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길목에서
유니
아직 다 녹지 못한 눈이
돌 위에 기대어 있다
겨울은
끝까지 제 자리를 지키려는 듯
흰 숨을 붙들고 있고
그 아래
가느다란 물은
조용히 길을 내며 흘러간다
차가움과 미지근함이
한 몸처럼 섞여
계절의 이음새를 꿰매고 있다
나는 그 앞에 잠시 서서
녹아내리는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다른 길
햇빛이 쏟아진 흙길 위에서
우리는 그림자로 먼저 만난다
몸은 아직 겨울의 옷을 입고 있지만
그림자는 이미 길어져
봄 쪽으로 기울어 있다
말없이 나란히 선 세 개의 그림자
누구도 계절을 말하지 않았지만
빛이 우리를 앞질러
봄의 방향을 가리킨다
녹아내리는 것과
길어지는 것 사이에서
우리는 안다
떠나는 계절은 조용하고
오는 계절은
늘 발밑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