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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나페 Oct 12. 2022

알면서도 왜 그랬을까

눈 가리고 아웅 하다 몸만 망친다

착각은 고통만 낳는다.


 며칠 동안 처방해준 약을 먹으니 점차 밤에 그렇게 나를 괴롭히던 박동성 이명이 들리지 않았다. 며칠 만에 푹 잔 건지 잠도 잘 잤더니 두통도 심하지 않았다. 역시 잠을 잘 자야 해 남편과도 관계 회복에 노력했고 다이어트도 운동은 하지만 식이요법은 잠시 중단하고 평범한 삼시 세 끼를 먹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다 나았다고 생각을 했다.


 좋았던 며칠이 지나고 다시 시작된 두통과 이명.

약 처방을 3일 치 해주었기에 약을 다 먹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두통은 너무 심해 타이레놀도 소용없어 소염진통제를 먹었다. 방해준 소염진통제가 아니고 약국에서 산 소염진통제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 왜 그랬지? 왜 그런 선택을 한 거지? 너무 바보 같고 멍청했다.

결국 제약회사가 다른 거지 같은 계열의 소염진통제. 알레르기 반응이 왔어서 안 먹은 그 약이 아니라고 먹었었다. 효과는 좋았다. 머리만 안 아프면 될 거라 생각했나 보다 당시 나의 생각을 알 수 없다.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지금도 이해가 가지 않으니까 (솔직히 병 발견을 빨리 해주려고 그랬나? 이 생각이 제일 베스트.)


 그때 즈음 날씨는 여름도 아닌데 무척 갑자기 더웠었다. 올해 처음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첫째는 등원 차를 이용해서 등, 하원을 하는데 둘째도 같이 보내면 좋겠지만 연년생이라 둘째랑 나와의 시간을 가지고 싶어 둘째는 내년에 보낼 계획이었다. 어린이집에 보내려면 등원 차를 이용해야 해서 특정한 위치까지 가야 했는데 우리 집이 높은 고바위라 봉고차가 올라오기 힘들다 그래서 아침과 오후에 내려가서 보내주고, 데려오고 올라온다 올라갈 때 무척 힘이 들고 등산하는 기분이 든다. 내가 학생이던 시절부터 이 고바위를 다녔지만 단 한 번도 힘들지 않았던 적이 없다.


 다이어트를 하게 되면서 운동을 하게 되고 난생처음으로 이 고바위를 올라갈 때 힘이 들지 않았다. 신기했다 열심히 운동을 해야지 다이어트도 하고 체력도 올리고 일석 이조네 너무 좋다 둘째 데리고 올라가도 걱정 없어라고 생각한 게 몇 주 전. 어느 순간 갑자기 이 고바위가 운동하기 전보다 더, 너무 힘이 들었다. 밥맛도 없어지고 입맛이 사라졌다. 속도 불편하고 식은땀이 났다. 마치 체한 거 같았다. 몸에 출처를 알 수 없는 멍들도 늘어났다. 우리 둘째가 좀 많이 힘이 센데 아직 아기라서 잘 때 뒹굴다가 맞은 멍이라고만 생각했다.


 갑자기 날씨가 더워지고 내 몸이 이상하고 나는 생각했다. 몸이 허-하더니 더위를 먹었구나라고. 너무 무기력했고 아무것도 하기싫어졌다. 친정엄마에게 전화해 더위를 먹은 거 같다고 얘기했고, 이럴수록 밥맛없어도 잘 먹어야 되니까 밥은 또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 몸도 좋지 않으니 두통도 이명도 견디기 힘들었다. 다시 이비인후과에 방문했다. 약을 처방받아 다시 집으로 왔다. 이때도 난 약국에서 소염진통제를 사 먹었다. 분명 같은 약인데도 이번에 처방받아온 비염약은 먹어도 이명이 사라지지 않았다. 너무 힘이 들었다. 딸내미가 걱정되어 온 친정엄마도


'너 얼굴이 너무 하얗다 입술도 하얗고 핏기가 없어'


 그때까지만 해도 난 약 3년 동안 임신과 출산, 육아 그리고 산후조리가 되기 전 찾아온 둘째. 반복된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 몸 회복이 덜 되었을 때 다이어트 시행, 식이요법까지 내 몸의 한계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뭘 하든 쉽게 낫지 않고 쉽게 멍이 드는구나 갑자기 무더워진 날씨에 더위 먹은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며칠을 지났을까 비가 오던 날 오후쯤 몸이 좀 이상했다. 마치 내 몸은 가라앉고 정신이 위로 붕 뜬 느낌. 심장이 내려앉은 느낌도 들었다. 하여튼 이상했다. 며칠 더위 먹어서 못 씻어서 그런가 싶기도 했다. 개운하게 뜨신물로 샤워하고 나니 좀 나은 거 같기도.


 그날 남편도 있었는데 날 보며 안색이 너무 안 좋다며 걱정했다 씻고 나니 기분도 좋고 나 괜찮은데? 걱정 마 했지만  저녁 준비하는데도 나도 모르게 계속 주저앉게 되고 벽을 붙잡고 서기도 했다. 남편은 걱정했지만 정말 괜찮은 느낌이었다. 내 몸은 아닌 거 같지만. 아니나 다를까 새벽에 깼는데 열이 났다 38.7도 당시 에어컨 때문에 아이들이 감기에 걸려있었다 그래서 옮았나 했다 열이 높았기에 해열제를 찾아봤지만 집에 있는 약이라곤 소염진통제뿐이었다 그제야 뭔가 아차 싶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높은 고열에 어찌할 방도가 없으니 그거라도 먹었다. 비가 오는 새벽이었고 천둥번개도 쳤었다. 나는 다시 잠에 들었고 아침이 되고 열을 쟀는데 다행히도  열은 내리고 몸도 이상은 없는 듯했다.


 문제는 그다음 날 손하나 까딱할 수 없을 만큼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움직일 수도 없었다 울면서 친정엄마에게 와줄 수 없냐고 부탁했다 다행히 빨리 와주셨고 나는 안방에 누웠다 이 더운 날씨에 나는 오들오들 떨며 긴 옷 긴팔 양말에 겉옷, 이불 두 개를 엎어 폭 덮고 잠을 청했지만 계속 춥고 떨려오는 몸에 쉽게 잠을 잘 수없었다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일어난 게 오후 2시쯤 을 재보니 39도였다. 아이들이 다니는 소아과에 전화했다 열이 나지만 코로나 증상은 없고 목 아픔도 없고 기침 콧물은 나지 않는다고 얘기했고 방문해도 되냐는 문의를 했는데 다행히도 와보라 하셨다 당장 카드만 챙겨 나갔다


 택시를 기다리는데도 서 있을 수가 없었다 집에서 내려오는 것도 후들거리며 겨우 내려왔고 택시를 기다리며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옷도 다들 이제 덥다고 반팔에 반바지 입고 있는데 나만 추워서 긴팔 긴바지 겉옷까지 입고 있었다. 이쯔음 나는 확신했다 아 약 때문이구나 알레르기 반응으로 인한 오한이구나 괜찮다고 위험을 무시한 내 탓이구나 드디어 나의 무지함을 깨닫고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갔다. 마치 안갯속 구름이 걷힌듯한 느낌이었다 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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