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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담은 세상들

봄을 그리며

by Unikim

봄을 그리며

여름의 첫날,
햇살이 창가에 내려앉는 걸 보며 문득 계절의 순서를 되짚습니다.
햇볕은 더워졌고, 나뭇잎은 짙어졌으며, 바람은 어느새 설핏한 열기를 머금고 있네요.
달력은 분명 6월을 가리키고 있지만, 마음은 아직 저만치 봄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 봄,
나는 많은 것들을 찍어두었습니다.
피고 지는 꽃들, 이른 새벽의 안개, 오후의 황금빛 산책길,
벚꽃이 흩날리는 길모퉁이의 고요함,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바라보던 나의 조용한 마음까지.

계절은 지나가지만,
한때 나를 멈추게 했던 풍경은 고스란히 남아
이렇게 또 다른 계절을 건너는 나를 붙잡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여름의 문 앞에 서 있는 지금,
나는 봄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그리움은 때로 사진 속에 갇힌 빛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사진 속 꽃들은 여전히 피어 있고,
그 아래를 걷던 나도 그곳에 남아 있는 것만 같습니다.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이따금 눈물이 나도록 그리운 순간을 만나기도 하지요.
봄은 늘 그렇게, 떠난 뒤에야 더 짙은 온기로 남습니다.

이제,
나는 그리운 봄을 조용히 눌러 담아
마지막 연재의 자리에 올려둡니다.
봄은 지나갔지만,
그리움은 계절을 따라 다시 피어나겠지요.
당신의 기억 속에서도,
내 사진 속에서도.

그 봄이, 당신도 그립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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