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시작되기 며칠 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하늘이의 새 담임 선생님이었다. 담임 선생님이 사정상 1학기까지만 함께 하시고 퇴직하신다는 이야기는 들어왔던 터라 예상했던 일이다. 그러나 뒤에 이어진 말은 예상과는 완전히 벗어난 것이었다.
반까지 다 바뀌어버렸다.
학기 중에, 그것도 신입생인 1학년 아이들의 반이 죄다 바뀌어버릴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탓에 당황도 잠시. 혹 아이와 친한 친구랑 같은 반이 되진 않았을까 하는 기대에 1반 아이들 중에 하늘이와 같은 반이 된 친구는 누가 있는지 물어보았다. 애석하게도 5명의 아이들 중에 하늘이와 친한 아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하늘이에게 반이 바뀌었다고 말해주었다. 하늘이는 저와 친한 친구들 이름을 나열하며 그 친구들과도 같은 반인지 물었다. 그 친구들과는 같은 반이 아니라는 말에 실망하는 기색을 보였으나 곧 씩씩하게 새로운 반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개학 날.
설레는 마음 안고 길을 나섰지만 하늘이는 혼자 돌아올 하굣길이 걱정된다고 했다. 집이 근처라 같이 하교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아이와는 다른 반이 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맙게도 그 아이는 제 집으로 바로 갈 수 있는 빠른 길을 두고 우리 집 쪽으로 빙 돌아서 와준다. 덕분에 하늘이는 매번 집 앞에서 그 친구와 인사를 하고 집으로 들어왔다.)
지난 한 학기 동안 그 친구와 하교하는 버릇을 했던지라 다른 반이 된 지금, 반 마다 하교시간이 조금씩 차이가 나니 하늘이는 그 친구와는 이제 함께 집에 가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곧 걱정이 되었다.
꽤나 큰 걱정거리였는지 하늘이는 나에게 데리러 오라고 했다. 오랜만에 혼자 하교할 생각에 걱정이 많이 컸나 보다.
그런 하늘이의 걱정은 하교와 동시에 날아갔다. 그 친구가 지난 1학기의 의리를 지켜 교문 앞에서 하늘이를 기다려 준 것이다. 하늘이는 나에게 귓속말을 했다. “엄마. 내일부터는 데리러 오지 않아도 돼요.”
두 아이들이 앞서 걷고 나는 조금 뒤에서 따라 걸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워낙 재빠른 아이들이라, 또 지난 한 달 동안 못한 말이 많았는지 쉴 새 없이 떠드는 아이들이라 자연스레 조금 뒤로 빠지게 되었다.
아이들과 함께 한 것은 슈퍼를 앞에 둔 이후였다. 날씨가 너무 더운 탓에 아이스크림 하나씩 쥐어주니 먹느라 아이들의 걸음이 느긋해진 덕이다.
집 앞에서 친구와 인사를 하고, 하늘이와 집에 들어오고서야 나와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반이 뒤바뀐 지금. 궁금한 게 너무나도 많았던 나는 아이가 가방도 벗기 전, 아니 신발도 벗기 전부터 질문을 쏟아냈다.
하늘이는 그런 나를 진정이라도 시키듯 차분하게 말을 꺼냈다.
1학기 때 친했던 다른 반 친구들과 같은 반 되어서 괜찮다고, 그 친구들이 1학기 때 자기와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을 소개해주어 많은 친구들을 사귀었다고.
그 친구들과 같이 종이접기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얼음땡도 했다고 너무 재밌었다고 재잘거리는 하늘이를 보며 안심했다.
내가 가장 궁금했던 새로운 담임 선생님은 너무너무 이쁜 선생님이라 너무너무 좋다고.
새 학기가 시작한 지 며칠이 지난 지금. 하늘이는 오늘도 그 친구들과 얼음 땡 하며 놀았고, 그 친구와 함께 하교를 했다. 1학기 때와 마찬가지로 매일 잠자리에 들며 내일을 기대하며 학교 가는 게 즐겁다고 한다. 그런 아이를 보며 오늘도 나는 안심한다.
지난 3월. 아이의 학교생활을 걱정하는 나에게 어떤 육아 선배가 말했다. 아이는 엄마의 생각보다 단단하다고.
씩씩하게 또 즐겁게 잘 다니는 하늘이를 보니 그 말이 다시금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