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위로>를 읽고, 차마 진짜 카톡을 전송하지 못하고 마음속으로 몇 번이고 엄마에게 미안함을 전했다. "엄마, 나 대학 잘못 다녔어..." 부모님이 내 학교 생활을 꿰뚫어 보고 등록금을 지원해주지 않은 걸까. 매 학기 최대 학점을 꽉꽉 채워 들었지만 과 특성상 전공과목은 모두 조모임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밤샘 조모임에 지쳐 정작 수업시간에는 초점 없는 눈빛으로 교수님을 바라봤었다. 동기, 선배, 후배 모두가 같은 처지였는데 전공도 아니고 교양 수업을 이토록 열심히 들은 등록금이 아깝지 않게 학교를 다닌 사람이 있다니.
책은 곽아람 기자가 대학 시절 1학년부터 4학년까지 들은 교양 수업을 회상하며 지난 20년 간 어떻게 글 쓰는 일을 지속해올 수 있었는지 이야기한다. 내 대학 시절을 반성하며,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상상으로나마 강의를 청강하는 느낌으로 책을 완독 했다.
세 가지,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적어봤다.
1. 인간은 지향이 있는 한 방황한다. (Es irrt der Mensch, solang'er strebt.)
괴테 <파우스트>의 한 구절이다. 부끄럽게도 <파우스트>를 아직 읽지 못했지만, 이 문장을 보는 순간 위안을 얻었다.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맞는지, 다른 직업을 알아봐야 하는 것은 아닌지 하루에도 몇 번씩 고민하고 있는 지금의 나에게 '너는 잘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라고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는 듯했다.
2. 책의 주제를 그대로 보여준 수업 '독일 명작의 이해'
곽아람 기자가 3학년 때 들은 '독일 명작의 이해'라는 수업은 한 번쯤 꿈꿔왔던 스승과 제자의 모습, 대학교 강의실의 풍경을 그대로 그리고 있다. 심지어 저자는 당시 학점이 초과하여 교수에게 양해를 구하고 청강을 했다고 한다. 흔들리는 나뭇가지처럼 불안하고 걱정이 가득하던 대학생 시절, 인생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스승을 만나는 것만큼 더 큰 행운이 있을까.
3. 생각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힘, 문학
황동규 시인이 강의 한 '영시의 이해' 수업 에피소드에서 산드라 오 주연의 넷플릭스 드라마 '더 체어(The Chair)'가 소개된다. '더 체어'는 명문대 영문학과 최초로 여성이면서 유색인종 학과장이 된 김지윤 교수(산드라 오 분)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를 그린다. 수업에서 에밀리 디킨슨에 대해 심도 있게 배우던 저자는 '더 체어' 초반 주인공이 "나는 어떻게 아시아 여자가 에밀리 디킨슨을 가르칠 수 있냐는 말도 들었다."며 분개하는 내용을 떠올린다. 나는 이 문장을 책에서 읽자마자 넷플릭스를 틀어 그 자리에서 '더 체어'를 정주행 했다.
"공부가 당신을 위로해 줄 것이며, 즐겁게 해 줄 것이다. 공부가 마음속에 자리 잡는다면 슬픔과 근심, 혼란스러운 시름의 고통이 침입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공부야말로 가장 안전한 보호막이다." 세네카, <철학자의 위로>
책을 통해 지식을 얻는 즐거움도 크지만, 내가 즐거움을 느낄 때는 책을 통해 인맥과 시야를 넓힐 때다. 저자가 본인이 좋아하는 작가를 소개하고, 책을 소개하고, 영화와 드라마를 소개하면 독서 인맥이 넓어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곽아람 기자의 <공부의 위로>는 책 곳곳 재미요소가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