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엽 작가의 소설을 좋아한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읽은 후 작가의 책을 하나씩 읽어가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마치 몽유병에 걸린 사람처럼 나도 모르는 새에 작가가 그려낸 섬세한 세계관에 빠져들어 간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행성어 서점>, <지구 끝의 온실>을 차례로 읽고 작가에 대한 신뢰가 두터워져 갔을 때쯤, <므레모사>를 만났다.
작가와 담당 출판사 편집자에게 미안한 이야기지만, 김초엽 작가의 신간이라는 글자를 보고 손을 뻗었다가 어딘가 일본 애니메이션을 떠올리게 하는 귀염뽀짝한 표지를 보고 손을 거두어들였다. 취향과 맞지 않는 표지 덕에 조금 늦게 책을 읽게 됐는데, 꽃밭이 만연한 표지 일러스트와 달리, 책 내용은 쓸쓸하고 어딘가 모르게 스산한 기운을 풍겼다.
책의 배경인 '므레모사'는 화학물질 유출사고를 겪은 후 폐허가 됐다. 모두가 떠나고 죽음의 땅이 된 '므레모사'가 드디어 외부인에게 오픈됐고, 여섯 명의 방문객이 초청돼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주인공 '유안'은 유명한 무용수였지만 사고로 다리 한쪽을 잃은 인물로, 의족을 차고 재활에 성공해 사람들에게 희망의 아이콘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환지통에 시달리며, 죽음의 땅으로 불리는 '므레모사'에 살기 위해 뛰어든다.
인터넷을 뒤적여보니 <므레모사> 소개글에 '미스터리와 호러'라는 키워드가 붙어있었다. 어쩐지 소설은 읽을수록 호기심을 자극하고, 숨 고를 틈도 없이 마지막 페이지까지 달려가게 한다. '므레모사'의 비밀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밀려오는 충격과 공포는 소설의 재미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는데, 동시에 마음 한 구석에서 찝찝함과 죄의식의 덩어리를 키워낸다. 우리는 타인의 비극을 바라보며 안타까워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며 스스로를 성숙하고 따스한 인간이라 칭한다. 그러나 도움의 손길인 척 내민 그것이 실상은 상대방을 사지로 떠밀어 희망의 조각을 캐오라는 악의 손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부끄럽지만 이 소설 읽고서야 뒤늦게 깨달았다. 무심코 내뱉은 말이 타인을 절벽 끝으로 떠미는 말로 닿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