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그리고 이별이, 박근호 <미친 이별>

by 달밤
오래된 곳이라 그런지 조금만 왼쪽으로 틀면 너무 뜨거운 물이 나오고 또 반대로 조금만 돌리면 너무 차가워. 내가 딱 중간 온도로 맞춰놨어. 잘했지? (p.21)

사랑이 별게 있을까. 내가 겪은 불편을 상대가 겪지 않았으면 하는, 그런 사소한 마음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한동안 <미친 이별>과 같은 사랑에 대한 감정을 담은 에세이류를 읽지 않았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도무지 마음이 동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름답게만 쓰려고 한 것 같았고, 억지로 끼워 맞춘 비유 가득한 문장들이 공감되지 않았다.


채 10페이지도 넘기지 않았는데 그냥 마음이 시렸다. 담담하지만 글자 하나마다 감정을 담아 꾹꾹 눌러쓴 글이다. 미칠 듯 괴로웠으면서 혼자 모든 것을 감내한 한 사람이 있다. 이미 모든 감정을 정리한 그 사람은 한참 시간이 지나서야 아무렇지 않게, 그리고 아무에게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이를 듣고 있노라면 그런 일을 겪은 적도 없는데 이유도 모른 채 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천천히 감정이 밀려온다.


눈이 많이 오던 겨울, 아빠랑 연탄을 굴려 만들었던 눈사람이 햇볕에 녹아 다음날 사라졌을 때. 키우던 강아지가 사고로 세상을 떠났을 때. 초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하고 정든 동네를 떠나 서쪽으로 이사 왔을 때. 가까웠던 사람이 죽었을 때. 연인이었던 사람과 남이 됐을 때. 시간이 흐르면서 상실과 이별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p.102)


비가 오는 새벽, <미친 이별>을 완독 했다. 주제가 '이별'인 데다 밖은 비가 오지만, 가슴이 따뜻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두 팔을 크게 벌려 품 안 가득 꼭 안아주세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 뮤지컬 영화 좋아하네? <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