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조의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을 읽고, 좋은 구절이 너무 많아서 오래 기억하고 싶은 마음에 몇 자 적어본다.
나에게 요조는 작가보다 홍대 인디 뮤지션으로 더 익숙한데, 이젠 그가 부른 노래의 제목보다 책 제목을 먼저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이 책은 뒤늦게 보기 시작한 겨울서점님의 유튜브를 통해 알게 됐다. (겨울서점의 상반기 독서 결산 무더기 추천 https://youtu.be/dmCFV_BEChE)
에세이 부문 마지막 추천 도서로 등장한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겨울님이 "이런 산문을 쓸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게 너무 부럽다"며 서문의 한 문장을 살짝 읽어준다.
시의 전문은 책을 조금만 읽다 보면 늠름하게 등장할 것이다.
이 구절을 듣는 순간, 인간이 된 <실패를 사랑한 직업>이 늠름하게 나에게 걸어와 손을 내미는 느낌을 받았다. 고요한 밤 창문 밖 새끼 고양이가 잠에서 깰까 친구와 속삭여가며 대화를 나누는 듯한 분위기의 편안한 글이었다. 뮤지션 요조, 작가 요조가 아니라 사람 신수진을 알게 된 기분. 무엇보다 <아무튼, 떡볶이> 저자라는 사실이 퍽 마음에 들었다. 떡볶이 이외에도 달리기, 채식 등 최근 나의 관심사에 대한 에피소드들이 나열돼 더 몰입할 수 있었다.
사실 겨울님이 소개한 것처럼 좋은 문장이 많이 나올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는데, 조금 오버해서 내가 책을 읽고 있는 건지 문장을 수집하고 있는 건지 헷갈릴 정도로 마음을 찌르는 문장들이 많아서 너무 좋았다.
몇 문장만 적어보면,
지난날을 빠르고 쌀쌀맞게 훑어보겠다. (p.17)
정말 죽겠다고 꼼꼼하게 말했다. (p.35)
작고 사소한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주변에 즐거움을 준다. (p.46)
문장 하나하나가
마치, 파도가 내 신발을 적시고 도망치며 발밑에 글자들을 꾹꾹 찍어놓고 가는 듯 훅 밀려들어온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싶다면 잠시 새벽을 기다렸다 이 책을 읽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