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나방

by JH

나는 내 또래보다 일찍 결혼한 편이다. 그리고 내 또래에 비해 아이도 일찍 생겼다. 그러다 보니 하늘이는 태어나기도 전부터 많은 이모들의 관심과 사랑 속에서 자랐다.

우리 부부가 굳이 장난감을 사지 않아도 될 정도로 집에는 장난감과 인형으로 넘쳤고, 굳이 책을 사지 않아도 책장에는 아이의 책으로 넘쳐났다. 신발, 가방, 선글라스, 헤어핀. 하다못해 한복에 아이 침대. 커튼 등 아이 방을 위한 인테리어 소품까지도.

관심이라고 표현하기에도 부족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은 채로 태어났고, 그렇게 성장했다.


갖고 싶은 것은 물론이고, 갖고 싶지 않았던 것 까지도 죄다 가지면서 자라온 하늘이가 유일하게 가지지 못했던 것이 딱 하나 있다. 킥보드였다. 아이가 아무리 졸라대도 킥보드는 절대 사주지 않았다. 아이가 다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사건은 6살 때 일어났다. 어린이집에서 알뜰 시장에 참여했다. 하늘이는 5,000원을 꼭 쥐고 등원했다. 그날은 알뜰시장 참여를 위해 체험학습을 간 날이므로 개인 알림장이 아닌 전체 공지를 통해 아이의 원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공지글 중간에는 <알뜰 시장 들어가자마자 오천 원을 한 방에 탕진한 아이도 있다.>는 문장이 있었다. 나는 ‘어떤 아이인지는 몰라도 참 통도 크다, 대단하다.’며 깔깔거리고 웃었다.






하늘이가 다닌, 그리고 지금은 달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건물 바로 옆에 큰 마당이 하나 있다. 건물로 들어가는 입구와, 마당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가 따로 있는데 하원 할 때쯤이면 아이들은 모두 마당에 나와 놀이시간을 가진다.

그날. 아이를 데리러 어린이집에 갔을 때, 담임선생님은 내 손을 잡으시고는 건물 입구로 향했다. 어린이집 현관에는 분홍색의 킥보드 하나가 주차되어있었다.

‘설마’하는 표정으로 보니 하늘이가 알뜰 장터 들어간 지 1분 만에 구매한 것이라고 알려주셨다. 그렇다. 알뜰 시장 들어가자마자 전 재산을 탕진한 그 불나방이 바로 하늘이었다.


빵 터진 채로 킥보드를 끌며 마당으로 갔다. 하늘이는 뿌듯한 표정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원장 선생님도 웃으며 다가오시고는 “하늘이가 제일 실속 있는 걸로 샀어요!”라고 하셨다. 원장 선생님의 말에 하늘이의 광대는 더더욱 솟아올랐다. 나는 그냥 웃으며 “잘했어.” 하고는 아이 머리를 한 번 쓰다듬었던 기억이 난다.


그 킥보드는 아직도 우리 집 베란다에 자리하고 있다.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킥보드로 인한 사고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요즘도 하늘이는 종종 그 분홍색 킥보드를 탄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진작에 하나 사줄 걸 그랬나.’ 싶다가도 그때 우리가 안 사줘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만약 그전에 우리가 사줬더라면 하늘이는 제가 그렇게도 갖고 싶어 했던 물건을 직접 고르고, 직접 돈을 건네며 사는 경험을 한참 후에나 해봤을 것이니.

그 분홍색 킥보드는 여전히 하늘이의 넘버 원 애착 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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