될 듯, 될 듯, 안 되는 날

루징시리즈를 바라보며

by 시하

그런 날이 있다. 정말 세상이 내 편 아닌 것처럼 안 풀리는 날. 특히 야구 경기를 보다 보면 상대팀은 뭔가 술술 잘 풀리는 것 같고, 우리 팀은 다 막히는 것 같은 그런 날이 있다. 그런 날은 정말 안 풀리고, 안 된다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런 날에도 포기하지 않고 9회까지 봐야 하는 이유는 9회에 갑자기 뻥하고 풀릴 때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시리즈는 기아와의 만남이었다. 기아의 자랑 김도영 선수가 오랜만에 복귀하는 날이었고 3연전 내내 기아 선발 투수들이 다 쟁쟁한 선수들이었기에, 여러모로 걱정되는 시리즈였다. 첫 번째는 기아, 두 번째는 롯데인 우리가 승을 기록하며, 마지막 경기의 승을 가져가는 팀이 위닝 시리즈의 주인공이 되게 되었다. 세 번째 경기 날 병원을 후다닥 다녀와 초록색 그라운드가 훤히 보이는 중계화면을 얼른 틀었다.


1회 기아 타석에서 1점이 터진 이후로 3회 1점 4회 2점 5회 2점을 쌓는 동안 우린 한 점도 내지 못해 6 대 영이 되었다. 우리 팀 투수가 흔들린 것도 있었지만, 기아의 방망이가 무서울 정도로 매서웠다. 우리도 꽤나 방망이 무서운 팀이지만, 기아의 레전드 양현종선수의 공을 치는 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기아의 탄탄한 수비에 치는 공마다 다 막혔다. 안타라고 생각하는 공까지 다 잡히자, 안 풀리는 날이구나 싶었다.


이렇게 안 풀리는 날은 일점이 정말 소중하다. 일점 하나로 경기 흐름이 전환 돼 술술 풀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제발 일점만 내자 하던 순간, 6회에 드디어 소중한 일점이 터졌다. 빠삐(레이예스) 선수의 안타와 황성빈선수의 빠른 발이 이룬 소중한 일점이었다. 일점이 나오는 순간, 경기가 이제 풀릴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다. 한 타석 한 타석 간절한 마음으로 보고 있던 그때 얼굴만큼 실력도 강렬하게 빛나는 한태양선수의 3점 홈런이 터졌다.


6 대 영으로 5회 내내 지고 있다가 6회 말에 5점을 넣었다. 그리고 경기는 6 대 5가 되었다. 이 정도 되면 다리에서만 돌던 피가 머리까지 원활하게 돌게 된다. 그리고 역전의 희망을 품게 된다. 이후 우리 팀 투수들이 매이닝 안전하게 막아주었고, 우리 팀 타석은 역전을 위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8회, 동점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우리에게 찾아왔다. 우리 팀에 발 빠른 선수 중 한 명인 장두성 선수가 베이스를 밟고 있었기에 외야에 어떤 공이든 가기만 하면 홈베이스를 밟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때마침 공이 외야로 갔고 장두성 선수는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아 나성범선수의 정말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는 송구로 아쉽게 아웃이 되었다.


더 이상 반전은 없었고 6 대 5의 스코어로 루징 시리즈가 되고 말았다. 이번 시리즈는 될 듯, 될 듯, 간질간질하게 될 것 같은데 안 되는 시리즈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정은 재밌었던 시리즈였다. 결론은 루징이긴 하지만 맥앓이 없이 지지 않고 팽팽하게 따라붙다가 진 시리즈라 그런 것 같다. 승부가 중요한 세계에서 이기고 지는 거 너무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보여준 선수들의 투지 넘치는 플레이가 보기 좋았어서 그런가 져도 그리 기분 나쁘지 않은 시리즈였다. (*기아 선수들의 수비를 보는 재미도 컸다.) 야구란 정말 이겨도 져도 재밌는 요물 같은 스포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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