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버(giver)가 엄마가 된다면

애정이 많아 슬픈 짐승이어 엄마가 되어라

by 몰리


‘감정’ ‘정서’ ‘사랑’ ‘표현’ 어떤 단어로 말해야 할까. 이런 것들이 넘치는 사람이 있다. 반대로 조금 담백한 사람도 있지. 나는 어떤 사람일까?



넘치는 사람이다. 또한 매우 기민하게 비언어적, 언어적 신호로 사람의 감정을 잘 알아차린다. 사랑을 싫어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냐만은 경험상 넘치는 마음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이 꽤 있었다. 내 가족의 반이 그랬기에 나는 어린 시절에 그 사실을 빨리 알아차렸다. 마음을 표현하는 것도 부담스러워하고 받는 것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 말이다. 꽤 오랜 시간 나는 표현이 서툰 사람이라고 믿고 일방적인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마음의 크기가 같지 않을 때의 실망감과 서운함을 느낄 때도 많았다. 어쨌든 대표적으로 우리 집에서는 엄마가 그랬는데, ‘무뚝뚝한 사람이라 그렇다’ ‘우리 세대는 표현이 서툴다'라고 스스로를 말하곤 했다. 하지만 그런 진부한 표현으로 갈음하고 마음을 쓸어내리기에는 부족하다. 그렇다고 I와 E로 나누기에는 또 다르다. 그래서 그냥 ‘감정’ ‘정서’ ‘사랑’ ‘표현’ 같은 것들이 넘치는 나 같은 사람들이 있고, 반대로 그것들이 오히려 부담스러운 조금 담백한 사람들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때문에 사랑하는 이에게 부담이 되고 싶지 않은 나는 어려서부터 마음을 주는 것에도 검열을 하고, 표현도 조절해 왔다. 그래도 다행히 자라면서 나와 비슷한 부류를 몇 만날 수 있었고, 그들과 마음을 솔직하게 주고받을 때 상당한 해방감과 행복감을 느낀다. 그래도 여전히 누군가에게 마음의 부담이 되지 않기 위해 때때로 살펴보고 조심하곤 한다.



세상에! 그런데 아이를 낳고 보니, 작고 작은 이 아기라는 생명에게 우리는 일방적인 사랑을 주어도 된단다. 사랑이 거절당할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혹여 내 사랑이 너무 넘쳐 받는 이가 부담스러울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글쎄 아이에게는 나의 사랑이 무조건적으로 좋단다. 많을수록 무조건 좋단다. 무조건적으로 좋은 사랑이라니! 얼마나 벅찬 오르는 일인가? 그렇다. 사랑과 표현이 많은 나에게 아기와 육아란 좋은 선택이었다. 마음껏 사랑할 수 있다니! 그 컨셉 자체가 너무 행복한 것이지. '본연의 내 모습 그 자체'로 있을 수 있는 자유.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고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내가 아무리 많이 주어도 내가 더 많이 받는 것 같다. 더 부지런히 사랑해야지 내 사랑을 온전히 느끼게 해 줘야지 생각한다. 이토록 무해하고 사랑스러울 수가 있을까. 너무나 작은 심장의 미동을 보려고, 새근새근 그 작은 숨소리를 들으려고, 아가 최대한 가까이에 누워 숨을 죽인다. 매일이, 아니 순간순간 뭉클함을 주는 너희에게 엄마가 지켜줄 거라고, 사랑한다고 알려주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린다. 출산 후에 나는 회복 못한 몸으로 침대에 꼼짝도 못 하고 누워 사지 말단만 꼼지락 댔다. 그래도 고개를 돌려 매일매일 할 수 있는 한 계속 말했다. 사랑해. 엄마의 사랑을 느끼게 해 줄 거야. 말로 다짐한다. 그렇게 지금까지 매일 같이 사랑고백을 한다. 누군가는 지나가는 말로 아기는 기억을 못 한다고 너 몸 추스르는데 집중하라고, 나중에 기억할 수 있을 때 잘하라고 말한다. 그럴지도 모르지. 그렇지만 내 속삭임에 배냇 웃음을 짓는걸. ‘기억’으로 남진 않더라도 그들 마음과 정서 어딘가에 닿을 것이고, 그 순간순간이 모여 아이의 하루가 되고, 평생이 될 것이다. 그리고 기억하지 못한다면 아이들을 위해 기록을 남겨줘야겠다고 결심한다.



매일이 선물 같은 너희에게, 엄마도 매 순간 사랑했다고 알려주고 싶어.

매일매일 말하지만 기억 못 할 너희를 위해 나중에 컸을 때 꾹꾹 눌러 담은 담은 엄마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도록.

작가의 이전글봉쁘앙이 뭐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