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파도 헤치며 날아오르는 그대여

연패를 끊어내고 거둔 승리를 직관하다.

by 시하

야구를 볼 때 직관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집에서 tv로 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둘 중 강경 후자이다. 관람의 취향차이로 두 방향이 달라지는데 보통 직관은 현장감, 함께 응원하는 재미, 먹거리 등의 매력이 있고 TV시청은 편안함, 상세한 화면, 해설을 들으면서 볼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나는 사람이 많은 곳에서 기가 허해지는 데다 아직 야린이다 보니 해설을 들어야지 이해가 되는 장면들이 많아서 TV시청을 선호한다. 그런 내가 1년에 한 번 정도 직관을 가는데 이번에 본 경기가 바로 직관으로 본 경기였다.


부산은 사직역에 위치한 사직야구장에서 직관이 가능하다. 사직야구장은 1985년 10월 건립해서 1986년부터 홈구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곧 40살이 되는 사직야구장은 재건축된다는 말만 몇 년째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첫 삽조차 뜨지 못하고 있다. 앉는 공간이 매우 협소하기에 어서 재건축되어 관람 환경이 개선되길 바란다. 아무튼 그리 넓지 않은 공간에 2만여 명의 인원이 밀집하기에 야구장 어디든 사람물결의 향연이다. 게다가 자주 방문하지 않는 나 같은 사람은 나의 좌석이 어디인지 찾는 것도 쉽지 않다. 한걸음 뗄 떼마다 직원분들에게 묻고 또 물은 결과 경기 시작 전에 무사히 앉을 수 있었다.


이번 직관은 엄마가 "사직야구장 가서 한번 보고 싶어"라는 말에 성사되었다. 티켓팅엔 소질이 없는 나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티켓을 구해서 갈 수 있었다. 아무래도 엄마도 나도 체력이슈로 테이블석을 원했고 재능 많은 친구덕에 4인테이블석에서 두 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우리 팀이 홈일 경우 1루가 팀 선수들의 더그아웃과 응원석이 위치하고 상대팀의 경우 3루가 상대팀 더그아웃과 응원석이 위치한다. 우리 자리는 1루에 위치하고 있었기에 대부분 롯데팬이었다. 이 수많은 롯데팬 속에 나와 같은 테이블을 쓰신 두 분 중 한 분은 상대팀을 응원하시는 분이었다. 4인석에 롯데팬 3명 상대팀 1명의 불편한 동침과 함께 경기는 시작되었다.


야구를 볼 때 보통 9회 내내 집중해서 보진 않아서 수비일 때 화장실을 간다던지 먹을 걸 사 온다던지 하면서 휴식 타임을 자체적으로 가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번 경기는 정말 1점을 서로 주고받는 상황이라 9회 내내 긴장감을 풀기 힘든 경기였다. 이런 경기는 마치 룰렛을 돌릴 때마다 상금이 터졌다가 뺏겼다가 하는 느낌이라 도파민이 온몸에 절여지는 기분이었다. 오랜만에 간 직관이라 사직야구장에 입점된 많은 식당들을 이용해보려 했으나 눈을 떼기 힘든 경기로 인해 화장실 갈 때를 제외하곤 정말 열심히 응원했다. 그리고 선수들은 우리의 응원에 보답이라도 하듯 승리를 우리 손에 쥐어주었다. 내심 이번 연패가 길어지면 어떡하나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도 선수들은 우리의 걱정을 날려주었다.


경기를 보는 도중에 롯데의 응원가 '우리들의 빛나는 이 순간'이라는 응원가가 울려 퍼진 순간이 있었다. 사람들이 다 함께 부르는 노랫말 중 '거친 파도 헤치며 날아오르는 그대여 불타오른 거인의 뜨거운 심장으로 멈추지 않고 달려가자 나의 열정 꿈의 그라운드 우리의 빛나는 이 순간을 기억하라'는 가사가 유난히 크게 다가왔다. 3시간 넘는 시간 동안 쉼 없이 달리고 치고 던진 선수들 그리고 그 선수들을 보며 목이 터져라 응원한 팬들 우리 모두 이 순간이 승패와 상관없이 빛났구나라는 마음이 들었다. 물론 이런 아름다운 마음이 물들듯이 떠오른 건 우리가 이겼기 때문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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