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고하고 완벽한 수비를 지휘하는 투수
이 세상에 나고 자라 심장은 두 개일 수 없거늘. 견고하게 한 팀만을 위해 뛰던 심장이 월요일에도 뛰기 시작한 것은 어언 1년 전이었다. 우연히 김성근 감독님의 유튜브 영상을 보게 된 이후로 나의 알고리즘은 불꽃야구로 점령당했다. 야구를 좋아하던 나에게 불꽃야구에게 심장을 내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불꽃야구의 제작자이자 단장이신 장시원 PD 님도 알아주는 야구덕후인데 확실히 덕후 출신이셔서 그런지 야구팬들이 어떤 요소를 좋아하는지 잘 알고 만드시는 느낌이다. 그렇게 느낀 이유 중에 하나가 불꽃야구가 야구를 대하는 자세가 진지하다. 예능 보다 다큐요소가 강하달까..? 팀의 승률에 따라 프로그램 폐지라는 강한 장치를 두기도 했고, 프로 은퇴한 야구선수들이 성실하게 훈련하는 모습들이 진지함을 한층 높인다. 사실 야구는 선수들의 승부욕에 따른 멋진 플레이를 보는 재미가 큰데 그 점을 많이 살리시는 게 좋았다.
최근 불꽃야구가 잡음이 많다. 방송국과 제작사 간의 갈등이 생겨 불꽃야구 제작사는 채널도, 채널명도 모두 새롭게 변경했다. (*바뀐 명이 불꽃야구다) 불꽃야구팀을 좋아하고 응원하는 입장에서는 하루빨리 이 갈등이 원만하게 해결되어 선수들도 제작사도 응원하는 우리도 걱정을 지우고 싶다. 장단장님이 원활한 해결할 것이라고 믿는다. 무튼 이 혼란스러운 상황 속 첫 경기는 경북고와의 대결이었다. 불꽃야구는 고등학교, 대학교, 프로 2군 선수들과 경기를 보통 진행하는데 올해는 대구의 야구명문 경북고로 시작을 했다.
프로에서 한 팀당 3번의 경기를 치르는 것과 달리 불꽃야구는 한 팀당 2번의 경기를 치른다. 첫 번째는 투수 유희관선수 선발로 경기를 해서 콜드승으로 승리를 거두었고 두 번째는 이대은선수 선발로 경기가 시작됐다. 이대은 선수는 작년에 부진하여 올해 연봉이 삭감되었다. 대신 올해 완봉승을 하면 연봉을 다시 상향 조정하는 옵션을 덧붙였다. 완봉승이라는 것이 9이닝 전체를 한 명의 투수가 던져서 승리를 거두는 것이기 때문에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 일이 첫 상대에서 일어나게 될 줄이야. 그것도 퍼펙트게임으로.
퍼펙트게임은 9이닝 동안 타자를 한 명도 출루시키지 않는 것. 상대팀이 1루 베이스를 밟지 못하게 한 경기. 그야말로 투수와 야수가 완벽한 수비를 해낸 게임을 지칭한다. 사실 영화에서나 봤지 실제로는 본 적도 없고 KBO(Korea Baseball Organization) 1군에서는 아직 한 번도 없는 기록이다. (*2군에서는 있다.) 사실 최소 27번의 수비에서 타자를 한 명도 안 내보낸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상황이긴 하다. 근데 그걸 불꽃야구에서 이대은선수와 야수들이 해냈다.
처음 1이닝이 시작되고 회차가 거듭될수록 공을 던진 개수가 적기에 오 잘하면 완봉하겠는데라는 마음으로 보고 있었는데. 상대팀의 출루조차 0이 되는 이닝이 거듭되자.. 이거 혹시 퍼펙트..?라는 마음으로 점점 간절하게 보게 되었다. 투수만큼 퍼펙트게임에 진심인 외야수, 내야수들의 좋은 수비가 계속해서 나왔고 결국 9회 말 2 아웃 마지막 공이 포수의 글러브에 꽂히면서 퍼펙트게임이 완성되었다.
올해 불꽃야구가 힘들게 시작했는데 이런 좋은 그림이 초반부터 나와 다행이다. 팀에게 큰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참.. 어떨 땐 알고 있으면서도 인생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사실이 참 무겁게 다가온다. 삶을 누르는 무게에 눌려서 꼼짝도 하기 싫어도 결국 하루하루 주어진 것에 진심을 다해 임하다 보면 이런 퍼펙트한 날도 맞이하는 것 같다. 여전히 앞날은 미지수지만 이러한 하루들이 쌓이다 보면 어느새 어깨를 짓누르는 무게가 좀 가벼워지고 평안한 나날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불꽃야구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