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과 다른 결과를 받아들이는 법

성실함이라는 무기는 얼마나 견고한가

by 시하

내가 노력한 대로 결과가 바로 눈에 보이고, 성실함의 끝이 단맛이라고 보장되어 있다면 하루하루를 쌓아 올리는 시간이 아무리 힘들어도 버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같은 노력을 해도 결과가 다를 수 있고 노력을 더한다고 해서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 공평한 미래가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상태에서 하루를 성실하게 보낸다는 것은 정말 멋있고 대단한 일이다. 요즘 이런 생각을 들게 만드는 우리팀 선수가 있는데 바로 전민재선수이다.


작년 우리팀에 트레이드로 온 선수 두 명이 있다. 정철원선수와 전민재선수이다. 정철원 선수는 신인왕 투수이기에 팀에 관심도가 높았고 그에 비해 전민재선수는 내야 유틸리티 자원 보충으로 한 선수가 왔구나 정도의 반응이었다. 그러나 시즌이 시작하고 전민재선수는 주전 유격수로 자리 잡았고 탄탄한 수비실력과 더불어 쳤다 하면 안타가 되는 미친 타격감을 보여줬다. 롯데팬들은 전민재선수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고 유니폼에 박을 선수 이름 마킹지가 들어왔다 하면 품절되는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되었다.


실력과 인기가 한창 고공행진하던 중 전민재선수가 부상을 당했다. 오랜 프로생활 중 이제야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치고 있던 시기였던지라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야구라는 것이 실력도 실력이지만 멘털적 요소가 중요하기에 부상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걱정과 달리 전민재 선수는 성공적으로 복귀하였고 부상 트라우마가 커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우선 안도했다.


야구를 매일 매 순간 잘하면 좋겠지만, 야구는 그렇게 쉽고 호락호락한 경기가 아니다. 6월에 접어들면서 탄탄하던 전민재선수의 수비가 실책이 이어졌고 타격도 전과 같지 않아 졌다. 아마 처음으로 전 경기 주전으로 뛰고 있는 시즌이라 체력이슈인 것 같다는 것이 대부분의 의견이었다. 사실 모든 선수들이 매일 매 순간 잘하기 어렵고 어제 홈런 치던 선수가 오늘 병살 칠 수 있고 멋진 수비 플레이를 보여주던 선수가 다음 이닝에서 너무 쉬운 볼을 놓치는 경우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전민재선수에게선 수려한 수비만 봐왔기에 실책에 낯을 가렸고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체력적인 요소가 모든 경기 운영 능력에 영향을 준다고 해도 결국 주전으로 뛰기 위해선 이 또한 극복해야 하기에 민재선수가 극복하길 우린 그저 응원할 뿐이다.


팬 분 중 한 분이 전민재선수가 야구 없는 날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연습을 하고 간다는 소식을 전해 주었다. 중고등학교 때 연습벌레라는 별명이 있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프로 와서 여전한 것도 대단지만 무엇보다 경기가 뜻대로 안 풀리는 날이 이어지면 세상 탓좀 하면서 연습 쉬고 싶을 것 같은데 꿋꿋하게 성실한 하루를 보내는 모습이 참 의연하고 대단해 보였다. 사실 전민재 선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야구선수들이 이러한 시간을 쌓았기에 우리가 멋진 플레이를 보고 행복할 수 있는 거겠지?


일이 잘 풀릴 땐 뭘 해도 재밌는데 안 풀릴 땐 숨 쉬는 것도 고되게 느껴진다. 특히나 내가 노력하는 시간은 꽤나 겹겹이 쌓이는 것 같은데 결과로 안 이어질 땐 부스터 장착하고 움직이기 정말 쉽지 않다. 안 풀린 경기를 의연하게 넘기고 내일을 위해 성실히 하루를 임하는 자세. 이 자세를 결국 나의 든든한 무기로 만드는 것. 선수들이 보여주는 이런 태도는 개인적으로도 배우고 싶다. 무기를 여러 개 장착한 선수들도 저리 갈고닦는데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 남들보다 협소한 무기를 가진 나에게 든든한 무기를 선물하러 움직여보자.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선수들이 아프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