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이 길수록 강한 단맛

12연패를 끊어내고 이룬 위닝시리즈

by 시하

8월은 롯데자이언츠에겐 정말 힘든 달이었다. 넉넉한 게임차로 3위를 유지하하고 있었기에 올해 가을야구는 내심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세상에 역시 당연한 것은 없는 것일까? 도저히 끝이 안 보이는 연패가 이어지더니 결국 3등 자리를 내어주고 4등이 되었다. 심지어 게임차가 촘촘하게 이어져있었기에 등수가 어디까지 내려갈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가을야구 본지가 오래된 롯데에게 이 상황은 더욱이 가혹했다. 아예 못 먹는다고 생각하면 애달프지도 않은데 눈앞에서 향까지 다 맡았는데 못 먹게 된다는 건 3-4배로 쓰린 일이다.


매일 쓰린 속을 부여잡고 오늘은 제발 끊자 했던 것이 14번이 지나고 나서야 드디어!! 우리는 연패를 끓을 수 있었다. 연패가 이어지며 팬들 사이에서 패를 끊어내기 위한 오만가지 가설이 나왔었다. 그 가설의 근원은 연패를 끊어내고 싶은 많은 이들의 기원이 만들어 낸 것이었는데, 맞든 틀리든 그 마음만은 진짜니 분명 패를 끊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그리고 정말 안 풀리는 이 상황이 풀리길 매일같이 온몸으로 뛰어준 선수들 덕분이었다. 선수들은 한풀이라도 하듯 연패가 끊어지는 날 17점의 점수를 냈다. 정말 속 시원한 승이었다.


연패가 끊어지고 우리는 KT와 승부를 하게 되었다. KT와 만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선수들 몸이 정말 운동선수 몸이다. 타석마다 다들 홈런 칠 것 같은 비주얼이라 경기를 볼 때마다 조금 더 긴장감 있게 보게 되는 것 같다. 특히 안현민선수는 정말 능력치 좋은 게임캐릭터로 만든 것 같은 비주얼에 실제로 홈런을 잘 치는 타자라 정말 무섭다. 원래도 무서웠는데 연패 이후의 만남인 데다 등수도 공동 4등이라 겁이 나는 시리즈였다.


아슬아슬하게 시리즈 첫승을 가져왔고, 두 번째는 뒤집히기 힘든 점수차로 승을 내주었다. 시리즈 마지막날 서울일정이 있었기에 KTX 안에서 입을 틀어막고 보게 되었다. 입을 막다 보니 감정표현을 위해 손이 머리카락으로 갔고... 정말 여러 차례 머리를 쥐어뜯었다. 1:0으로 아슬아슬하게 이어오다 동점이 됐고 연장을 가서 역전을 당했다. 사실 이때 조금 마음을 비웠는데 타구질이 금싸라기인 박찬형선수의 솔로홈런이 나왔다. 이때 입술 근육 모은다고 정말 힘들었다. 해당 이닝에서 점수를 더 넣지는 못했고 2:2 동점 스코어가 이어지며 11회를 맞이했다.


11회 수비를 하면서 무승부도 너무 좋지, 무승부만 해도 좋겠다~ 하면서 보다가 11회 수비가 끝나자마자, 1점만 넣자로 마음이 바뀌었다. 마치 지킬 앤 하이드처럼 이닝마다 바뀐 마음을 부여잡고 한 타석 한 타석을 보았다. 타자들의 끈질긴 승부 끝에 투아웃 만루에 등장한 고승민선수가 안타를 치며 우리는 승을 거머쥘 수 있었다. 이 승으로 우리는 긴 연패로 고농축 된 위닝 단맛을 맛볼 수 있었다.


참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연패가 끝나고 안 올 것 같던 위닝시리즈가 왔다. 패배감에 빠져 움직이지 않았다면 보지 못했을 그림이다. 현재 게임차가 매우 근소하고 한게임 한게임의 중요도가 커진 만큼 아직까진 가을야구의 행방을 알 순 없지만, 일단 연패를 지나온 우리 모두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이번 연패로 타 팀이지만 롯데의 상황을 진심으로 안타까워하고 공감해 준 9 구단의 팀 팬들과, 선수들. 롯데의 상황을 고려하여 승리 세리머니마저 조심하는 모습을 보며 야구가 정말 배려와 존중이 있는 스포츠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 좋은 문화가 유지되도록 나 역시 상대팀을 존중하고 우리 팀을 건강하게 응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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