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머물고 싶은 곳, 김초엽 <방금 떠나온 세계>

by 달밤

김초엽 작가의 두 번째 단편집 <방금 떠나온 세계>는 일곱 편의 소설이 담겼다. 우리는 타인과 구별되는 특별함을 갈망하면서, 동시에 공동체와 구분되지 않는 평범함을 추구한다. '평범'함에서 조금 벗어난다는 이유로 '소수'가 되어버린 이들의 이야기.


처음에는 촘촘하게 짜인 SF 세계가 시선을 끌었다면, 단언컨대 지금은 날카롭지만 섬세하게 짚어내는 사회문제가 점진적인 사유를 이끌어낸다. 단순히 문제만 끄집어내는 것이 아니라, 몇 번이고 곱씹게 만드는 힘이 있다.


"우리는 열다섯 살이었고, 열다섯은 어린 나이지만 때에 따라 탁월함을 기대받기도 하는 나이잖아요. 그날 저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어요." <마리의 춤>__(p.79)


1. '다양성'에 대해

나와 '다름'을 이해할 수 있을까. 우리는 공동체로 받아들이기 위해 설득하기도 하고, 생각과 행동을 따라해보기도 한다. 그러나 결코 완전한 이해는 이뤄낼 수 없다.


"네가 떠나면 난 아주 슬플 거야. 너를 사랑하는 일은 나를 기쁘게 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되는 일을 포기할 수는 없어. 나 자신이 되는 일은 인생 전체를 건 모험이야. 네가 날 지지해주면 좋겠어. 그럴 수 없다면......"
로라는 말을 멈췄다가, 진을 한참 바라보고는 말했다.
"그래도 상관없어. 난 이렇게 할 수밖에 없으니까." <로라>__(p.118)


우주는 광활하다. 감히 크기를 짐작할 수 조차 없다. 같은 음식을 먹고도 모두가 다른 맛을 느끼며, 같은 글을 읽고도 모두가 다른 생각을 한다. 같은 종족인 인간끼리도 그러한데, 하물며 더 넓은 우주로 나간다면?


2. 새로운 감각

상상력으로 가득한 작가의 세계를 탐험하다 보면 찌르르한 감각을 전하는 낯선 문장들을 만나게 된다. 머릿속에 물음표가 가득하다가도, 가만히 글자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왠지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독특한 이야기들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풀]과 [가시]의 입자는 느낌이 비슷했는데 어쩐지 뾰족한 모양으로 코를 찌리는 것 같았다. <숨그림자>__(p.135)

"사랑은 석유 냄새 같아." <숨그림자>__(p.165)



'다름'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질없다는 것이 아니다. 단지 그 노력이 관계를 지치게 하는 이유로 작용하지 않길 바란다. 결국은 개체 하나하나가 모여 총체적인 우주를 만들기 때문이다.


저 밤하늘에는 별이 너무 많아서 우리의 인지 공간은 저 별들을 모두 담을 수 없다. 하지만 우리 각자가 저 별들을 나누어 담는다면 총체적인 우주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마침내 이 행성 바깥의 우주를 온전히 상상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언젠가 그곳을 향해 갈 수도 있을 것이다. <인지 공간>__(p.270)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