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야기 (autumn story)

세월의 결

by Unikim

세월의 결


유니


청계산에 빛이 불어온다

맑은 물결이 돌을 어루만지며
시간을 부드럽게 지워 간다


돌 위에 사뿐히 내려앉은 연둣빛은

오랜 시간 정성껏

바위를 감싸 안은 밝고 고운 이끼들


굽이굽이 계곡 따라

크고 작은 자연의 돌들은

계곡 안 깊숙하게

그 위치를 바로 잡아 앉아 있


억겁의 시간의 흔적인가

계곡 옆 나무 한 그루

세월에 그 흙을 다 양보하고는

고목의 자태를 뿌리에 실어

고스란히 드러내네

푸르른 나무 한 그루

여러 그루의 나무들과 함께

그 곧음과 그 푸르름을 자랑하며

한데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나니

그 모습 진귀하고
그늘마저 푸른 노래로 흔들리나니


숨결 닿는 곳마다

산이 살아 숨 쉰다

바람이 스쳐 가는 곳마다

그 빛에 물들어 간다
햇살은 빛살이 되어

내 어깨에 내려앉고
나는 그 따스함 속에 조용히 그림자가 된다


흘러가는 건 물뿐만이 아니었
스쳐가는 바람 속에

청계산에 뿌리내린 나무들도

계곡 안에 자리 잡은 돌들도

묵묵히 산을 지키고 있는 흙들도
그리고 나도 조금씩 씻겨 내려가고
천천히 바람의 빛으로

물들어 간다

오늘의 계곡

오늘의 햇살

오늘의 산

그리고 오늘의 나
사진 한 장 한 장에 머물겠지만
사실은 영원한 세월의 결이 되어

이곳에 빛의 바람으로
내 마음 깊은 곳에

영원히 흐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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