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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망자 Jul 22. 2024

30대가 되어가는 지금 돌아보는 과학고 생활의 득과 실

과학고생활의 득과 실을 명백히 구분지어 따지자니 어렵다. 득부터 얘기해 보자면 인생이 그리 쉽게 망가지지 않음을 깨달은것. 당시의 나에게는 과학고라는 세상이 전부였지만, 입시에 처참히 실패하고 힘든시간을 보냈지만 그것이 자양분이 되어서 인지 사소한 정신적 고통은 쉽게 극복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 퇴사를 하고 무작정 브런치를 시작하는것 처럼 인생의 변곡점이나 변화에 대해서 조금은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준비할 수 있는 마음의 여백이 생겼다. 물론, 좋은대학을 가서 대기업을 간 친구들에 비해 금전적으로 삶이 불안정 한 것은 사실이다. 매일매일 또다시 이력서를 넣고 큰 회사로의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이 남들보다 늦어지는 듯한 기분에 불안감이 드는것도 사실이다.



실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나 자신을 너무 갉아먹는 시간을 보냈던것 같다. 다양한 선택지를 놓고 고민 해 보았다면 좋았을텐데, 내가 잘 하지 못하고 즐겁지도 않은 수학과 과학에 몰두하느라 그것 외에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나 성찰이 부족했고, 수학과 과학만이 미래에 유망하고 나머지는 그렇지 않다는 생각에 자연히 내 미래도 유망하지 않을것이라 생각했다. 어쩌면 지금도 수학과 과학이 아니면 먹고살기 힘듦을 체감하는것으로 보아 이것은 꼭 과학고를 갔기에 깨달은 것이라기 보다는 본능적인 직관의 수준에서 아는것 또는 절대적인 공부의 양과 깊이를 비교했을때 이과의 그것이 문과의 것 보다 훨씬 깊다는 점에서 자연히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과 공부의 깊이와 넓이가 문과의 것보다 크다는 점에 문과는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겠고, 깊이있는 철학이나 어문계열 공부를 해보지 않았기에 순전히 나만의 생각에 그쳐야 할 부분인지 모르겠지만 취업시장에서 이과가 훨씬 수월하게 진로를 찾아가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과학고에서 원서를 넣은 대학에 다 떨어지고 추가합격 발표도 모두 끝난시점에서 내가 느꼈던 감정은 온통 세상이 회색으로 보였다는 점이다. 공기도 쾌쾌했고 내가 보는 모든 시야가 뿌연 회색으로 보였다. 그날의 스트레스가 컸던 탓인지 재수학원에 들어가면서 까지 살은 5키로 가량 빠지기도 했고 재수가 결정된 날 저녁에는 새벽에 갑작스럽게 구토를 하기도했다. 매 인생의 단계가 중요하고 힘들지 않을수 없지만 대학을 제대로 가지 못한다는 사실, 대다수의 친구들이 대학으로 나아가지만 나는 멈춰버렸다는 사실에 어딘가에 갇힌듯한 느낌과 사회적으로 돌아가는 루틴에서 나는 튕겨저 나와 있는듯 했다.


득보다 실이 많은듯한 느낌이 드는데, 사실상 과학고에서 겪었던 실패가 홀몸으로 서울에 올라와 작은 돈을 받으면서도 회사생활을 하고, '아 이것은 아니구나.'라고 느껴서 사표를 내고 다시한번 길을 찾아나서는 과정에 있어서 마음의 든든한 줄기나 버팀목이 되어주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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