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봄
유니
2월의 어느 날
남한산성 어느 한옥에
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 있다
절반은 그늘에 또 절반은 햇살에
몸을 맡긴 채
어느 한옥 처마 아래 툇마루 위에
평화로이 자리 잡은 양이
성은 고 이름은 양이
이 아이가 내게 통성명을 하자 한다
나는 눈빛으로 양이에게
인사와 이름을 건넨다
입춘이 지난 지 한참이고
아직은 2월인 오늘
겨울과 봄이 공존하는
평화로운 계절
개울엔 아직 눈을 짊어진 채
꽁꽁 얼어있는 얼음과
그 아래로 수줍게 흐르는
봄의 물줄기가 공존하고
아직은 겨울 옷을 입은 우리의 그림자가
소리 없이 길어지는
겨울과 봄을 오 가는 길목인
평화로운 이 계절을 표현하기라도 하는 듯이
우리의 양이는
딱 절반은 음지에 또 절반은 양지에
몸을 맡긴 채
평화로운 이 계절을 바라보고 있다
어쩌면 이 계절은
우리의 인생의 축소판 일른지도 모른다
고뇌의 시간과 설레임이 공존하는
우리의 삶을 그대로 말하고 있는 겐가
아니 아니
겨울을 고뇌의 시간에 빗대는 것은 아니다
겨울은 겨울 나름대로의
설레임이 있으니
다만 우리네 삶의 양면성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무겁고 추운 시절과 따스한 희망의 시절은
늘 조용히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게다
우리의 삶의 여정 속에서
하나의 문이 닫히면 하나의 문이 열리듯
추운 시절이 있으면
따스한 순간도 반드시 온다
바로 이 계절처럼
겨울과 봄이 공존하며
소리소문 없이 그렇게
봄은 온다
양이야 어때?
내 말이 맞지?
너의 평화로운 계절이
바로 지금 여기에 있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