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에 역전을 넘어

허들은 그저 존재할 뿐

by 시하

야구는 3월에 시작해서 7월에 브레이크 타임을 한번 가진다. 길진 않고 일주일정도 쉰다. 그 사이에 선수단과 팬들의 투표, 감독의 추천으로 선수를 뽑아서 올스타라는 이벤트 행사를 한다. 일주일간 이 행사 외에는 선수들은 경기 없이 자율시간을 가진다. 사실 이 휴식시간은 너무 필요하다. 야구가 아무리 18시 넘어서 보통 경기를 시작한다고 하지만, 여름에 휴식도 없이 야외활동 하다간 멀쩡한 사람도 탈이 날 것이다. 그리고 주전선수들의 부상으로 시간을 벌어두길 원했던 팀들 입장에선 정말 달콤한 일주일이다. 우리팀은 팬 화력이 좀 좋은 편이라 올스타에 팀 선수들을 꽤나 보내는 편인데, 해당 행사에 가는 선수들은 에너지 팍팍 받아서 오고, 휴식을 하는 선수들은 푹 쉬면서 몸 회복을 잘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 달콤한 휴식 전야제로 우린 두산과 3연전을 하게 되었다. 두산과 우리팀은 어쩌다 보니 친숙한 팀이 되었다. 지금 우리 감독님이신 김태형감독님이 두산에서 오셨고, 작년 트레이드로 두산에 있던 정철원선수와 전민재선수가 우리팀에 와서 너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지금 두산 감독대행인 조성환감독님은 우리팀 주장이었고 우리에게 사랑을 많이 받던 김민석선수와 추재현선수가 트레이드로 두산에서 열심히 경기에 임하고 있다. 사실 두산에게 고마운 입장이랄까..? 우리에게 상위권 순위를 맛보게 해 준 감독님 뿐만 아니라 든든한 불펜 정철원선수와 담을 넘어온 복덩이 전민재선수까지 모두 두산에서 온 선물이라 그저 고맙다.


고마운 마음은 품은 채 스윕승을 노려봤지만, 우린 처참하게 역전을 당하며 승을 내주고 말았다. 선발 홍민기선수가 초반이닝을 잘 이끌어주고 우리의 타격이 살아나면서 점수차가 꽤 났고 이길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의 타격은 멈추고 두산의 타격이 살아나면서 우리는 지고 말았다. 뭔가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경기를 지다 보니 속상한 마음으로 두 번째 경기를 맞이했다. 선발 이민석선수가 초반 이닝을 힘겹게 막아 나갔다. 점수 먹을 여러 위기를 침착하게 막아내면서 투구 수 100개를 채우고 마무리했다. 경기를 하다 보면 이렇게 안 풀리는 날도 있는데 이민석선수가 무너지지 않고 침착하게 하나씩 막아낸 것이 좋았다.


우리팀은 9회를 앞두고 2점 차로 앞서고 있었다. 야구하면 떠오르는 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이 말을 알고 있지만 우리팀이 지고 있을 땐 떠올려도 이기고 있을 땐 떠올리고 싶지도 않아서 애써 지웠건만. 이 말이 정말 실현되었다. 9회 초 두산의 방망이가 불이 나면서 우리는 역전을 당하고 말았다. 전날 역전패의 쓰라림이 아직 잊히지도 않았건만, 두산은 무자비했다. 다시 9회 말, 두산은 이틀연속 우리를 역전한 게 미안했던지 수비 미스가 조금씩 나기 시작했고, 한태양선수의 놀라운 집중력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결국 두산과의 경기는 연장을 가게 되었다. 우리 막을 사람이 있나.. 걱정하던 중 심재민 선수가 등장했다. 심재민선수는 632일 만에 1군에 올라왔다는 안내가 들려왔다. 이 중요한 순간에 이런 부담감을 주는 게 맞나? 싶었지만 사실 대안이 없긴 했다. 그저 무승부로만 끝나도 좋겠다 했는데.. 심재민선수 어디서 나타나신 별이시죠..? 타이트하고 긴장감 넘치는 이 연장승부 2이닝을 실점 없이 막았다. 물론 불꽃야구에서 우리에게 준 선물 박찬형선수의 공격적인 수비도 큰 역할이 되었다. 두 선수 덕분에 우리는 무승부는 일단 손에 쥔 채 11회 말을 맞이했다.


11회 말, 기대하는 마음과 기대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공존했다. 시작하자마자 정훈 선수의 안타가 나오면서 콧구멍이 벌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대타로 최항선수가 나와 침착하게 볼 하나하나를 고르더니 볼넷으로 출루했다. 원아웃 1,2루 상황에 이호준 선수가 등장했다. 이호준선수 우리팀 얼라라인인데, 수비도 잘하고 타격도 좋은 선수이다. 하지만 아직 경험치를 쌓으며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는 루키선수이다 보니 이 중압감을 이기고 안타를 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긴 했다. 타석에 올라온 이호준 선수는 침착하게 본인의 볼을 골랐다. 그리고 탕 소리와 함께 파울라인에 근접하지만 확신의 페어볼이 그라운드에 입성했다. 이호준선수의 데뷔 첫 끝내기 안타가 터졌고 그렇게 우리는 최종 승리를 거두게 되었다. 더그아웃에 있던 선수들이 물병을 하나씩 들고 와 축하의 의미로 이호준선수에게 물을 뿌려대기 시작했다. 물만두가 된 호준 선수는 숨쉬기 힘들어 보였지만 너무 행복해 보였다. 그리고 물을 뿌리는 선수들도 너무 행복해 보였다. 그걸 보는 우리도 너무 행복했다.

가만히 앉아서 몇 시간 동안 롤러코스터 타고 싶으신 분들 야구세계로 탑승하시라. 다만, 하차는 어렵습니다. 어려운 이유는 타보셔야 아세요. 도파민 충전, 스릴 충전 모두 가능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실 누군가를 이렇게 진심으로 응원한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도 큰 충전이 된다. 정말 잘했으면 하는 마음, 안 다쳤으면 하는 마음, 그리고 매 경기로 인해 우리 모두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 개개인의 이 마음이 팀, 선수, 팬들이 이어져 있고 크기 때문에 서로에게 좋은 시너지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곧 하반기 시작할 텐데, 선수들이 안 다치고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보여주면 좋겠다. 그리고 팬들은 선수들이 힘낼 수 있게 기운 팍팍 보내보자. 롯데자이언츠 가을야구 가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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