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희대의 난제
난 끔찍한 혼종이라고 불리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대학교에서 문이과 복수전공을 한것은 아니지만(공대로 입학한 뒤에 경영대학으로 갔으니 사실상 복수전공보다 더 딥한걸까?) 과학고를 졸업하고 경영학을 전공한뒤 금융업에서 커리어를 쌓아나가기 시작했으니 도대체 사람들이 문과인지 이과인지 물어보면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대화의 분위기에 따라 문과인척, 이과인척 하기가 재밌으면서 정체성에 혼란을 겪기도 한다.
정체성. 문과와 이과 이야기를 하다가 내 정체성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 하긴 하다. 정체성이란 사람의 고유한 기질이나 특성, 성향으로 만들어진 자아개념인것 같은데 교육을 통해 만들어 진 것도 정체성이라고 볼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남기는 한다. 우리나라는 유독 문과와 이과를 나눠서 대립하는 성향이 강한것 같다. 타국과 객관적인 자료로 비교분석해본것은 아니고 그저 뇌피셜일 뿐이지만 문과냐 이과냐에 따라서 그 사람을 보는 전반적인 시야와 인지가 극명히 달라지고, 대게 문과라고 하면 밥을 굶고 이과라고 하면 전문적인 느낌에 어느정도 높은 소득을 올릴것이라 미루어 짐작하는 듯 하다.
과연 이과가 문과보다 돈을 잘 벌까?
내 생각은 80%의 경우 이과가 문과보다 돈을 잘번다고 생각한다. 잘번다의 기준은 이과 직장인의 연차대비 평균소득이 문과 직장인의 그것보다 높을것이라는 생각이다. 나는 사실, 경영학 전공이지만 이과 학문의 깊이와 넓이가 경영학의 것보다 훨씬 심도깊고 난해하다는 것에는 동의하며 그에 대한 사회적 쓰임이 자연스레 높아지면서 이과인력의 몸값이 올라갔다고 생각한다. 누군가가 '이과는 공부를 어렵게 했으니 일을 시키려면 이정도는 줘야겠군' 하는 식의 임금책정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시장경제의 논리상 이과인력이 귀해지고 그 전문성의 중요도가 증대됨에 따라 자연히 그들의 몸값이 높아지게 된 것이다. 앞으로도 이런현상이 유지될 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해서 문과의 몸값이 드라마틱하게 갑자기 상승하게 될지도 모르겠다.