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세 하늘이의 꿈은 아이돌이다.
미술 하는 예술가가 될 거라던 7세의 꿈이 8세가 되자 아이돌로 바뀌었다. 잠깐 머물고 지나갈 것이라 생각했던 이 꿈은 생각보다 꽤나 구체적이다.
하늘이는 대한민국 3대 기획사라는 SM엔터가 제작에 참여(혹은 협력) 했다던 애니메이션을 보고는 저도 아이돌이 될 거라며 꿈을 키웠다.
나이답지 않게 신형원의 <개똥벌레>나 015B의 <이젠 안녕>이 최애 곡이라 내내 유튜브로 무대 영상 찾아보며 흥얼거리던 하늘이는 언제부턴가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나 EXO의 <MAMA>를 흥얼거리며 따라 부르고, 또 춤추곤 한다.
하늘이의 요즘 최애 곡은 태민의 <Advice>다. 이유는 춤이 멋있단다.
애니메이션이 8세의 꿈도, 최애 곡도, 취향까지도 모두 바꿔버린 것이다.
어디서 무엇을 본 건지, 요즘 하늘이는 눈 뜨자마자 물 한 잔을 원샷하고는 아에이오우- 하며 입과 목을 푸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이돌 무대 영상이 아닌 안무 영상을 찾아보며 춤 연습도 꽤나 열정적으로 한다. ‘너 뭐하냐’고 물어보면 “나는 아이돌이 될 거라서 춤 연습을 해야 해.”라고 한다. 그뿐인가, 벌써 제 싸인도 멋들어지게 만들었다.
자연스레 공부는 뒷전이 되었다. 아직 초등학생 1학년이라 급한 건 아니지만 이러다 아예 기본도 놓칠 까 봐 걱정이라는 내 말에 내 친구가 하늘이와 영상통화를 시도했다.
친구는 하늘이에게 한 아이돌의 과거를 보여주었다. 중학생 시절에 논문 마냥 숫자에 대해 쓴 글이었다.
아직 8세라 그 내용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는 못하지만 대충 이모의 뜻은 알았는지, 스스로 책상에 앉아 문제집 푸는 시간도 꽤 늘었다. 기특함에 하늘이를 토닥이니 아이돌 되려면 공부도 열심히, 또 잘해야 한단다.
하늘이는 방과 후로 클레이아트를 한다. 하늘이의 반 친구들과 함께 하는 수업이라 신나게 참여했었는데, 하늘이는 이 수업을 빠지겠다고 선언했다. 대신 방송 댄스를 다니겠단다. 춤을 배워야겠으니 시켜달라고 했다.
“하늘아, 네 친구들은 방송 댄스를 안 하잖아. 너 혼자 해야 할 수도 있어. 친구들 없이 혼자 해도 괜찮겠어?”라는 내 말에 “괜찮아! 아이돌 되려면 춤을 배워야 해! 그러니 혼자 다녀도 괜찮아!”라고 했다.
정말 댄스 학원이라도 보내야 하나 싶다.
하늘이는 입이 짧고 편식도 꽤 하는 편이다. 그런 하늘이가 요즘 음식을 가리지 않고 정말 잘 먹는다. 심지어 맛있게 먹기까지 한다.
이 또한 기특해하니 하늘이가 말했다. “엄마. 난 아이돌이 될 거니까 골고루 잘 먹는 연습을 해야 해.”
아이와 이야기를 좀 더 나눈 후에야 하늘이가 아이돌 먹방 콘텐츠를 본 것을 알았다.
잠시나마 ‘내 요리 실력이 늘었나?’하고 착각했던 내가 속된 말로 참 웃펐다.
정말인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고작 8세인 하늘이는 제 꿈을 위해 나름대로 체계적인 관리를 한다. 아침에는 물 한잔 원샷하며 목 관리를, 식사는 편식 없이 골고루. 이 시간에는 노래 연습을, 이 시간에는 춤 연습을. 그리고 이 시간에는 수학과 국어 공부를. (요즘은 스스로 영어 공부도 노리고 있다. 물론 이것도 아이돌이 되어 해외 팬과의 소통을 하기 위함이다. 어디서 뭘 봤냐고 물으니 외국인들이 아이돌 콘텐츠에 영어로 댓글 쓰는 걸 봤단다.)
덩달아 그 시절 대통령이 꿈이던 나는 꿈을 위해 뭘 했는지 돌이켜보며 반성 아닌 반성까지 하게 되는 요즘이다.
제 나름대로 체계적이라 당황스럽기까지 한 이 하늘이의 아이돌 꿈이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다. 당장 내일 바뀔지도 모르는 일이며, 또 평생의 꿈이 되어 이룰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나는 아이의 모든 꿈을 마냥 응원할 것이다. 나는 언제나 내 아이들의 팬일 테니. 그러니 마음껏 꿈꾸고 마음껏 달렸으면 좋겠다. 그게 무슨 꿈이든. 네가 꼭 이루는 그날이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