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군엔 보물이 가득하다

심 봤다는 게 이런 걸까?

by 시하

우리가 TV 중계로 보는 선수들은 1군 포지션별 라인업에 선발된 선수들이다. 선발 선수 외에도 더그아웃에선 경기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유연하게 마운드에 올라올 선수들이 대기하고 있다. 라인업 선발 선수, 대기 중인 선수 외에 1군으로 올라올 준비를 하는 선수들도 있다. 해당 선수들을 2 군이라고 한다. 우리팀은 2군 훈련장, 경기장이 김해 상동에 있기에 보통 1군 선수들이 2군에 가면 상동 갔다고 표현한다. 1군에 있던 선수들이 2군에 가는 경우는 보통 부상으로 많이 가고, 경기력 사이클에 따라 조금 떨어지는 시기에 끌어올리기 위해 가기도 한다. 그 외에 대부분은 신인 선수들이 1군에서 뛸 날을 고대하며 2군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


우리팀 주전 선발로 뛰던 선수들 부상이 이어졌고 이로 인해 상동이 오히려 1군 라인업 같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1군 라인업을 어떻게 구성할지 감독님의 고민이 깊어져만 가는 나날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놀라움이 큰 라인업이 나왔다. 24년 입단 포수 박재엽선수, 20년 입단 투수 홍민기선수가 선발로 나온 것이다. 교체나 불펜투수(중간이닝투수)로 간혹 봤을 때 기대가 되는 선수들임은 분명했다. 그래도 베테랑+신인 조합으로 진행할 줄 알았는데 신인 두 명 조합이라 좀 파격적이라고 생각했다. 이 선택이 어떤 승패를 가져올지 걱정반 기대반으로 경기를 틀었다.


마운드에 올라왔을 때 1-2회가 아무래도 고비구간이다. 이 고비구간을 우리 얼라배터리(*얼라=어린아이의 방언, 배터리=투수+포수를 지칭)가 무사히 넘겨야 하는데..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첫 공을 바라봤다. 홍민기선수는 우리의 걱정을 강속 155KM의 빠른 공으로 날려버렸다. 아니 강속도 강속인데 제구가 왜 이리 좋냐고요. 사실 강속을 내는 것도 어렵긴 하지만 그것보다 어려운 게 저 빠른 공을 네모 안에 넣을 수 있는 제구력을 갖추는 것이다. 그런데 신인이 그것도 첫선발에 이런 폼을 보여준다니 흥분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심지어 그 공을 침착하게 리드하고 편안하게 받아내는 박재엽선수까지. 얼라배터리의 모습이 너무 빛이 나서 눈이 부셨다.


수비만 잘해도 할 일 다 한 건데 우리 포수 재엽선수가 홈런까지 날렸다. 그것도 3점 홈런을. 공수비가 다 되는 면모까지 보여주다니. 그것도 첫 선발에서. 나 같은 개복치인간에겐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다. 사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고 잘해도 처음은 누구나 어려울 수밖에 없는데.. 어쩜 이런 퍼펙트한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어린 선수지만 정말 단단하고 멋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투수 홍민기 선수도 원래의 목표인 4이닝을 넘어 5이닝까지 마운드에 올랐다. 5이닝까지 마무리를 하지 못해 선수 개인은 아쉬웠겠지만 내 입장에서 봤을 땐 십점 만점에 십점이다. 나이는 어리지만 두 선수 모두 내실의 단단함이 있다는 것이 여실히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요즘 롯데야구를 주전이 다 빠진 잇몸야구다 뭐다 말이 많다. 그런데 난 오히려 우리팀에 이렇게 빛나는 보석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인 것 같다. 오히려 2군에 얼마나 많은 보석들이 숨겨져 있을까? 기대되는 마음이 커지게 되었다.


꿈을 꾸다가도 꿈을 꾸는 시간이 길어지면 자기 의심이 든다. 과연 나는 원석이 맞을까? 갈고닦는다고 한들 빛을 낼 수는 있을까 하고 말이다. 나 역시 여전히 꿈지망생이기에 이런 마음이 수십 번도 더 든다. 그럼에도 결국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내가 꿈꾸는 일을 좋아하기 때문일 것이다. 좋아하는 마음하나로 2군에서 열심히 훈련하고 있을 우리 팀의 보석들이 어서 우리 눈앞에서 반짝여 주길 고대해 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지고도 웃는 경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