다. 이상이 있는지 없는지는 맞아보거나 먹어봐야 알 수 있다고 하셨다.

 즉, 내가 살려면 아플 때 먹는 약과 링거 모두 직접 먹어보고 맞아보고 해서 느낄 수밖에 없단 거였다.

확실한 건 이제 세 타계는 1,2,3,4세대 모두 안된다는 거 하나 정도.


 이렇게 나의 항생제 알레르기가 있다는 얘기를 길게 한 이유는 무슨 약이든 나는 이제 함부로 먹을 수 없다는 얘기를 하려고 적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큰 사고가 나서 알았다면 위험할 뻔했다는 것.

 이비인후과에서 타 온 두통약이 소염진통제인데 그게 나에게 <반응>이 왔다. 그래서 비염약만 먹었고 다행히 박동성 이명이 나지 않았다. 그렇게 나의 아픈 소동은 마무리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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