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이 있지, 계속 지는 날..

연패가 시작되다

by 시하

부산하면 떠오르는 여러 가지 상징들이 있다. 바다, 갈매기, 먹거리.. 그리고 롯데자이언츠. 사실 야구를 안 보는 사람들에겐 엥? 갑자기 무슨 롯데자이언츠라고 하겠지만 팬의 입장에선 부산의 상징이라고 생각한다. 부산은 볼거리가 생각보다 한정적이다. 그러나 보니 스포츠는 우리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요소 중에 하나인데 그중 야구는 단연코 인기 1등이다. 삼성과 더불어 모기업, 연고지, 구단이름이 바뀐 적 없다. 그래서 부산은 야구팀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부여받는다. 정신 차려보면 롯데의 응원가를 부르고 있다. 그리고 또 우리의 명물 조지훈단장님이 응원가를 기가 막히게 뽑으시기 때문에 사이렌의 유혹을 거부하지 못하는 뱃사람처럼 이미 롯데에 빠져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다. 그렇게 허우적거리다 보면 우리 팀이 우승을 얼마나 오랫동안 못했는지 깨닫게 되는데 그땐 이미 늦었다.


나 역시 우승을 본 적이 없고 매년 가을야구, 우승을 기대하며 시즌을 맞이한다. 2025년은 초에 주춤했던 롯데가 무섭게 살아나며 늘 하위 랭크에 있던 순위가 스크롤을 내릴 필요가 없는 상위권에 자리 잡고 있다. 사실 언제 내려갈지 모르니 지금을 즐기자는 마음이 강했는데 순위가 지속되자 올해는 다르다는 마음이 샘솟기 시작했다. 그래 뭐 이 정도면 가을 기대해 봐도 되는 거 아닌가 생각할 수 있지만, 시즌은 아직 많이 남았고 우리 팀이 잘하다가 고꾸라진 게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봄데라는 별명도 있다. 봄에만 잘하는 롯데라고 봄데인데 이 단어가 참 팬의 입장에서는 씁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난 아직 롯데를 본격 판 지 얼마 안 된 야린이기 때문에 올해 병이 좀 있다. 작년 봄데는 올해 없다. 올해의 우리는 다르다고 늘 생각한다. 이런 말을 할 때마다 골수팬인 오빠는 심드렁하게 "봄에만 잘하면 어때~ 잘하는 순간이 있으면 됐지~"라는 태도로 일관하는데 그 모습을 보며 난 아직 멀었구나라고 생각한다.


최근 들어 연패를 잘하지 않던 우리 팀이 3연패가 확정되었다. 점수차가 많이 나도 쉽게 지지 않던 팀이 이번 주가 돼서는 한점 내는 것은 힘겹고 수비는 더 힘겨워졌다. 수비는 아쉬워도 타격은 늘 날아다녔는데 이상하게 타선이 뚝뚝 끊겼다. 선수들이 매 경기마다 잘하긴 쉽지 않고 똑같이 훈련하고 똑같이 경기에 임해도 결과가 늘 좋긴 힘들다고 생각한다. 어떤 세계든 노력도 중요하지만 운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안 되는 날은 정말 뭘 해도 안된다. 이렇게 초연한 생각을 하면서도 경기를 보는 순간만큼은 굉장히 일희일비해지는데.. 우리 선수가 슈퍼세이브하고 홈런 치고 이럴 때는 극 희였다가 실책하고 점수 먹을 때는 극 비가 된다.


이번 경기는 우리가 홈런 2개로 이기고 있다가 동점에서 역전 그리고 5점 차까지 벌어졌다가 1점 따라가고 2점을 다시 먹는 경기였다. 연패 끝인가? 하고 기대했다가 당황했다가 혹시나? 하고 잠깐 기대했다가 해탈하게 된 경기였다. 결국 결론은 3연패였다. 뭐 사실 3연패 정도면 연패가 길다고 할 수 없지만. 시기적으로 우리 팀이 여름이 되면 주춤했기에 다들 불안한 시그널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우리의 상위권레이스가 이대로 끝이 날 수도 있고 올해는 다르다며 연패를 끊어내고 다시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저 우리는 묵묵히 선수들이 이겨내길 응원할 뿐이다.


나도 최근에 노력했던 결과물들이 결론적으로 연달아 실패해서 우울하던 타이밍에 우리 팀까지 연패에 빠지자 이 결과 속상하긴 하다. 그래도 뭐 어쩌겠는가. 나도 우리 팀도 원해서 실패를 하는 것은 아니니까. 노력했고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면 좋겠지만 세상은 그렇게 공평한 것은 아니니까. 또 어떤 이들은 노력이 부족했던 거 아냐? 노력을 더해라고 할 수도 있다. 사실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한다. 노력이 부족했던 것은 아닐까. 그렇게 스스로를 몰아붙인 적도 꽤 되지만, 어느 순간 이미 세상이 나에게 건조한데 나까지 굳이 나에게 건조하게 대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가 안 나왔다고 노력을 안 한 게 아니다. 결과가 중요한 세상이기 때문에 결과를 결국 뽑아내야 하긴 하지만, 그 과정을 굳이 스스로에까지 메마른 감성으로 대하고 싶지 않다. 그건 롯데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롯데야 너도 나도 힘내자. 오늘 못했다고 내일 못하는 거 아니고 우리가 30년 넘게 우승 못했다고 강팀이 아닌 건 아니잖아? 가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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