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마음, 그 지조를 따라 — 포은 정몽주 선생 묘소를 다녀와서
단 한 마음, 그 지조를 따라 — 포은 정몽주 묘소를 다녀와서
봄볕이 고요히 비추는 날, 나는 고려의 충신, 포은 정몽주 선생의 묘소를 찾았다.
고려의 마지막 숨결과 조선의 새벽이 교차하던 시대, 그 누구보다 곧은 뜻을 지킨 이의 자취를 따라 걷는 길은 숙연함으로 가득했다.
묘역은 잘 정돈되어 있었고, 그 앞에는 ‘단심가’가 새겨진 비석이 서 있었다.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붉은 피로 지킨 한 줄기 충절이, 오늘까지도 또렷하게 전해지는 듯했다.
나는 한참을 그 앞에 멈추어 있었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마저도 낮은 목소리로 그의 시를 읊는 듯했다.
정몽주 선생은 조선 개국에 반대하며 끝까지 고려에 대한 충절을 지켰다.
그는 자신의 목숨보다 나라에 대한 의리를 중히 여겼고, 결국 선죽교에서 피를 흘리며 생을 마감했다.
하지만 그 곧은 정신은 결코 스러지지 않았다. 이곳, 그의 묘소에 서면 그 지조의 무게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묘소는 조용하고 단정한 분위기였다.
푸른 잔디 너머로 보이는 비석과 상석, 그리고 그를 기리는 다양한 조형물들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존경의 마음을 담고 있었다.
역사책 속 이름이 아니라, 지금도 살아 숨 쉬는 인물처럼 다가왔다.
이곳을 찾은 발걸음 위로 햇살이 살며시 내려앉는다.
포은의 단심(丹心)을 따라 한 걸음씩 걷다 보면,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마음의 중심이 무엇인지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