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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이야기 (Winter story)

강설량

by Unikim

2024년 11월 30일. 오늘은 11월의 마지막 날이다.

우리는 나란히 탄천길을 산책하였다.

잔잔한 노을이 우릴 반겨 주었다.

탄천 위로 놓여 있는 다리를 건너려 그 위에 섰을 때

우리는 넓어진 탄천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랬다. 탄천의 수위가 올라와 천이 넓고 깊고 빨라진 것이다.

얼마 전에 내린 대설이 녹으면서 그 물이 천으로 스며든 모양이다.

그저 눈은 눈으로만 보였는데 역시 눈도 그 본질은 물....

녹아 다른 물들처럼 천 줄기를 따라 흐르고 있다.

사방의 풍경들이 우리는 여전히 어색하다.

이처럼 마지막 잎들을 달고 있는 앙상한 겨울 가지가 있는가 하면

이처럼 아직은 푸르른 잎을 가진 나무들도 있다.

그뿐인가~ 수북이 쌓인 눈사이로 삐죽 고개를 내밀고 있는

여려 보이는 초록 식물도 있다.

그리고 눈이 녹아 흔적이 사라지면 아직은 가을이라 말할 것 같은

단풍을 품은 나무들도 있다.

갑자기 찾아든 반가운 손님 때문에

우리도 자연도 아직은 적응이 안 되어 어색한

11월의 말일인 것을......

천의 수위가 높아져 유속이 이렇게도 빨랐더랬다.

시간이 흘러 노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하나 둘 불들이 켜졌다.

탄천은 야경조차도 고즈넉하고 아름다웠다.

우리네 인생도 이처럼 잔잔하고 아름다울 수 있으면 참 좋겠다.

한 계절을 보내고 또 다른 계절을 맞이하는

11월을 보내고 12월을 맞이하는

우리와 대자연은

마음도 생각도 여러 갈레여서 이 시간 서로의 호흡을 맞추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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