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골동맥

8화 이명의 파장, 청신경의 SOS

by Unikim

1. 현실 – 고요 속에서 시작된 소리

은서는 밤 11시,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창밖은 조용했고,
핸드폰도 알림을 멈춘 시간.

그런데~
귓속에서 ‘삐이이이이~’ 하는 얇고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다.

“... 뭐지?”

잠시 귀를 막았다.
하지만 소리는 더 또렷하게, 머리 안에서 울렸다.
웅~
삐~
툭툭, 파직~~
없는 소리들이 존재처럼 울렸다.

그 순간 은서는 깨달았다.
이건, 밖에서 들리는 게 아니다.
내 귀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2. 내부 - 청신경, 경고를 쏘다

CN-VIII 청신경 통신기지.
한때는 음파와 진동의 정제된 정보를 대뇌에 전달하던
정밀한 통신 허브.
지금은 혼선의 소굴이 되어 있었다.

“모든 주파수 채널 이상 감지!
소음 없음에도 전기 신호 발생!”
“이건 외부 입력이 아니다!
자체 발화! 신경 자체에서 오류 발생 중!”

기지 책임자 오디트(Audit)는
통제판 앞에서 외쳤다.

“주요 전도 축선이 흔들린다!
추골동맥 측두공급선, 혈류 이상 감지!”

그녀는 눈을 감고, 귀 안의 파장을 느꼈다.
삐익~
웅웅~
가느다란 고주파는 의미 없는 경고음이 아니라
신경 자체의 비명이었다.

“이건 단순한 귀의 문제가 아냐.
청신경이... 살아남기 위해 소리를 내고 있어.”

3. 현실 – 소리에 예민해진 감각

다음 날 아침.
은서는 카페에서 커피잔이 탁 부딪히는 소리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지하철의 차체 진동 소리는
이전보다 크고 둔탁하게,
귀 안에서 두 배로 울렸다.

그녀는 머리를 살짝 감싸 쥐었다.
왼쪽 귀에서 여전히
드르륵,
삐,
파직
하고 무언가 터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도 들리지 않지만...
나는 매초, 무너지고 있다.”

4. 내부 - 청신경의 구조적 붕괴

Audit은
청신경 전도 경로를 따라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 경로는 늘 정갈하고 매끄러웠지만
지금은,
마치 케이블이 틀어지고 끊긴 것처럼
노이즈와 역신호가 튀고 있었다.

“우린... 피가 부족해.
신경세포가 탈락하고,
연결은 망가진다.
그래서... 신경은 울부짖는 거야.
‘나는 여기 있어.
아직 남아 있어.’
그걸 소리로 말하고 있는 거야.”



그녀는 고개를 돌려,
최초로 추골동맥의 명칭이 적힌 경고 리포트를 꺼냈다.

“추골동맥...
너만이,
이 비명을 멈출 수 있다.”

5. 현실 - 괴물이 된 소리

밤.
은서는 책을 읽다가
또다시 웅~ 하는 저음을 들었다.
그다음은
뾰족한 칼처럼 귀를 찌르는 ‘끼이익’.

그 소리는
귀를 울리는 게 아니라
마음을 찢었다.

그녀는 불을 켜고, 고개를 숙였다.
이제는,
소리가 무서웠다.

공포는,
귀로 들어오지 않는다.
안에서 생겨난다.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이 소리는...
내 몸이 보내는 마지막 경고야.”

에필로그 – 조용한 소리일수록, 절박하다

이명은
신경의 자발적 비명이다.
감지되지 않지만 존재하고,
침묵 속에 들리기에
더 무섭다.

그것은 감정도, 망상도 아닌
생존하고자 하는 몸의 몸부림.

그러니
그 소리를 믿어야 한다.

다음 화 예고

제9화 – “척수공동증, 신경 속에 피어나는 빈 공간”

은서의 몸은 점점 더 이상해진다.
감각은 줄어들고,
무게감은 사라지고,
뜨겁고 차가움도 구분되지 않는다.
척수 속, 비어 가는 공간.
그곳에서 시작되는 침묵의 병.

이전 07화추골동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