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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숨날숨 Nov 17. 2024

병원에서 살다보니 느껴지는 것들

육체는 정신보다 섬세하다.


요즘 입사 동기들끼리 하는 말이 있다.

369가 위기다.

원래는 3개월,6개월,9개월이 퇴사 위기다라는 말인데,

요즘 우리는 이 말이 hourly로 쓰이고있다.

3시간 6시간 9시간마다 퇴사를 하고 싶은..


오늘은 길던 오프의 마지막이라

갓 독립한 신규간호사로서

그동안 일하며 느껴지는 점들을 적고싶다.


#1.육체는 정신보다 섬세하다.


가장 크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어쩌다보니 나도 그렇고 환자들도 그렇고

이 정도 아픈거???뭐어땜~하고

넘기고 참는 거에

대부분 익숙해보인다.

(이 강한 K국민들)


정신은 육체보다 강하지만

육체는 정신보다 섬세하다.


스트레스 받아서 나타나는 징후도

수술 후 통증도 출혈도

정신력으로 버티고 덮을지언정

육체는 거짓말을 하지 못 한다.

생각보다 내 몸은 꾸밈없이 솔직하다.


내가 매 라운딩마다 직접 내 눈으로 본 것만 믿고

계속 환자의 상태를 다 살피는 이유다.


병원은 정말 ‘설마?’하는 일들이 일어난다.


#2.바쁘다바빠 외과 병동에 익숙해지다보니 오프의

삶도 급하다 급해.


나는 외과병동 간호사다.

정말 바쁘다.

간호사라는 직종은 ‘꼼꼼함’과 ‘속도’를 최고의

자질로 여길 정도.


아무튼 이렇게 급하게 살다보니

오프의 휴가에도 마음이 습관처럼 급해진다.


자꾸만 모든 일을 한 번에 처리할라는 습관,

조금 늦춰지는 걸 참을 수 없는 조급함,

늦어짐에 뛰는 심박수.


밖의 생활에서조차 피곤해진다는 걸 느껴

요즘은 이유없이 나태해질라고 노력이다.


(뭐 하나라도 천천히 할라는 마음)


#3.조직 일원으로 인정받는덴 시간이 필요하다.


독립을 앞두고 있을 때쯤 아무도

안 도와줄 것 같고 더 혼나겠지라는 생각만 들었다.


그러나 의외로

생각보다 병동의 모든 쌤들은

신규 하나에 집중한다.

애 하나 키울라면 온 마을 사람들이 다 붙는다는 말처럼(?)


계속 도와줄까요 하며 오는 선생님들,

독립 첫 날인 나를 위해 옵세하게 인계장을 적어주고

가신 선생님들,

그렇게 나를 힘들게 했던 프셉이 계속 와서 도와주고 가는 내 일들.

내 이름조차 모를 거 같은 수쌤이

던져주고 가던 작은 핑거푸드들


문득 독립하고서야

이제야 내가 구성원으로 인정받았군아라는

느낌이 들었다.


얼마전

나의 프셉에게 처음으로 ‘잘하고있어‘란 얘기를 들었다

까다로운 상사에게 인정받는 것만큼

일에서 짜릿한 순간도 없는 것 같다.

(물론 역시 최고는 환자에게 받는 고마움이랄까)


#4.독립해도 공부는 해야한다.->’외과 공부할 거 적나요?‘에 대해..


프셉기간이 젤 힘들다길래

독립하면 공부 안 할 줄 알았다.


널싱은 끊임없는 배움이라고 했나

자꾸만 새로운 케이스들이 눈에 보이고 버벅거린다.


나같은 경우

이 환자는 뭐때문에 이 수술 받는지

이 수술 종류는 뭔지

어떤 합병증이 있는지

그리고 이 환자 케이스랑 합병증이 어떻게 연관되는지

위주로 케이스 공부를 하는 편이다.


아무래도 내가 신규라

계속 공부할게 쌓이는 것 같지만

외과의 경우

수술 합병증 대부분 내과랑 연관되는게 많아서

공부할게 적지 않다.


공부가 싫어서 외과에 온다는 건..비추다..

(애초에 모든 병동에 해당하는 얘기)


그래도 이 공부가 재밌다.

정말 배운대로 눈에 보이는게 신기하달까


아무튼 입사 3개월을 맞이하는

내가 여전히 이 직업을

좋아했으면 한다..


(그치만 근무표만 보면 퇴사하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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